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분양이란 말의 기만성

요새 반려동물은 ‘산다’ ‘판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값’ 같은 말도 쓰지 않는 것 같다. 대신 보통 이런 말을 쓰는 모양이다. “예쁜 강아지 / 고양이 분양해요.” 사고 싶다는 사람이 생기면 “책임비는 40만원이에요” 아니면 “분양비는 40만원이에요.”이게 뭔 소린가? 뭔가를 주고 돈을 받았다 – 이건 그냥 사고 파는 거다. 굳이 여기에 ‘분양’이니 ‘책임비’ ‘분양비’ 같은 말을 붙인다고 해서 본질이 바뀐다고 할 수 있을까?

분양이란 단어는 그 중에서도 제일 이상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분양’이란 단어를 쓰는지도 모르겠다. 분양은 뭔가를 “갈라서 나눠준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분양” 같은 식으로 쓰이는 단어. 그러니까 ‘강아지를 분양’한다는 얘기는 강아지를 ‘갈라서 나누어준다’는 뜻이 된다. 억, 갑자기 호러가 되었다. 왜 사람들이 이런 이상한 말을 쓰고 있는가 하니, 아마 ‘입양’이 그 어원이 아닐까 싶다. ‘물건’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에서 ‘입양한다’는 말을 쓰기 시작했고, ‘분양’이란 말이 ‘입양’과 어감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파생된 것 같다. 하지만 ‘분양’은 물건에 쓰는 말인데다가 이미 판다는 뜻이 들어있다는 것이 함정.

언어의 사회성에 따라 ‘분양’이란 말의 뜻을 확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이건 좀 무리수다. 입양의 ‘양’은 기를 양(養)을 쓰지만, 분양의 ‘양’은 넘겨줄 양(讓)을 쓴다. 둘은 전혀 다른 뜻인데다가, 이미 ‘나누어서 판다’는 뜻의 분양이란 말이 훨씬 폭넓게 많이 쓰이고 있다. “많이들 그렇게 쓰니까 그런 뜻도 추가한다”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버리기에는, 혼란이 너무 크다.

책임비라는 단어는 기만적이다. 동물을 기르는 데 책임감을 주기 위해, 또는 어느 정도 책임감이 있는 사람을 걸러내기 위해 적은 돈을 받는다고 하면 –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만일 그런 의미에서 책임비를 받는 것이라면, 그건 동물을 준 쪽에서 아예 받아서 쓸 게 아니라, 입양한 집에서 동물이 자리를 잡으면 다시 돌려준다거나, 관련 단체에 아예 기부한다거나 하는 방식을 취해야 마땅하다. 동물을 준 쪽에서 돈을 가져간다면, ‘시세’보다 적은 돈을 받았다 해도 사실 그건 판 것이다. 무언가를 주고 돈을 받았다, 우리는 그걸 보통 ‘팔았다’고 말하니까.

입양 수수료란 명목으로 돈을 받는 건 어떨까? 이건 더 기만적이다. 동물보호기관 등에서라면 유기동물 구조 / 보호 등에 필요한 경비를 입양비 명목으로 받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 대 개인의 거래에서는 그런 명목이 없다. 만일 상대에게 ‘입양 수수료’,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분양비’를 받는다면, 그건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을 ‘일’ 또는 ‘봉사’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경비’를 청구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정말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사실 제대로 된 선택지는 돈을 받을 게 아니라 실제 입양처럼 당분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잘 자라고 있는지에 대해 사후관리를 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만일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입양이란 단어는 기만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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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웰시코기

3줄 요약
1. 반려동물을 사랑하며 키우는 건 좋은 일이다.
2. ‘분양’이나 ‘책임비’ 같은 말은 기만적이다.
3. ‘분양’이란 말은 애당초 ‘입양’과 짝이 되는 말도 아니다.

“동물 분양이란 말의 기만성”에 대한 9개의 댓글

  1. 저는 ‘반려동물’ 같은 말도 기만이라고 생각하는 ‘야만인’인데, “티컵강아지 분양” 이런 글귀를 보면 누가 ‘야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1. 그건 좀 그렇죠(…) 더불어 ‘순종’을 따지면서 “애완 대신 반려란 말을 쓰자” “동물권 보장”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는 듯 한데 이런 것도 좀 우스운 것 같구요…

  2. ‘분양’이라는 말은 개나 고양이가 새끼를 하나씩 낳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한 마리’씩 나눠준다는 의미에서 쓰이는 용어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분양’이라는 말에도 매매의 의미가 담겨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말을 기만적이라고 할 것까진 없다고 보고요.

