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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하며 경배하세
승욱이 처음 찾아갔을 때, 고안민은 막 저녁 예배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성가대 옷을 갖춰입은 그를 보고 있으려니 영 어색하다. 옷 정중앙에 새겨진 황금색의 선이 그를 마치 위대한 성자(聖者)라도 되는 양 포장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는 찾아온 승욱을 보고서는 멋쩍게 웃으며, 구석에서 바이올린을 챙겨와 조율을 시작했다. (징징거리는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피아노 건반 소리에 맞춰 바이올린 각각의 차이를 한 음표 안에 수렴시키다 보니, 어딘가 어색했던 그의 표정도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따라 점차 진지해진다.
지휘자의 진지한 표정이 왠지 마음에 안 들어, 그 표정에 덩달아 진지해지는 그가 왠지 더욱이 보기 싫어 승욱은 고개를 돌렸다. 지휘자는 목사의 측근인데, ’33인의 합주’에 참가할 거라 얘기한 안민에게 “그런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고 조용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충고했다고 한다. 안민은 웃으며 이런 얘기도 했다. “원래 다들 그래. 얼마 전에는 팝 음반들을 ‘사탄의 음악’이라면서, 교회에 가져오라고 했어. 가져오면 그 위에 성가나 설교를 덮어씌워서 돌려준다나.” 안민은 별 일 아니라는 듯 낄낄거렸지만, 승욱은 쉽게 그럴 수가 없었드랬다. 지금도 그렇다. 입술을 달싹거리며 성가대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는 지휘자가, 금방이라도 ‘사탄의 음악’을 운운할 것만 같은 묘한 착각이 들어 핸드폰을 꺼내 이어폰을 귀에 꽂아 버렸다.
지상파 DMB를 통해 듣는 뉴스에서 레바논의 절규하는 아이들과, 성지 예루살렘의 수호자들과, 폭탄에 자국 군인들을 위한 기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이스라엘 소녀의 이야기가 방송된다. 마태오와 마르코, 루가와 요한이 메시아의 강림을 찬양하며 기록했던 그 위대한 예수의 발걸음으로부터, 결국 한 손에 핵폭탄과 또 한 손에 온갖 돈을 움켜쥔 채 그 예수의 추종자임을 침이 튀도록 주장하는 ‘세계 대통령’의 출현까지가 승욱의 머릿 속에 떠오른다. 승욱은 이 위대한 기독교의 역사에, 안민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성가(聖歌)를 배경음으로 깔았다. 폭탄이 떨어지는 소리와, 피어오르는 구름과, 팔다리가 찢겨나간 아이들의 절규를 성가대의 합창 삼아, 그 뒤에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코러스를 넣었다.
주 앞에서 우리 마음 피어나는 꽃같아
죄와 슬픔 사라지고 의심구름 걷히니
변함없는 기쁨의 주 밝은 빛을 주시네
이제야 비로소 – 환상적인 연주다. 승욱은 다시 고개를 들어 성가대를 바라본다. 진지한 표정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안민의 얼굴로부터, 바로 어제 “33인의 합주” 때문에 찾아갔다가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 녀석은 레바논에 대해 울분을 토했고, 부시를 저주한 뒤, 메르세데스 벤츠를 새로 뽑아 그 “새끈함”을 자랑했던 목사 집안의 아들내미에 대해 가르쳐 주었으며, 곧 그 메르세데스를 폐차장에 고이 장사지낸 청년부 사람들의 과격함에 대해서도 농 반 진 반으로 얘기해 주었다. 승욱은 그 수많은 이야기들로부터, 안민이 정말 신을 믿고 사랑하기에 성가대에서 그를 위한 찬가를 부르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어봤다.
“넌 정말 하나님을 믿냐?”
“응.”
승욱은 그 기다림 없는 대답에 당황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의 신앙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끔찍한 사람들, 끔찍한 기독교인들, 끔찍한 불교인들, 끔찍한 무슬림들, 끔찍한 xx교인들, 끔찍한 무신론자들, 그 모든 끔찍한 세상에서 오롯이 본으로 삼을 수 있는 위대한 반석을, 따스한 목자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레바논의 폭탄과, 팔레스타인의 난민들과,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추악한 ‘세계 대통령’이 있더라도, 그 속에서 오롯이 자신의 신을 향해 “기뻐하고 경배할” 수 있기를, 이 아이러니한 성가를 지켜갈 수 있기를. 설령 그 와중에, 목사가 ‘사탄의 소리’라며 불태워 없앨 것을 설교했던 우리 서른 세 사람의 합주에 그가 발을 담그게 되더라도, 마음 속의 하나님만은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은 승욱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2 개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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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는 교회랑 성당이랑 둘 다 다니는 모양이죠? ^^
설정상으로는 : 종교는 야훼와 예수를 믿는데, 교회는 거의 안 나가고, 그냥 개인적으로 공동번역된 성경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태오, 마르코 식으로 부른다는데……
만일 <5am>이나 <33인의 합주> 이전 내용 속에 설정에 엇나가는 내용이 있었드래도 부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