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인심 없다

경로당에 자주 출장을 나간다. 진짜 ‘청춘불패’ 찍는 그런 시골 경로당 말이다. 일의 9할이 이런 시골 경로당 출장이다보니 그동안 어떤 이미지로만 존재했던 시골의 정경이 좀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1. 시골 된장 맛없다. 요즘 세대가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에 길들여져서 그런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너무 짜기만 해서 맛이 없다. 기성세대의 추억의 맛일수는 있겠지만 슈퍼에 쌓여있는 된장들보다 특별히 더 맛있는 된장은 아니다.

2. 시골 인심같은 거 없다. 시골이라고 밥값이 싼 것도 아니고 특히 외지인에게는 굉장히 배타적이다. 그렇다고 내부 사람들끼린 인심이 넘치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닌게, 뒷담화도 많고 따돌림도 많다고 한다.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한 건 아니므로 추정.) 시골 사회라는 게 극단적으로 폐쇄된 사회인 만큼 당연한 귀결일런지도 모르겠다.

3. 경로당은 순박하지 않다. 특히 돈에 대해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나오든 사기꾼들이 가짜 약을 팔러 오든 소정의 사용료를 내면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경로당이 많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다 ‘이권’이라는 것이다. 한 번은 보건사업차 출장을 나갔다가 누군데 경로당을 마음대로 이용하려 하는 거냐고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그 사용료는 과연 어디로 들어갈까, 이것도 참 궁금한 부분.

4. 선거 때도 돈이 개입하는 건 마찬가지다. 가장 전형적인 금권선거가 이뤄지는 곳이 바로 시골이다. 효도관광이나 위문공연, 무슨 모범군민 표창이니 하는 것들에 으레 정치인들의 돈이 새어들어온다. 이건 뉴스에도 줄곧 나오는 문제고, 선거때마다 문제라고 지적받는 것이지만 희한할 정도로 이슈화되질 않는다.

4′. 특히 선거 때 심한데, 오피니언 리더의 입김이 세다. 오피니언 리더의 말에 일단 동감하고 보는 어르신들이 많다. 보통 이 오피니언 리더가 효도관광이나 위문공연을 섭외해오고 모범군민 표창을 받곤 한다.

물론 이건 일 년간의 개인적인 체험일 뿐이고, 전국의 모든 시골이 이렇다고 얘기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시골’이란 단어가 가진 정감어린 이미지와 실제 이 사회의 현실은 많이 다르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 오히려 ‘우리끼리’ 정서가 강하고 법보다 관습이 우선인 동네다 보니 도시의 상식에서 바라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다.

“모 당에서 시골 사람들 몇 푼 쥐어주는 게 그리 고까웠냐”고 역정을 내지만 “역시 시골 사람들 도와주는 게 모 당밖에 없으니 모 당을 찍읍시다”하고 얘기하는 게 이곳이다. 관습이 되다 보니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조차 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의식적으로 이게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려 하는 것인지, 어쨌든 그런 동네다. 솔직히 이런 현실을 멀찌감치서 바라보고 있자면 지방자치제도, 특히 군 지역의 지방자치제도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곤 한다.

“시골 인심 없다”에 대한 23개의 댓글

  1.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저런 사람들에게는 민주주의가 과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왕정이나 공산주의 체제에서 사시는 게 더 나을 것 같달까요??
    저런 분들 데리고 무슨 선거를 하겠습니까..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기초 지식 시험’ 같은 걸 봐서…
    붙는 사람들만 선거를 치룰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_-;;

    1. 그런 선거를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지. 말씀하신 것만으로는 그렇게 민주적이지 않을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런 사람들’이라고 간단하게 치부해 버릴 수 있는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미르님과 ‘저런 사람들’과는 자체가 다른 종인지, 사는 세계가 다른 건지, 다른 사회구조 속 다른 위치에 있는 것인지. ‘생각이 든다’라는 말로 표현을 완화했지만, 굉장한 폭력 아닌가요?

      농담으로 넘기기 거북해서 한 글자 남깁니다.

    2. 미르님께서 먼저 시골에 가셔서 어르신들께 민주주의는 이런것이고 민주 시민이라면 이런 모습들이 있어야 한다고 먼저 잘 설명하시고 이해 시키신 다음 그래도 그분들이 민주주의 보다 우린 예전대로 해왔던데로 하는것이 좋다라고 한다면 그때 ‘저런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쓰시면 좋겠군요

    3. ‘저런 사람들’ 이라는 표현이 과한가요??
      제가 험한 표현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안 좋게 보시는 분들이 계시니 당혹스럽니다..

      ‘저런 분들’이 저렇게 된 것을 단편적으로 설명하긴 힘들것이며, 저 분들 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농촌에 계신 분들을 인간적으로 무시하자는 뜻도 아니구요..
      단지 별 생각없이 표를 파는게 싫다는 겁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소양이 있고서야 제대로된 선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쓴 댓글에 왜이리 험한 댓글이 달리는지 모르겠네요..

