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나는 가수다의 무례함

[엔터미디어]에 실린 ‘나는 가수다’, 도대체 무엇이 무례인가 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

1. TV에 흔히 나오는 ‘서바이벌 탈락 방식’, 즉 1위에서 꼴찌까지를 나열하는 방식이 그나마 용인되는 건 그게 아마추어들, 즉 아직 해당 직역의 종사자라 칭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오디션의 외양을 빌리고 있으며, 적어도 프로그램 내의 심사위원들만은 순수하게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위탄’이 맨날 음정불안, 비음, 울림 같은 기본적인 얘기 하는 게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게다가 이런 아마추어 대상의 ‘서바이벌 탈락 방식’조차도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는 형태는 아니다.

2. ‘나는 가수다’가 문제시된 건, 이 프로그램이 ‘라라라’의 폐지와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라라라’가 있고, 그 이면을 다루는 ‘나는 가수다’도 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라라’도 ‘수예무’도 없는데 ‘나는 가수다’만 있다. 가수의 본질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무데도 없는데 그 이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만 있다.

3. 지금 대중음악은 그 아우라가 완전히 벗겨진 상태다. 훌륭한 음악, 예를 들어 이소라씨의 ‘바람은 분다’ 같은 노래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싸이월드 배경음악 정도밖에는 안 된다. 벨소리에서 나오는 돈이 가장 크고, CD 앨범 판매량은 아이돌 팬덤의 크기를 측정하는 척도로 전락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기성 가수들은 평가받아선 안 된다”는 권위의식을 내세우려는 게 아니다. 권위가 대체 어디 있어서 권위를 내세울 수가 있나.

4. 존경받고 신성시되던 것을 대중의 눈높이로 낮추는 작업(명작스캔들)과, 이미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던 것을 더욱 아래로 전락시키는 것(나는 가수다)를 모두 ‘예술을 끌어내리는 것’이라는 이유로 동류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클림트의 ‘키스’와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똑같이 아우라에 뒤덮여 있고 신성시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5. 게다가 ‘나는 가수다’와 ‘명작스캔들’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형식도, 그 기획 의도도.

6. 마지막으로, 사실 ‘쌀집아저씨’란 사람이 남긴 ‘교양 예능’의 족적이 그리 믿음직스럽지가 못하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할 수 있나? 독서의 가치를 되새겨주었던가? 나는 아무래도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나는 가수다’는 그와 너무 비슷하다. 몇 개의 작품을 꼽아 그것을 매스 미디어를 통해 전파하고, 어느새 거리에서는 매스 미디어가 꼽은 그 몇 개의 작품들, 몇 명의 가수들만이 조명받는다. 책 읽는 사람은 여전히 적지만 ‘책을 읽읍시다’가 꼽은 책만 베스트셀러가 되어 잘 팔려나가던 현실. 아이돌 가수의 노래들 사이에 발표한지 수 년이 지난 이소라씨의 노래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번 불렀다는 이유로 홀로 외로이 순위권에 드는 현실. 오히려 매스 미디어의 지배력만 증명하는 꼴 아닌가 싶다.

[단상]이란 분류를 통해 트위터 등에서 나누었던 생각의 단편들을 블로그에 옮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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