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치료 / 관리의 실제

일단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퀴즈 하나.

HIV(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

1) 6개월 이하 2) 1년 이하 3) 5년 이하 4) 10년 이하 5) 30년 이상

출제자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문제(…). 정답은 5번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상식처럼 된 얘기지만, 당장 네이버 지식인만 봐도 HIV 감염인의 질문에 “안타깝지만 오래 살 수 없으실 것 같습니다” 같은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답으로 달려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으니, 상식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걸지도. 어쨌든 기대 여명이 30년이라는 건, 사실상 비감염인과 거의 같은 정상 수명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용어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에이즈 환자’라고 칭하는 경우는 대부분 실제 에이즈 환자가 아니라 HIV 감염인이기 때문.

HIV는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이지만, HIV에 감염된다고 해서 바로 에이즈가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에이즈, 후천성면역결핍증이란 HIV가 증식하여 각종 감염과 종양 등이 나타난 상태를 의미하는데, 감염 후 실제 증상이 발병하기까지는 최대 십 년 이상의 잠복기가 있다. 또한 적극적인 검사를 통해 감염인이 감염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그도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면역력이 저하되어 여러 감염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도모하게 될 것이고, 실제로도 이런 치료를 통해 HIV-RNA가 검출한계 이하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이렇게 관리가 된다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물론 안전하지 않은 성생활을 하더라도(!) 감염될 확률이 많이 낮아지게 된다고. (그렇다고 콘돔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지만.)

흔히 에이즈는 치료제가 없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병을 완치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지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HIV의 증식을 억제하고 있으며, 특히 뉴클레오티드 역전사효소 억제제 / 비뉴클레오티드 역전사효소 억제제 / 단백분해효소 억제제 등을 동시 복약하는 ‘칵테일 요법’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에이즈 치료약은 원래 내성이 매우 무섭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내성 발생도 획기적인 수준까지 줄일 수 있게 되었고, 이미 내성이 발생한 환자도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하여 삶의 질을 높일 수가 있다. 칵테일요법은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내성 발현 우려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HIV 감염인의 기대여명이 근 이십년 간 몇 배로 급격히 증가한 것은 이러한 치료법의 발전에 기인한다.

사실 이런 치료약이 싼 것은 아니다. ‘로슈’ 사는 자사의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의 가격이 낮다며 공급 거부를 벌인 적이 있는데, 이때 로슈 사가 제시한 푸제온의 약제비는 연간 2천 2백만원. 보통 사람이 부담하기에는 적잖은 액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에이즈치료제는 대체성이 없는 중요의약품이란 이유 등으로 해서, 본인부담이 ‘0’이기 때문. 다시 말해, 무료 공급된다! 또한, HIV 감염인이 관련 질환으로 진료를 받을 경우 보험급여 중 감염인이 부담하는 진료비를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

프레지스타
최근 시판이 시작된 에이즈 치료제 프레지스타.

여기서 끝이 아니다. HIV 감염인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선정에도 몇 가지 특례가 있는데, 가족과 단절되어 생활하여 부양의무자 조사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본인가구 소득인정액만으로 수급여부를 판단한다. 또한 대중교통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고려, 1500cc 미만의 승용차는 일반재산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일전 썼던 글의 제목을 다시 한 번 인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회는 멸시하고, 국가는 보호한다.”

감염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학교 및 직장에 감염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HIV 감염인이 감염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호하고 있는 것. 진료를 받을 때도 진료에 참가하고 있는 의료인 등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감염 사실을 알 수 없으며, 감염 사실을 외부로 누설하는 건 법으로 아예 금지되어 있다. “동성연애 허용이라니 에이즈가 퍼진다” 운운하는 수구 세력의 프로파간다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감염인에 대한 편견이 워낙 심하고, 이런 편견이 HIV 감염인들의 인권을 해침은 물론 HIV 예방에도 엄청난 방해가 되기 때문에(…) 택하고 있는 정책이다.

관련 협회 및 유관 단체에서는 최근 에이즈 관련 캠페인의 중심을 “콘돔을 씁시다”류의 예방 정책에서 “HIV 감염인도 우리의 이웃” 같은 류의 인식 재고 쪽으로 옮기고 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에이즈는 불치병이 아니라 관리하면 되는 만성질환”이라 얘기한다. 물론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했고 또한 고통스럽게 하고 있으며, 내성으로 힘들어하는 감염인들도 많지만, 하루가 다르게 치료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으로써 오늘날 HIV 감염은 얼마든지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오직, 우리의 편견 뿐이다.

“에이즈 치료 / 관리의 실제”에 대한 2개의 댓글

  1. 핑백: Macbrion Post
  2. 핑백: Macbrion Pos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