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해킹에 즈음해 – 내 주소 알아서 뭐하게? 놀러오게?

대형 포털 사이트 ‘네이트’가 해킹당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얘기를 보면, 시쳇말로 ‘다 털린’ 것 같다. 모든 회원의 모든 정보가 유출되었고, 심지어는 이미 탈퇴한지 오래인 회원도 정보가 유출되었다고 한다. 정보가 유출된 사람의 수는 총 3500만명. 유출된 정보는 주민등록번호와 비밀번호(네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암호화되어 있다)부터 시작해 전화번호, 주소, 혈액형, 생일, 이메일 등 그야말로 온갖 정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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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사태다. 거의 전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이 사상 초유의 사태에 즈음해, 이제 진짜 본질을 물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본질적인 질문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1. “너네, 우리집 주소는 알아서 뭐하게?”

언론은 북한 소행이니 뭐니 하며 ‘해킹’ 자체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지만, 해킹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해킹에 대항해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하느냐 하는 것이고, 그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 쓸데없이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입력받지 않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도대체 왜 싸이월드가 우리집 주소를 알고 있어야 하는가? 알아서 뭐하게? 집에 놀러오게? 전화번호는 왜 물어보나? 내 번호 따서 뭐하게?

2. “너네, 내 주민등록번호는 알아서 뭐하게?”

주민등록번호를 저장해놓는 것도 뜨악한 일이다. 이 뜨악한 짓이 반복된 결과, 주민등록번호는 주민등록번호로서 가치를 잃었다. 사방팔방에 퍼져 있는 게 주민등록번호고, 도용 안 된 사람 찾는 게 더 힘들 지경이다. 포털 사이트는 그나마 암호화라도 한다지, 큰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받으니 작은 사이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따라하고 있다. 여기저기 인터넷 세상 곳곳에 전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제대로 된 관리도 없이 쑤셔박혀있고, 이 과정에서 스물스물 새어나간 내 주민등록번호는 암시장에서 공공연히 동전 몇 푼에 팔려나간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사이트들, 도대체 무슨 배짱이란 말인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아직도 실명제를 굳게 지키고 있는 한나라당도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심심하면 해킹 사태가 나고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는 상황,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금지해도 시원찮을 판에 강제한다니, 시쳇말로 ‘파시스트 돋는다’. 이렇게 멍청할 수가 없다. 그래도 악플 방지의 효과는 있지 않냐고? 지나가던 쇠똥구리가 웃을 소리, 디시인사이드가 실명제 사이트다!

한국에서는 주소나 전화번호는 기본, 주민등록번호까지 입력받는 게 당연시되고 있지만, 사실 그건 우리나라가 엄청 이상한 것이다. 트위터는 이메일과 비밀번호, 트위터에서 쓸 별명만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다. 페이스북도 실명 가입이 원칙이라지만 진짜로 내가 실명을 입력하고 있는지 그걸 주민번호까지 요구하며 확인받지는 않는다. 이런 실명 확인 제도는 사실 공산국가나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다.

사상 초유의 해킹 사태 앞에서, 이제 진짜 본질을 물을 때가 되었다. “도대체, 싸이월드가 내 주소랑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알아가서 뭘 하겠다는 건데?”

“네이트 해킹에 즈음해 – 내 주소 알아서 뭐하게? 놀러오게?”에 대한 2개의 댓글

  1. 핑백: Happy 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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