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31일자 조선일보는 1면부터 게임을 비판하는 기획 기사를 대규모로 내보냈다. 그 대강의 내용은 유아에게 아이패드 같은 기기를 주게 되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발생하기 쉽고, 나중에 게임 중독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는 내용.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또다시 신문이 게임을 희생양으로 삼느냐는 불쾌감을 피력했고, 유명 칼럼니스트 허지웅씨는 이에 대해 “새로운 경험을 병균처럼 여기면 안 된다”는 요지의 재비판을 네이트의 ‘뉴스 앤 톡’에 싣기도 했다.
관련 기사 - 허지웅의 뉴스 앤 톡. 링크 하단에 조선일보의 관련 기사도 모아져 있으므로 쉽게 읽어볼 수 있다. 뉴스 앤 톡이 원래 뉴스를 모아보고 단평을 제공하는 서비스라서(…) 어쨌든 그러하므로 조선일보 쪽의 링크는 생략.
그런데 나는 허지웅씨의 재비판이 오히려 조선일보의 게임 비판보다 더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전문적인 논쟁으로들 어간다면 조선일보에게 허지웅씨가 밀릴 거란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는 조선일보의 기획 기사가 대단히 기술적으로, 선동은 실컷 하면서 책임은 회피할 수 있도록 쓰여졌기 때문.
실제로 기사를 전부 읽어보게 되면, 사실 이 기획의 의도는 굉장히 뻔하다. 게임 전체를 공격하려는 게 분명해 보인다. 논조가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사람을 유도하고 있고. 그런데 기사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서 그걸 재비판하려고 자세를 잡으면… 딱히 문제삼을 구석이 마땅찮다. “아이패드나 컴퓨터 게임의 시청각 자극이 지나치게 즉각적이고 과도하여, 자극을 해석하고 처리하는 능력과 다른 여러 감각의 발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음, 맞는 애기다. “지나친 집중으로 인해 가성근시가 유발되고, 이것이 고착화되어 근시가 발생할 수 있다”… 음, 이것도 사실 의학적으로도 타당한 견해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좀 이상한 주장에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이란 전제를 붙이고 있고. (그런데 그 논란이 있는 이상한 주장을 제목으로 뽑는 게 또 조선일보 센스.)
반면, 오히려 이 기사를 재비판하는 허지웅씨의 글은 “새로운 경험을 병균처럼 여기면 안 된다”는 지극히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주장에 그치고 있다. 이건 그냥 막연하게 좋은 얘기일 뿐이고, 의학적 견해와 논문까지 동원한 조선일보의 기획기사에 대한 반박이라고 보기에는 참, 그러니까 정말로 ‘별 얘기’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하나를 보면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이를 교묘하게 조합하여 게임 전체를 비난하는 틀을 짓고 있다…” 는 식으로 조선일보 기사를 비판하게 되면, 기술적으로는 타당할지 몰라도 뭔가 확 와닿는 게 없고 궁색해 보이는 게 문제.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이것이 조선일보의 기술일 것이다. 딱히 사실관계에 어긋난 얘기를 하는 건 아닌데, 그걸 대단히 교묘하게 편집을 한다는 것. 좀 더 정밀한 비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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