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의 전염 경로 및 동성애와의 관계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인 HIV는 전파 경로가 상당히 명확한 바이러스 중 하나이며, 따라서 그 전파 경로에 대한 역학조사도 상당히 잘 수행되고 있다.

2011년 3월말 기준, 우리나라 누적 HIV 감염자 수는 7,835명. 이중 1,393명은 사망하고 현재 6,442명이 생존해있다. 전염 경로는 성접촉이 대부분으로 97~98% 수준을 차지하며, 수혈 및 혈액제제에 의한 것이 1% 미만, 그 외에 수직감염이나 마약 사용에 의한 경우도 극소수 존재하는데, 수혈 / 혈액제제 / 수직감염 / 마약 등으로 인한 감염을 다 합치면 누적 60명 정도. 또한 그 감염 사례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도 하고, (2009년경 HIV 양성 반응을 보인 혈액이 3명에게 수혈, 언론에서 크게 보도한 적이 있으나 다행히 감염되진 않았던 바 있다.) 사실 보통 사람이 걱정할 전염 경로는 성접촉 한 가지 뿐이다.

그런데 실제로 성접촉에 의한 감염확률이 높은가 하면, 사실 매우 낮다. 워낙 전염률이 낮은 질병이기도 해서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려운데, 사정을 동반한 일반적인 삽입 성교에서 약 0.1~0.3% 정도의 전염률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구강 성교의 경우에는 전염 사례가 보고되고는 있으나 전염 확률은 그보다 훨씬 낮을 것(0.01% 수준)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항문 성교의 경우에는 전염 확률이 보다 높아서 0.1~1% 정도의 전염률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단 이상은 ‘한 번의 성행위’로 인한 전염 확률을 나타낸 것이므로, 실제 지속적인 성생활을 하게 되면 당연히 감염 확률은 높아지게 된다.

성행위로 인해 HIV가 전염이 되는 이유는 간단하고 확실하다. 성행위에 의해 정액이 점막과 접촉하기 때문. 이 사실만 확실하게 알면 그 전염 경로를 차단하는 방법도 어렵잖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정액이 점막과 접촉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 어떻게? 콘돔을 써서. 구강 / 삽입 성행위를 할 때 콘돔을 철저하게 사용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겠다. 문제는, 성행위시 느낌이 떨어진다거나 통증이 심해진다는 이유 등으로 해서 콘돔을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히 구강 성행위시 콘돔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게다가 콘돔을 사용한다고 해도 100% HIV 감염을 막는 것은 아니므로, (물론 예방 효과가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다. 더불어 HIV는 전염될 확률이 매우 낮음을 고려하면…) 콘돔 사용 못지 않게 검진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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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HIV의 전염 경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늘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동성애와 HIV의 관계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심지어 “게이 된 내 아들 에이즈로 죽으면 책임져라” 같은 무지막지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이 부분이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데, 여러가지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

일단, 동성애를 HIV의 전염 경로라고 말하는 건 어폐가 있다. HIV의 전염 경로는 성행위 그 자체지 동성애냐 이성애냐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 어차피 HIV 비감염인과 성행위를 했거나, HIV 감염인과 성행위를 했더라도 콘돔 등을 잘 사용했다면 감염 위험이 사실상 없고, 감염인과 성행위를 하면서 콘돔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때도 문제는 동성애자인가 하는 여부가 아니라 성행위의 형태가 어떤가와 같은 것들이다. 실제로 사정 등이 일어나지 않는 여성 동성애자간의 성행위에서 HIV의 전염 확률은 극단적으로 낮아지며, 실제로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가 단 한 명도 보고되고 있지 않다.

단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서 HIV가 상대적으로 ‘많이 일어난다’는 말은 어느 정도 정설로 인정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고 있는데 정확하게 ‘무엇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 우선 남성 동성애자들이 더 많은 성적 파트너를 갖는 경향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 항문 성교의 비중이 아~무래도 높지 않겠는가(…)하는 점 등이 주 원인으로 추정된다. 굳이 ‘추정’이란 말을 쓰는 이유는 이에 대한 정확한 연구 결과가 나온 건 아니기 때문. (특히 한국에서는.) 역학조사란 것 자체만 해도 워낙 어려운 것인데, HIV 감염은 그 절대적인 수가 적어서 그게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물며 자신의 존재조차 외치기 어려운 남성 동성애자들이 그 대상이라니. 이건 컴퓨터 앞에 앉아서 HIV_감염인_현황.HWP 파일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분석 가능할 정도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굳이 이런 고민까지 들어갈 필요도 없이, 특정 집단에서 특정 질병이 많이 일어난다고 해서 그 집단을 매도하는 한기총 등 일부 기독교계나 수구 집단은 무시해야 한다. 인권적인 측면에서도 말이 안 되는 얘기인데다, 사실 그런 논리를 가지고 의학 교과서를 보면 답이 안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성경험 상대가 많은 집단에서’ 발병률이 높은 병이 있는가 하면 ‘성경험 상대가 적은 집단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병도 있고, ‘농업 종사자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병’ 같은 식으로 특정 직종에서 많이 나타나는 질병은 셀 수 없을 정도. 그냥 바보같은 논리인 것이다.

문제는 “남성 동성애자 군(群)에서 HIV 감염은 더 많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논의가 보통 남성 동성애자를 비하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결국 순수한 학술적인 입장도 이런 수구 세력에게 이용당하기가 십상이고, 결국 그만큼 얘기를 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 이 시리즈에서 계속 하는 이야기인데, 결국 한기총 등 일부의 비이성적 목소리야말로 HIV와 에이즈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를 오히려 틀어막고 건강권을 침해하는 적인 것이다.

한편 위험한 것은 ‘동성애’가 아니라 ‘위험한 성행위’일 뿐이므로, 이 경우에도 콘돔을 쓰는 안전한 성생활을 하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된다. 물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다면 더욱 금상첨화. 이런 이유로 해서, 남성 동성애자 사회에서는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이 이성애자 사회에 비해 훨씬 많이 이뤄지고 있으며, 남성 동성애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에이즈 유관 단체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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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 외의 전염 경로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최근 “HIV, 일상생활으로는 감염되지 않습니다” 같은 캠페인이 많아지며 인식이 재고된 바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막연한 공포가 있는 것은 사실. 그러나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또한 전문가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현실적으로는 직접적인 성행위 이외에 전염 경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거의 없다면 있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을 수도 있으나, 여기에서의 ‘거의 없다’는 말은 진짜로, 의학적으로 100%를 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쓰는 표현일 뿐. 대충 계산하면 한기총의 테러에 휩쓸릴 확률의 1/1000 정도 되는 듯. 감염인이 면도를 하면서 살갗을 긁어내듯이 해 피가 뚝뚝 흐르는데 그걸 씻지도 않고 바로 가져다가 면도를 했는데 만만찮게 면도 실력이 엉망이라서 역시 살갗을 긁어내 피가 뚝뚝 흐르는(…) 정도의 비조심성이 있다면야 모를 일이겠지만 말이다.

혈액이나 정액은 가장 중요한 경로지만, 이것이 피부에 닿는다고 해서 전염이 되는 건 아니므로 안심해도 된다. 피부에 상처가 있는 경우에는 주의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피부의 상처는 수 시간 내로 딱지가 생기기 마련이므로 역시 전염 경로가 되기엔 어렵다. 또한 HIV는 공기 노출시 수시간 내에 사멸하므로, 혈흔 등을 통해 전염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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