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팩과 매너와 이상한 나라의 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가 “대중교통에서 백팩을 메는 것은 매너에 어긋난다”며 “대중교통에서는 백팩을 이렇게 하자”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트위터에서 나누었던 단상을 짤막히 정리.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11023204826992&p=imbc

1. 기사는 초입을 이렇게 연다.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위해 백팩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기사 초입부터 들어줄 가치가 없다. 심지어는 토드백조차, 양손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하기에 전혀 불편을 주지 않는다 (어깨에 메면 그만이니까). 보통 백팩을 많이 쓰는 세대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의 ‘학생 세대’다. 적어도 내가 학생 때 백팩을 선호했던 이유는 가방이 무거워 백팩 이외의 가방은 어깨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었고. 무슨 개뿔이 “스마트폰을 양손으로 쓰기 위해서…” 냐. 그런 이유로 백팩 메는 사람이 최소한 기자 주위에 한 명이라도 있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여러 사람에게 묻는 건 기대하지도 않으니까, 최소한 주위 사람에게라도 물어 보았느냐고.

2. 다른 가방에 비해 비교적 큰 부피의 백팩이 상대의 통행에 불편을 야기할 수 있음은 당연하고, 이를 인식하고 상대의 불편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제로도 백팩 메고 다니면서 남의 통행에 불편을 야기하든 말든 신경 안 쓰는 사람들 분명 있다. 서로의 매너가 필요한 것도 당연하다. 다만 이 글에서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간명하다. 왜 그 매너를 하나의 “룰”로 환원하냐는 것이다.

3. “백팩은 앞에 가져다 놓거나 선반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식으로 매너의 ‘가이드라인’을 정해버리려는 MBC 뉴스의 보도 방향은 상당히 불편하다. 그렇게 가이드라인을 딱 정해버릴 수 있는 문제라면 애당초 매너가 아니라 규칙으로 정해졌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백팩에 노트북이나 (주머니에 넣을 수 없는) 큰 지갑 등 고가의 물품이 들어있다면, 그것을 사람이 북적이는 지하철에서 누구나 손을 뻗을 수 있는 선반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가? 또한 백팩이 문제가 될 정도의 만원 지하철에서는 일단 백팩을 선반 위에 올려놓겠다고 그 ‘선반 앞’까지 가는 행동이야말로 오히려 민폐가 되기 십상일 터인데?

4. 나 같은 경우,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백팩을 앞이나 옆으로 돌리고 최대한 몸에 밀착시키는 자세를 취한다(크로스백 등을 멘 것처럼). 반면 많은 경우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므로, 발에 걷어차이기 십상인 아래쪽에 내려 두거나 내 손을 아예 떠나버리는 선반 위에 두는 건 피한다. 이렇게 하면 남의 통행에 전혀 불편을 주진 않겠지만 정작 ‘내’가 몹시 불안해진다. 그리고 터무니없을 정도의 러시아워 만원 지하철에서는 가방을 어찌 하든 무조건 타인의 통행에 불편을 안 줄 수가 없고, 가방을 옮겨 메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민폐가 되므로 그냥 최대한 가방을 당겨 메는 정도로 행동한다. 마지막으로, 백팩이 타인의 통행에 방해가 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람이 적은 지하철 등) 그냥 메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당장 가방이 무거우니까.

5. 또 한 가지 문제는 “서로의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배려한다”는 큰 주제가 유독 “백팩을 멘 자”에만 한정지어 강요된다는 것. “매너를 지켜야 하는 백팩 소유자”와 “그 외 사람들”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자체가 다소 불편하다. 예를 들어 강남이나 명동처럼 사람이 많은 길가에서는 백팩을 유독 손이나 몸으로 ‘거칠게'(‘살살’이 아니라, 대놓고 ‘거칠게’) 밀쳐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백팩을 메고 다니는 것이 매너에 어긋나는 일이므로 감수해야 할 일인가?

6. 또 매너 얘기를 하다 보면 꼭 “다른 나라는 이렇게 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이것도 좀 밑도 끝도 없다. 일단 직접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보지 않는 이상 확인 불가능한 얘기라서 반박 자체가 불가능한데다가,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한다는 게 판단의 준거가 될 수도 없다. 다만 참고의 대상이 될 뿐.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이유로’ ‘이렇게 하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이유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정도로 얘기가 전개되는 것이 정상이지, “다른 나라에선 이런 게 기본이다”라는 태도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7. 애정남이 재미있을 수 있는 이유는 그게 개그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 속에서는 누군가 “애정남에서 정한 대로 하지 않는다”고 구박하는 일이 없으니까. 그런데 뉴스가 그런 거 하고 있으면 안 된다. 뉴스는 마치 자기네들이 ‘객관적인’ 것처럼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상황에 따라 적용되던 애매한 문제, 매너는 뉴스가 재단한대로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된다. 이미 ‘꼰대의 아이콘’ C모 커뮤니티는 “뉴스에서 정해 주었으니 앞으로 논란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뉴스가 예능 프로그램이 되었나.

8. 번외. 중간에 “나이든 사람이나 임산부가 와도 가만히 있는다”는 인터뷰는 백팩 매너와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로 보이는데 굳이 끼워넣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대놓고 주제를 호도하기 위한 장치.

9. 번외 2. 신만철 도시철도팀장의 인터뷰는 “백팩을 메고 다닐 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매너가 필요하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 기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 같은데 기사는 이 인터뷰에서 수 걸음이나 더 나아간 무리수로 점철.

10. 번외 3. “발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따라…” 기자는 학생들이 백팩이 ‘유행이라서’ 들고 다니는 걸로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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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유행이기도 함… 이거 사주실 분…

“백팩과 매너와 이상한 나라의 MBC 뉴스데스크”에 대한 10개의 댓글

  1. 저도 좀 이상하게 느꼈던 기사인데 예전 9호선 개통할때 기사를 찾아보니
    ‘선반의 이용률이 높지 않고, 테러 등의 위험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선반을 없애는 추세’라는 지하철 관계자의 언급이 있더군요. 그냥 선반에 올리라는 이야기가 나오길래 참고로..^^
    http://www.makehope.org/23

  2. MBC 뉴스데스크는 예능프로입니다. 뉴스아니에요 아직도 모르셨나요
    가장 히트한 코너로 폭력성 실험이 있습니다. 합성사진걸고도 내용상 문제 없으니 괜찮다 하는거 보면 뉴스이기를 포기한듯…

  3. 기자가 지하철에서 백팩에 얻어맞았나봅니다……. 그후로 백팩 유저들에 앙심을품고 백팩의 위험성을 공론화하고자 이런기획을 한듯ㅋㅋㅋ

  4. 게임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피시방의 전원을 내려 보았습니다

    “우어어어어 씨발”

    게임을 못하게 된 이들은 금새 폭력적으로 변했습니다

    MBC 뉴스 엠병신 기잡니다

  5. 뉴스데스크의 보도의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백팩 때문에 짜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백팩이 개인에게는 편리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매너를 갖추는 것은 필요할 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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