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빌리티스는 19세 미만 입장 불가

KBS에서 방영되었다는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최초로 여성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였다는데, 아쉽게도 나는 보지 못했다. 드라마 자체는 굉장히 평이하고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는 듯. 다만, 이 드라마를 둘러싼 사회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몇 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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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은 “‘여성 동성애’ 드라마를 보는 판이한 시선”이란 제목의 기사를 썼는데, 겉으로 중립인 척은 하지만 이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썼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옹호측의 의견으로 “불륜, 살인을 다루는 막장드라마가 판치는 세상에 가벼운 동성애 코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소개한 부분은 난감. 불륜, 살인 등의 코드와 동성애 코드를 애당초 비교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그보다 특히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19세 이상 시청가”를 받았으니 괜찮다는 의견. 물론 오늘날의 사회 분위기에서는 이 정도만으로도 상당히 진보적인 의견임에 분명하지만, 그래도 충분치는 않다. 수위가 ‘가벼운 스킨십’ 정도였는데 19금 딱지를 붙였다면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핵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같은 수위의 이성애 스킨십에 비해 더 높은 등급을 받는 건 전혀 근거가 없는 부당한 처사다. 사실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에 19금 딱지를 붙인다면, 그 이전에 ‘웃어라 동해야’야 말로 19금 드라마가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왜 그러한가? 사실 이런 ’19금 딱지’는 명확한 규칙에 따라 붙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프로그램의 등급분류 및 표시 등에 관한 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져 있는, 19세이상 시청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주제 및 내용이 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하며, 시청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
  • 살생묘사 및 유혈장면 등 강도 높은 폭력장면이 현실적이거나 구체적으로 묘사된 것
  • 신체의 부분 노출, 직접적 암시적인 성적 접촉, 성행위 등 선정적인 표현이 구체적이거나 노골적으로 묘사된 것
  • 모욕적인 언어나 욕설, 저주, 저속한 동작 등이 사용된 것 

엄연히 ‘규칙’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규칙을 해석해온 큰 흐름이 있다. 이런 것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등급을 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규칙상으로, 동성애를 다뤘다고 해서 이성애를 다룬 작품과 다른 등급을 부여한다는 건 근거가 전혀 없다. 주제와 내용이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한가? 서울 고등법원은 남성 동성애를 다룬 영화 ‘친구사이’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 대해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는 등 교육적 목적도 존재함을 천명한 바 있다.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역시 같은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마땅하다. 이후의 세 항목, 폭력이나 선정성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조차 없겠다.

세간의 편견을 전부 무시하고 한꺼번에 부수어 버릴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한국은 헌법이 있고 법이 있는 나라다. 규칙이 이미 정해져있는 바, 공영방송의 행태가 이렇게 자의적인 것이 된다면, 전향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냥 칭찬하기는 어딘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모두 무시하고, 오직 자신들의 아집에 따라 모두가 행동할 것을 원하는 어떤 ‘증오의 결정체들’에 대해서야 더 말할 필요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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