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가 체벌을 갑자기 금지시켜 학교 현장에 혼란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주요 언론조차도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갑작스런 학생인권조례 도입은 교사로 하여금 학생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빼앗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고. 이에 대한 단상.
일단 이들이 문제삼는 학생인권조례 조항은 몇 가지가 있는데, 개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조항이 이것.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명시한 부분이다.
제7조(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① 학생은 체벌, 따돌림, 집단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 ② 학생은 특정 집단이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기초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설하는 행위나 모욕,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 ③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체벌, 따돌림, 집단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을 방지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폭력에 ‘체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 “체벌 금지로 인해 학교폭력이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
이에 대해 클리앙이라는 전자 기기 커뮤니티에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적절한 현역 교사(를 자칭하는 사람)의 글이 올라왔는데, 내용인즉 본인은 신체를 이용한 장난 / 집단괴롬힘의 징조 / 패륜 수준의 예의 상실에 대해서 ‘앉았다 일어났다 100회’ 정도를 가했을 뿐 학생을 때린 적이 없으며, 이 정도도 할 수 없다면 절대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 이 정도가 소위 ‘나는 내가 양심있다고 생각한다’는 교사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사실 “애들 패게 교편 내놔라” 수준의 주장(교총이 하는 주장이 이 수준이다)이 아니라면 저 정도는 귀담아 들을 만 한 게, 애당초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스템이 부조리에 의지해 겨우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 부조리를 혁파해버린다면 – 현장에는 거의 폭탄이 떨어지는 느낌일 것이다.
그런데 교사 개인이야 갑자기 눈 앞에 떨어진 터무니없는 과업 – “폭력을 쓰지 않고, 개인의 역량만으로 수십 명의 학생들을 ‘통제’하라”는 과업이 막막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고, 학교 현장이란 건 사실상 정글에 가깝기도 하니 “아니 막무가내로 체벌부터 막아버리면 어쩌냐!”라고 외칠 만도 하지만… 교육 유관 단체 중에 제일 힘 쎄다는 교총이랑, 아니 교총은 그렇다 치고 주무부처라는 교과부가 “아니 막무가내로 체벌부터 막아버리면 어쩌냐!”고 외치면 이건 좀 난감하다. 현장 교사에겐 시스템의 부조리에 접근할 수 있는 힘이 없지만, 그들에겐 있다. 교총과 교과부가 “부조리를 혁파하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니 부조리를 그냥 놔두자”고 주장하는 건 그냥 이대로 계속 태업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그리고 사실 체벌을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하는 이슈는 사실 학생인권조례와 큰 관계가 없다(!). 학생인권조례에 체벌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규정되어 있긴 하지만, 실제로 교사들이 “이 정도라면 교육적 체벌 아닌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체벌이 실제로는 형법상 폭행죄에 들어간다. 학생인권조례가 없었을 때부터, 이미 체벌이란 엄청나게 엄격한 조건 하에서 엄청나게 가벼운 수준에서만 사회적으로 용인된다는 판례가 있었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그 책임에 따라 엔간한 교사들 체벌은 전부 형법에 의거해 법정으로 가시면 된다.
이와 관련된 판결이 대단히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이것. 모 교사가 학생체벌규정에 약간 어긋나는(길이 8cm 초과, 지름 0.5cm 초과) 대나무 매로 학생의 머리를 한 대, 손바닥을 두 대 때린 데 대해 재판부가 폭행죄를 인정한 사건이다. 한국일보가 관련 기사를 썼으니 링크를 따라가 읽어볼 수 있다. 저 정도가 폭행이라고 할 수 있냐, 고 교사들은 강변하겠지만, 그렇다. 저 정도는 폭행이다.
한 가지 기사를 더 링크하자면… 이건 경향신문에서 보도했던 것. 내용인즉, 교사가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냐, 나쁜 자식이네” “싸가지 없는 X” 이라 말하며 교무실에 데려가 플라스틱 자로 때린 데 대해 법원이 모욕/폭행죄로 벌금형을 선고했다는 내용이다. 막 때린 것도 아니었다. 플라스틱 자로 이마를 한 번, 어깨를 한 번 때린 게 전부였다. 이 역시 교사들은 “이게 무슨 폭행이냐”고 강변하겠지만, 그렇다, 폭행이다.
이 사건에서 또한 눈여겨 볼 점은, 피해자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 – 자살 – 을 했다는 부분. 물론 이것이 교사의 폭행과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교사가 스스로는 자신의 폭력이 문제학생에 대한 체벌이라 생각하더라도, 과연 학생도 그것을 자신에 대한 ‘벌’이라 생각할 것인가. 모욕적인 폭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은가. 하물며 사법부의 판결마저도 오류 가능성을 갖고 있는데, 불완전한 인간에 불과한 교사가 학생을 문제학생으로 판단하고 체벌을 가하는 것은 얼마나 자주 ‘틀린 판단’일 것인가.
어쨌든 학생인권조례가 체벌을 갑자기 금지하고 있는 건 아니다. 교사들의 순진한 생각과 달리, 형법은 ‘체벌’이라 이름붙었다 해서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것을 특별취급하지 않는다. 폭행은 폭행이고, 모욕은 모욕이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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