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과잉 진료는 존재하나

좌파 진영에서 그토록 목놓아 부르짖는 총액예산제 / 포괄수가제는 정말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지금과는 다른 길’ ‘상호 보완’이 될 수는 있겠으나, “건강보험에 돈이 모자란다”는 현실이 그대로인 상황에선 그 어떤 제도든 제대로 굴러갈 리가. 만일 총액예산제가 건강보험의 총체적인 돈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다면, 그 이후 일어날 일은 너무 뻔하다. 지금보다 진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

또 많은 사람들이 “한국은 과잉진료가 문제다” “총액예산제나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면 이 문제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과잉진료라는 것이 진짜로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인.

첫번째로, ‘과잉 진료’라는 개념 자체가 조금 이상하다. 50의 돈으로 50의 건강을 지킬 수 있고, 100의 돈을 들어 70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할 때, 후자를 보통 ‘과잉 진료’로 취급하는 것 같은데… 돈과 건강을 이렇게 1대 1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일까? 과잉 진료라는 말은 마치 의사들이 필요없는 진료를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더 정확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면 좋은데 돈과 인력이 모자라니까 어쩔 수 없이 양보해야 하는 수준의 진료’ 같은 식으로. 안다. 너무 길다는 것. 그런데 ‘과잉 진료’ 같은 용어는 대놓고 선동용이잖은가. 그것보다는 낫지 싶다.

또한 외국에 비해 의료비 지출 규모가 현저히 적은 한국의 실정상 과잉 진료란 정말 있을 수 있는 것인가? 만일 정말로 과잉 진료라는 것이 벌어지고 있다면, 이는 한국의 의료기관들이 돈은 덜 받으면서 서비스를 많이 제공한다는 뜻이니 오히려 환자에게는 좋은 일이다. 만일 한국에서 과잉 진료라는 것이 벌어지고 있다면, 이는 환자들에게 유해한 것이 아니라 의사들에게 손해가 되는 것일 터이다.

“[단상] 과잉 진료는 존재하나”에 대한 4개의 댓글

  1. 안녕하세요, 종종 글을 읽는 독자입니다. 그런데 과잉진료에 대해 오해를 하고 계신거 같아서, 반익명으로 글을 남깁니다. 과잉진료는 예를 들면, 환자가 아닌 데 환자취급을 하는 것 입니다. 즉, 암환자가 아닌데 암일지 모르니 검사 받아라… 하고 치료비를 받아가는 것이죠. 진료가 지나치면 멍쩡한 사람이 환자취급을 받고 비싼 검진료와 입원비, 심하면 수술비까지 내는 경우가 실제 있습니다.

  2. 과잉진료=자기들이 생각하기에 가격이 무척 저렴한 “좀 출처가 의심스럽고 비위생적인” 진료를 받아도 비싸다고 생각되는 병원 치료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위의 누나 1명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오랫동안 응급실 근무 후 암센터 췌장암 병동으로 갔다가 현재는 암 코디네이터)를 하고 있어 응급실 시절 근무담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1차 진료기관인 보건소나 소규모 동네개인병원에 가도 충분히 완치될 수 있는 병(예 : 감기)인데도 아이가 걱정된다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밀고 들어오는 사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과잉진료라기 보다는 가벼운 질병으로 좀더 심각한 환자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대학병원에 가서 “우리나라는 진료비가 턱없이 비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데 치과 진료는 좀 비싼 것 같습니다.

  3. 1. 비보험
    과잉진료라는 용어가 비보험에서 발생하였을 때는 정당한 뉘앙스를 가진다고 생각함. 다만 비보험 영역에 대해서는 총액예산제나 포괄수가제가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봅니다.

    2. 보험영역
    항생제 남용이나 무분별한 입원오더같은, 1,2차 병원에서 병원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처방할 수 있는 몇 가지 영역도 있다고 생각함다. 여기에서 사회적 낭비는 발생할 수 있슴다. 하지만 제가 본 바로는, 일반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의사들이 처방을 마구낸다는 관념보다는 훨씬 보수적으로 처방하는 것 같음.. (이건 사견임당. 근거는 없음요)

    3. 공공보험이 아닌 사보험
    오히려 의사들의 과잉 처방은, 보험 시장에서 기인하는 것이 더 큰 듯. 우리나라에서 본인부담금을 진료비 전액의 30%을 내게 하는 것은 보험 재원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보험이 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기 위한 것도 있다고 생각함다. 그런데 사보험이 본인 부담금을 거의 전액(또는 +a)을 보전해 주면서 시장 왜곡이 더 심해진 것 같음다. 국가-의료기관 카르텔이 아닌, 의료기관-환자의 카르텔이 형성되지용.
    그리고 국가가 재원을 일부 보전해 주는 노인장기요양 같은 경우도 실상을 까 보면 노인장기요양 공단보다는 수급권자들의 행태가 더 개판이지 말입니다. 그에 편승해서 요양기관들도 짝짝궁이 맞고 있고.

    4. 그리고
    매년 가을 독감 무료 예방 백신을 맞기 위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건소에서 벌이는 전쟁을 보면, 님의 말대로, 왜곡된 보험시장을 정상화 시키는 게 정답인 듯. 만인이 적게 내고 모든 사람이 많이 받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 것인지. 그들에게 분배해 줄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하든지 아니면 그들에게 몇 명은 자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납득시켜야 할 터인데. 의사들의 수가를 어떻게 묶을 것인가는 지금 상황에서는 정답이 아닌 듯 함요.

  4. 1. 비밀댓글님께 – 사실 암환자가 아닌데 암 검사를 했으니 과잉 진료라는 견해는 무리라고 봅니다. 얼굴만 보고 “어 당신 암 환자네” 하고 알 수 있으면 그건 궁예지 의사가 아니거든요. 암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입원해 검사를 받고 또 수술까지 하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일 수 있습니다.

    2. 백송님께 – 1차, 2차, 3차 의료전달체계가 망가졌다는 것은 현재 한국 의료계가 맞닥뜨린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총액예산제니 포괄수가제니 하는 얘기보다 앞서서 논의되어야 하는 게 사실 이쪽인데…

    3. 유자차님은 본문보다 충실한 댓글을 달면 글쓴이가 없어보이지 않습니까. 이러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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