    물론 여기엔 ‘매도’라는 말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녹아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거래는 전문업자들이 하는 것과는 아무래도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구분하려는 마음이 이해는 갑니다. 대개 애완동물은 가축처럼 팔기 위해 키운 게 아니라 키우다보니 새끼가 생겼는데, 그걸 나 혼자서 다 기를 수 없으니 보낼 곳을 알아보게 됩니다. 그래서 보내는 쪽은 감각적으로 ‘판다’는 느낌보다는 말 그대로 ‘나눠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것도 기만이라면 기만이겠지만, 이런 사소한 수준의 ‘마음의 위안’을 위선이라고 윽박지를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요.

    책임비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보내는 쪽은 상대를 믿고 괜한 욕심 부리지 말고 나눠주고, 받은 사람도 생명 귀한 줄 알아 잘 기르면 참 보기 좋고 아름답겠죠. 하지만 보내는 입장에서는 쌩으로 넘기는 거 솔직히 아깝기도 하고, 그 말의 유래마냥, 공짜로 받았다고 막 대하거나 허투루 다뤄서 아프거나 죽어버리면 보내놓고 얼마나 뒷맛 찝찝합니까. 그렇다고 잘 기르나 못 기르나 감시할 수도 없고, 수시로 연락넣는 게 상대에게 얼마나 민폐고, 솔직히 말해, 얼마나 무례한 짓입니까. ‘당신을 믿지 못하겠다’고 대놓고 눈 앞에서 떠드니만도 못하죠.

    책임비라는 것에는 물론 거래의 대가라는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보내는 쪽과 받는 쪽 사이에 얽혀있는 이 미묘한 관계를 ‘정리’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거라고 봅니다. 대가 개념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걸 위선이라고 쉽게 단정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1. 우선, 이 글은 동물을 ‘사고 판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분들이 “입양” “분양” 등의 말을 쓰는 것에 대해 반대하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사고 판다’는 말에 ‘지나친’ 알러지 반응을 보이면서 이런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기만적임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여러 마리를 나누어준다는 의미에서는 ‘분양’이란 말을 쓸 수도 있습니다만, 여전히 어색한 쓰임이긴 합니다. 게다가 한마리를 판매할 때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분양’이란 단어를 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구요.

      저는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왜 문제가 되며, ‘당신을 믿지 못하겠다’고 떠드는 것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가족과 같은 개념이라고 알고 있는데, 가족을 보내고서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요. 상대에게 민폐라는 이유로 교류를 끊어버린다면 그것을 과연 ‘반려’라 칭할 수 있을지 의아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런 문화가 정착되어있지 못하기 때문에 책임비라는 방법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이를 정리하고자 한다면, 역시 그 책임비는 입양보낸 측에서 가져갈 것이 아니라, 기부와 같은 형태로 유관단체에 전달하는 것이 적절하겠죠. 반려동물을 가족, 자식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면, 가족을 입양보내면서 부모 측에서 돈을 받는다는 건 그 어떤 의도가 깔려있든간에 정당화될 수 없으니까요.

  3. 개인적으로 애완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동물학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는지라…ㅠㅠ;;

    동물을 사랑하면…
    자연상태에서 살게하고… 나중에 한번씩 찾아가야지…
    지옆에 두기위해서 성대수술하고.. 중성수술하고…. 그것이 학대지 뭐에요…

  4. 시간이 좀 지나서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예전에 자주 가던 커뮤니티에서 권장하던 방법은 소량의 금액을 책임비로 받되,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받은 금액 정도의 동물에게 필요한 사료나 물품등을 사서 보내라였죠. 좋은 의도였긴 하지만, 공짜나 다름없게 받은 동물을 가격을 붙여 팔아버리고, 나중에 받은 사료나 물품들도 팔아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결국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 같네요.

  5. 용어의 문제에 대해서 매우 공감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그런 기형적인 용어들이 생긴 이유가 동물은 사고 파는 것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생긴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동물을 사고 파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스스로 줄여보고 싶었던 거겠죠..

    미래에는 동물을 금전을 대가로 사고 파는 일이 아예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반려동물(?)을 데려오는 것은 개인간의 입양으로만 이뤄지고, 기형적인 반려동물 생산 산업 문제 등이 사라졌으면 하는 거죠..

    개나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최근 많이 달라지고, 심지어는 육식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미래의 희망을 가져봅니다.

  6. 보통 책임비는 나중에 돌려줍니다.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같은 극도로(?) 고양이를 사랑하는 카페에서 분양 받으면 책임비는 돌려받기 수월하죠. 그만큼 사람들이 철저하니까.

    1. 누가 그럽니까?

      고다야 말로 책임비를 분양비의 미화된 단어로 쓰는 꼴통 단체인데요.

      돈없으면 고양이 키울 자격 없다 운운 해대는 인간들이 무슨 철저는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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