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씨가 ‘도시형 보건지소’를 확충하고 보건소의 야간, 휴일 진료를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시의회가 예산을 책정한 데 대한 단상.
사실 이게 공약 단계에 있을 때부터 이 정책에 꾸준히 반대해왔는데, 이는 공공의료 확대라는 대의에 반대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공공의료는 당연히 더 확대되어야 하고, 의료 서비스는 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문제는 보건소라는 기관이 그걸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
사실 보건소의 진료 기능이 커지는 것 자체가 기형적인 것이다. 지역보건법은 보건소의 업무 영역을 약 십 수 개의 조항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지금 보건소가 수행하고 있는 ‘일반 진료’는 없다. 사실 보건소는 지역의 공공 보건 사업, 그러니까 무슨 모자보건이라든가, 노인들을 위한 보건 교육이라든가, 전염병 관리라든가 하는 것들을 관리하기 위한 기관이다. 예를 들어, 신신종 플루라는 전염병이 창궐했다고 해 보자. 이를 개인 의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치료한다고 해도 전염병은 계속 퍼지게 될 거고, 개인 의원들은 전염병이 대체 얼마나 퍼졌는지 파악도 못 하고 있을 거고, 백신을 누가 맞았는지 얼마나 더 맞아야 군중면역이 형성이 되는지 이런 것도 아무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일종의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이를 관리하게 되는데, 지역마다 있는 이 컨트롤 타워가 바로 보건소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소의 진료 업무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의료취약계층’이 있기 때문. 보건지소를 원칙적으로 ‘보건소가 없는 읍,면 단위’에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까닭은 그것이 의료 취약 계층을 위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의료 취약 계층이라 하면 병의원급 의료기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읍,면단위 지역, 즉 시골 지역이라 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지역의 진료를 위해 보건지소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보건소의 진료 업무 역시 이런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따라서 보건소의 진료비는 개인 병의원보다 더 싸게 책정되어 있다.
문제는 보건소법 시행 이후, 한국이 전국민의료보험과 당연지정제, 의료보호제도 등을 시행하면서, 사실상 모든 병의원이 공공의료의 영역으로 편입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런 다양한 제도를 통해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1차의료는 상당 수준으로 보장되었다. (1차의료다, 1차의료.) 병의원이 제대로 없는 시골이라면 당연히 보건지소의 진료가 필요하지만, 도시 지역에서 ‘돈이 없어서 의원 대신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다시 말하지만, 1차의료 얘기다, 1차의료. 어차피 보건소에서 2, 3차 의료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자연히 보건소의 진료 영역은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진료’를 넘어, 소위 중산층에게까지 넓어졌다. 당장 박원순씨의 도시형 보건지소나 보건소 야간진료만 봐도, 이건 어딜 봐도 ‘의료취약계층’을 타겟으로 한 정책은 아니다. 오히려 ‘돈은 있어도 시간이 없는, 바쁜 현대인’을 위한 정책이라 봐야 한다.
이처럼 보건소의 진료 시스템은 이미 소위 ‘중산층’을 겨냥하여 다시 디자인되고 있으며, 의료취약계층의 보호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및 의료보호 제도가 완성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여전히 보건소는 예전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진료를 제공할 때처럼 ‘값싼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다. “의사놈들아, 그럼 너네도 값싸게 제공하든가. 돈 많이 남겨먹지 않냐”고. 그런데 사실 보험 진료에서는 돈을 많이 남겨먹지 못할 뿐더러, 그렇게 값싸게 하면 대놓고 불법이다. 대놓고 의료법 위반이다.
그럼 왜 보건소의 진료 업무가 이렇게 기형적인 형태로 고착화되고 있는가 하면… 사실 이런 보건소의 진료 업무가 기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지적은 1990년대부터 나왔고, 그 이유도 그때부터 명확히 지적되어왔다. 표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건 상당히 질이 안 좋은 형태의 포퓰리즘인 셈이다. 당장 보건소 진료 업무 축소한다고 하면 여기저기서 난리날 것이다.
따라서 박원순의 서울 같은 경우에는, 그냥 쉬운 꼼수를 선택했다는 느낌인데… 공공의료 확충, 시민들을 위해 의료의 문턱 낮추기, 이런 과제가 정말이지 시쳇말로 ‘더럽게’ 어려운 과제다 보니, 그냥 기존의 기형적인 시스템에 편승했다는 것. 물론 이렇게 해서라도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 그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의료 시스템에 균열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이고, 게다가 이 비슷한 정책은 오세훈도 시행했다가 망한 적이 있다. 아무리 보건소 진료가 점점 중산층을 타겟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당장 감기만 걸려도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으로 달려가는 현실이니 말이다. 과연 이 정책이 꼼수 그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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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보건소 진료 확대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 해도 문제인 게… 이런 식으로 보건소가 일차의료를 성공적으로 잠식하게 되면 의사들의 일차의료 기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고, 의료전달체계는 더 개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국가기관이 모든 걸 다 하려고 하니 문제가 많이 생기는 듯..
링크 좀 가져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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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국회의원 리뷰 사이트 : http://ratuum.com/박원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