    4. 민주주의를 무슨 절대적 신성화로 여기시는 분들이 많네요. 그러니깐 미르님의 댓글에 그렇게 과민반응을 보이지요. 미르님을 비판한 분들에게 묻고 싶어요. 아니, 민주주의를 하려면 최소한의 이성과 상식을 갖추기라도 하던가, 그런 것도 없는 사람들이 다수의 이름으로 목청높이는 것은 얼마나 정당한 행위들입니까?

  2.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겠죠. 처음부터 민주주의를 몸에 익히며 자란 세대와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죠. 일제 강점기를 겪고 독재자와 쿠테타 주범이 국가 원수를 하는 시기에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분들이니 그게 그분들의 상식이겠죠.

    1. 그보다 민주주의를 무조건 신성한 것인 것처럼 착각하는 작자들이 문제입니다. 민주주의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인데도, 그런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조건 권리를 행사하게 하자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3. 미르님의 의견은 국개론과 별다를 게 없군요. 아무리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도 일단은 국민의 일원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다못해 한나라당의 빌어먹을 인간들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존중받아야 하죠.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저같은 어린 사람은 광주 민주화 운동에 가담하지 않았으므로 민주주의를 누릴 권리가 없다고 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잖아요?^^

  4. 조금 그렇고 그런 일입니다만 저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충청도에 땅을 사셨는데 용케 땅주인이 온 걸 알고 서울사람이니까 우리 마을사람들 관광가는 데 돈 좀 내라고 반강요를 하시더군요.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길 거라는 걸 은연중에 말씀하시면서요. 뭐 그래서 매년 20~30정도 어이없는 기부(?)를 하고 계신 부모님을 보면 시골사람들이 서울사람보다 더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1. 시골 사람들 인심 좋다는것 전부 뻥입니다. 오히려 동네에 삐리하거나 약간 모자란 여자애 있으면 벌집되는 것은 순식간이더군요. 제가 시골에 대한 반감 or 거부감을 갖게 된 몇가지 원인들 중의 하나인데… 충남 아산하고 당진, 경기도 평택, 연천, 가평 이런데 잠깐잠깐 있어봤는데 그런 “삐리한 여자애를 따먹은” 무용담들을 들었습니다. 그러고도 부끄러워하거나 죄책감을 모르는 것 보면 저게 인간들인가 싶기까지 하더군요.

  5. 위 글에 절대공감합니다 하지만 역사의 단절을 없습니다. 위에 그려지는 그런 모습들이 거부 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지요. 시골의 한 경로당만 놓고 보면 전혀 우리와 관계 없어보이지만 그분들은 나의 할어버지 일수도 있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입니다. 결국 저러한 모습들 또한 우리가 품고 가야할 숙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1. 그렇다고 되먹지 못한 군웅할거주의, 텃세를 받아들여주어서는 안됩니다. 무조건 오냐오냐 받아주기보단, 잘못된 버릇은 과감하게 뜯어고쳐야 할 때도 있습니다.

  6. 오피니언 리더 라고 하니까 6년간 같이 수업을 들었던 모 여학우가 생각 나는구나. ㄲㄲㄲ각설하고

    나는 그보다 확성기로 기호X번 XXX! 무조건 달려갈꺼야 무조건무조건이야 빰빠라빠라바라 빰빰빰 을 틀어대 아침부터 짜증지수를 돋우는 게 매우 불쾌함 우리집 옆에서 확성기 튼 후보는 찍지 말아야지…

    교육감후보는 신문에 공약이라도 뜨니 누구를 찍어야 할 지 정했는데 시장, 군수부터 그 아래는 공약이고 뭐고 알 수가 없다. 지역연고나 정당만 보고 냅따 찍으란 건지~ 그렇지 않아도 우리 어머니는 같은 동네 사람이 시의원으로 나와서 울며 겨자먹기로 투표하러 가신단다. 투표 안하면 동네에 소문 다 난다고…

    아래는 강준만 교수뉨이 2009년 겨울에 쓴 칼럼 링크
    http://www.hani.co.kr/arti/SERIES/189/391844.html

    1. 네 파시스트님. 다른 사람의 생각, 의견, 가치를 존중할 줄 모르는 당신은 얼마나 민주적이라고 잘난척을 하시나? 아니꼽나? 아니꼬우면 조용히 X표 누르고 나가라.

    2. 민주주의란 나하고 다른 생각, 다른 취향을 존중하는게 민주주의이다. 존중할 수 없다면 적당히 무시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지. 그런 점에서 여기에 악플다는 당신은 민주주의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 같네.

  7. 위에 비로그인 몇분// 독선과 독단은 민주주의의 덕목이 아니라 독재자의 덕목입니다. 어디서 독선과 독단을 남에게 강요하려고 드나? 그게 바로 박정희, 전두환이라는 사실은 아나? 남의 생각이 마음에 안드나? 그러면 조용히 X표 누르고 나가라. 무시하라. 그게 바로 민주주의이다. 다른사람에게 “정치적 올바름”이 됐든 뭐가 됐든 종교가 됐든, 다른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일종의 폭력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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