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힘이 세다, 블로그보다 더

1.

네이버에 살고 있던 한 블로거가 있었습니다. 이 블로거는 각종 생활 상식을 공유하기도 하고, 또 각종 생활용품을 공동구매하기도 하며 적잖은 팬을 거느리고 있었죠. 어느날 그는 ‘블루오존수’란 것으로 야채나 과일 등을 세척해준다는 한 세척기를 공동구매하자고 제안합니다. 자신도 이 세척기로 과일, 채소는 물론 온갖 용품을 다 세척해 쓴다고 자랑하면서 말이죠. 이 블로거의 많은 팬들은 그 블로거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서는 앞다투어 이 세척기를 구입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세상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다시피, 이 이야기는 배드엔딩으로 끝난다. 이 세척기는 소비자보호원 평가 결과 오존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존은 독성이 있으며 특히 호흡기에는 매우 나쁜 영향을 끼치는 물질. 사람들은 경악했고, 블로거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뭐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안 좋은 결말이건만, 이 항의의 과정에서 블로거가 제품 1개당 7만원의 ‘공동구매 수수료’를 받은 것이 드러났다. 이 세척기의 공동구매를 추진하면서 그가 챙긴 돈은 모두 2억 원 가량. 결과적으로, 그는 하자가 있는 제품을 돈을 받고 홍보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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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8&aid=0002566373 

2.

언론은 광고가 점령했다. 기사의 내용마저도 광고의 힘을 거스르기 어렵다. 예를 들어, ‘한겨레’ 같은 신문은 삼성에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다가 광고가 끊겨 큰 고난을 겪은 바 있다. 기업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는 거의 수정도 없이 기사화되어 지면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는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블로그를 찾았다. 그곳에서라면 보통 사람의 보통 견해를 – 광고주의 압력도, 기업과의 유착도 없는 그런 보통 견해를 들을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블로그의 글은 그저 재미로 쓴, 다른 사람과 감상을 나누고 싶은 생각에 일필휘지로 남긴 가벼운 글이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추어리즘. 생계와 분리된, 취미로서의 블로깅. 가볍고 편안해 보이는 문체.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블로그에 기성 언론 이상의 신뢰를 부여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뒤에 사실 뒷돈이 있었다면 어떨까. 기성 언론과 다를 바 없는 유착과, 광고에 대한 굴복, 선정성, 옐로 저널리즘이 자리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블로그에 글이 되어 올라갔던, 밥을 먹고, 여행을 하고, 생활용품을 사다 쓰는 – 블로거의 평범한 일상’처럼 보였던 것들’이, 사실은 식당의 협찬과, 여행사의 광고, 생활용품점의 수수료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어떨까. 그래도 그 가볍고 편안한 글들이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블로그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블로그는 도구일 뿐이다. 거기서 홍보를 하고 돈을 벌든, 광고를 달아 클릭을 유도하든, 그건 블로거의 마음대로다. 얼마든지 블로그에서 돈을 벌어도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까닭은, ‘돈’이 끼어드는 순간 블로그는 얼마든지 변질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기 때문이다. 옐로 저널리즘의 함정은 유독 기성 언론만의 것이 아니며, 경언유착의 인습 또한 조그마한 블로그라 해서 꼭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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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이폰과 옴니아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을 때, 얼마나 많은 블로거들이 옴니아를 칭찬했던가. 그때야 사실 차라리 나았던 게, 그 ‘옴니아 칭찬’이 삼성의 대 블로거 프로그램이었음을 대놓고 드러내기라도 했지. 광고라면 당당히 하면 된다. 마치 자기가 진짜로 써 보니 좋았다는 양, 자기가 진짜 먹어 보니 맛있었다는 양, 아마추어리즘을 가장하고 정작 뒤로는 기업과 손을 잡고 돈까지 받고 있었다면, 그건 그냥 기만이다. 더욱이 큰 문제는, 이런 기만이 이제 소위 ‘파워블로거’란 사람들의 뿌리까지 오염시킨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변방의 작은 블로그에서 “블로거를 믿지 말라”는 말은 한다는 것이 역설적이기도 하고, 주제넘어보이기도 하지만, 기성 언론을 믿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블로그 또한 믿지 말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다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불신하라는 것은 아니다. 의심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진실인지, 그 뒤에 어떤 의도가 보이지는 않는지, 어떠한 맥락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몇 명의 파워블로거만을 따를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의, 더 많은 블로거들을 만난다면, 그럼으로써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의심하고,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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