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나는 가순데, 너는 PD냐

MBC의 새 예능 ‘나는 가수다’에 대한 단상. 사실 트위터에는 열흘 쯤 전에 올라왔던 것.

전에 ‘느낌표’ 할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쌀집 아저씨란 이 사람은 다른 직역에 대한 예의가 결여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책을 읽읍시다’에서 만화를 비하하는 듯한 내용을 내보냈다가 주호민씨의 분노를 샀던 일은, 뭐 당시 ‘디시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일화. 겉으로만 아름다운 그 교양은 흡사 ‘아침마당’ 류 프로그램에 붙여진 ‘교양 프로그램’이란 이름 같은 느낌이다.

위대한 탄생도 그랬고, 지금 나는 가수다도 그런데, MBC 예능은 어떻게 저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저런 터무니없는 편집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엄청난 비판이 가해지고 있는데 고쳐지지도 않는다. 특히 1회의 편집은 끔찍했다. 저 공연은 지금 바로 이 순간밖에 볼 수 없는 거였다. 그런데 어떻게 중간에 갤럭시 탭을 두드리고, 개그맨들이 우스운 반응을 보이며 김범수씨의 목소리를 따라하고, 이런 장면들을 ‘음악 소리를 줄이고’ 편집해 넣을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가수들의 공연이 배경으로밖에 쓰일 수 없는 건가. 심지어 오디션 프로그램의 오디션 무대도 그렇게 편집하지는 않는다.

사실 좀 더 본격적으로 욕해보자면, 저런 가수를 섭외할 능력이 있으면서 포맷이 기껏 서바이벌 탈락이란 것도 몹시 구태의연하다. 예를 들어, 무대 준비 과정 등을 잘 주물러 충분히 좋은 프로그램을 뽑아낼 수 있었을텐데, 서바이벌 탈락이라니, 서바이벌 탈락이라니. 미국 방송이나 케이블 방송 등을 통해 지겨울 정도로 보고 있는 그 포맷이 아닌가. 게다가 이미 노래를 업으로 삼고 있는 기성 가수들을 대체 ‘무엇으로부터’ 탈락시킨단 말인가.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단순히 순위를 정하는 게 아니라 블라블라…” 같은 소리를 하길래 진짜로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뭐가 있기는 개뿔이 있나.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은, 사실 일종의 자위라고 본다. 이런 거다. “아, 이런 위대한 가수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보고 싶었어, 왜 이런 프로는 없었던 거야?” 우스운 소리. 위대한 가수들은 많다. 우리와 같은 말을 쓰고, 우리와 같은 문화를 느끼고 자랐던 가수들 중에서도 충분히 많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그 많은 가수들은 물론, 허클베리 핀이나 이승열, 나윤선, 뭐 이런 이름들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공감’이나 ‘라라라’, ‘수예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공중파에서도 몇 번이나 선을 보였다. 그런데 그 가수들의 앨범이 팔리던가. 아마 그냥 허세를 부리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진짜 삶에 치여 접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런 위대한 가수들, 있다. 그런 훌륭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당신이 보아주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가수들만이 진정성있는 사람들이고 이효리, 비, 이런 사람들은 진정성 없는 사람들이란 것도 이상하다. 하지만 이 얘기는 여기서는 접기로 하자. 이 블로그에서는 지겹도록 했던 얘기니까.

‘위대한 탄생’을 줄여서는 ‘위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는 가수다’를 줄이면 ‘나가’가 되는 것일까. 진짜 한 마디만 하고 싶다. PD 나가. 아니, 그걸로는 안 될 것 같다. 한 마디만 더 하자. 그들은 가수다. 너는 PD냐.

[단상]이란 분류를 통해 트위터 등에서 나누었던 생각의 단편들을 블로그에 옮기고 있습니다.

“[단상] 나는 가순데, 너는 PD냐”에 대한 4개의 댓글

  1. Rate rules~! 시청률이 지배하는 세상이니까요. 좋은 가수라도 지명도가 없으면 안되고 그냥 노래만 부르면 이소라의 프로포즈 2가 되어 버릴테니… 더군다나 경쟁 프로그램은 예능의 최강자 해피선데이니 뭔가 예능스러움을 더해야겠죠. 욕을 먹는 이유도 이해하지만 그렇게 제작하는 이유도 이해는 합니다. 어짜피 노리는 건 시청률인데 음악 위주의 편집으로 지명도가 낮아도 노래 잘하는 가수 출연하는 건 아니겠죠. 이미 ‘라라라’는 폐지됐잖아요. 그냥 음악성이라는 떡밥을 던진 가수에게 미션 주는 서바이벌 예능일 뿐입니다.

  2. 사실 그냥 자극적인 예능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쌀집아저씨란 분이 거기에 교양의 탈을 뒤집어씌우니 더 분개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진정한 가수의 상’을 찾고 있기도 하고요.

    1. 프로그램 구조는 별로 다르지 않는데 가창력 있는 가수라는 소재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겠죠. 쌀집아저씨도 시청률에 민감한 예능 PD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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