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4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타이틀곡은 <Chitty Chitty Bang Bang>. 강한 비트가 돋보이고 그 구성에선 <U-Go-Girl>을 연상케 하는 인상적인 곡이다. 아직 자세히 들어보지 못해 노래에 대한 평은 접어둬야 할 것 같지만, 그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미디어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나 클리앙, SLR클럽 같은 남초(男超) 사이트의 이효리에 대한 반응이다. 사실 미디어다음이라면 모를까 커뮤니티 사이트에서의 반응은 우호적인 반응과 비판적인 반응이 반반이긴 하지만 – 여하튼 개중에서도 비판적인 쪽은 놀랄 정도로 전형적인, 이효리가 나올 때마다 늘상 튀어나오는 바로 그 반응이라는 느낌이다.
“노래를 못한다” “노골적인 모방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 “음악 경력이 긴데 아직도 저런 음악을 한다니 어울리지 않는다” 등등. 심지어 어떤 평자는 “어쿠스틱 악기가 하나도 없다”며 이효리를 비난하기까지 한다. 실로 샌드백이다. 사실 반박할 얘기는 많다. 노래를 못하는 걸로 비난받아야 한다면 이효리보다 언니네 이발관이 먼저 깎아내려져야 할 것이고, 설령 그녀가 영미권의 음악을 모방했을지언정 <처음처럼> 같은 노래만큼 그리했을까 싶고, 신인작곡가의 노래를 쓰고 스스로 프로듀싱에 참여하고서도 이 정도의 노래를 뽑아내는 것이 오히려 놀랍다. 음악 경력이 길면 장르음악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오히려 의아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씁쓸한 것은 따로 있다. 이 블로그는 한국 팝에 대해서도 무척 우호적이고, 특히 이효리에 대해서는 <U-Go-Girl>을 2008년의 대중가요 중 가장 좋은 노래로 꼽을 정도로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전형적인 반응은 그리 유쾌하지가 않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 쉽기에 찬사나 칭찬에 비해 더 무겁고 어려운 것이 무언가를 비판하는 것이건만, 그게 너무 ‘쉽게’ 튀어나온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만큼 비판의 깊이가 대체로 얕고 즉각적이며 전형적이기까지 하다. 아마도 그녀가 ‘음악성 없는 팝 스타의 대표주자’로 여겨지는 세간의 인식에 편승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꾸준히 주장하지만 이런 세간의 인식이 나는 선입견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Chitty Chitty Bang Bang> 같은 노래를 두고 “어떻게 어쿠스틱 악기가 하나도 없냐”고 한탄하는 모습에선 뭔가 희한하단 느낌까지 받는다. 기계음을 배척하고 어쿠스틱 악기의 소리를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어떤 하나의 견해로 받아들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견해를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며 한 가수를 비난하는 것은 그리 올바른 태도가 못 된다. 이 평자는 어쩐지 자신의 견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효리를 희생양으로 끌어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효리에 대한 ‘음악성 없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이용해 어쿠스틱의 절대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에 설득력을 더하려는 시도.
물론 비판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되고, 이효리같은 팝 스타는 특히 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긴 하다. 하지만 그 비판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깊이있는 것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론과 분위기에 편승해 너무 쉽게 칼날을 들이대지 말았으면 한다. 기계음의 사용이 단조롭다거나, 목소리의 보정이 지나치다거나 하는 식으로, 최소한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을 만한 이유라도 대고 그녀를 비판했으면 좋겠다. 특히 요즘처럼 그녀가 소위 평자들로부터 ‘샌드백’ 취급을 받는 현실에서는, 오히려 더욱 그녀를 향한 비판이 조심스러워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녀사냥당하는 공주를 지키는 멋진 흑기사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6 개의 반응
댓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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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기사를 자처 하셨군요! 아직 들어 보진 않았지만, 효리누님이 너무 쉽게 까.인.다.는것에는 확실히 공감합니다. 그 본인이 워낙에 털털해서 까도 괜찮겠다고 생각해서 인지… 발전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그네는 좋던데. 시도도 좋고… 듣는 음악의 깊이가 접시물만큼 얕아서 인지 멀 배꼈는지 모방했는지도 모르겠고…
으하하, 저는 한때 다음까페의 ‘효리맹종단’ 유령회원으로서,
우리 효리여신님을 까는 까돌이들을 맹목적으로 싫어하던 참입니다. ㅎㅎㅎ
까도 뭘 말이 되는 걸로 까면 그럴수도 있지.. 라는 맘이 들지, 이렇게 까면 효리맹종단 회원으로서는 그저 ‘쌩무시’ 말고는 할게 없어져요. ^^
효리 포스팅을 기다렸다능~
2집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1집은 <10 Minutes>로 올킬이었고, 확실히 포함 3집 후로는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효리인데 말이지요.
저도 비 보고 배우라는 저 기사 보고 어이가 없어서 한참 웃고
이번 앨범으로 초대형 기획사 엠넷과의 계약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고, 요상한 언론에게까지 더 쉽게 까일까봐 걱정이네요.
팝 스타로 계속 걸어가고 있는 공주님에게 저도 흑기사가 되어드리겠음
+ 엄정화는 8, 9집의 성과와 테디, 탑과의 콜라보가 마돈나 같았는데
이효리는 신인 작곡가를 스타 작곡가로 만드는 게 마돈나 같네용
데뷔 10년이 넘은 가수로서, 또 메이저인 가수로서,
라이브로 추정 되는 무대를 볼 때마다 (특히 특집 콘서트 뭐 이런것들-_-)
음 다 흔들리고, (댄스 가수인데) 댄스를 추면서 노래를 부르면 엄청나게 헉헉거리는 것이 들리는데도
노래만 들고 나오면 대한민국 가요 프로그램 1위에 오르고 엄청 언론사들의 가십거리가 되는데도
까이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전반적으로 남성댄스가수들은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는 것 같은데,
여성댄스가수들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를 능력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라이브로 까이는 것은 당연하고 할 말 없죠. 그리고 실제로 많이 까여왔고, “유고걸 후로 점점 나아지고 있지 않느냐?” 하기에도 구차하고요. 그러나 언론사들의 가십거리가 되는 것은 이효리의 언론 플레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효리가 언론사들에게 있어 클릭수, 조회수를 높여주는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요 프로그램 1위는 뭐… 라이브 실력만으로 판가름하는 가창력 경연 대회가 아니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되는 거 아닌가요? 소녀시대도 하고, 이승철도 하고, 렉시도 하고, 체리필터도 했던!
아무튼 흑기사 생각에는 ‘너무 쉽게’ 까인다는 문제 아닐런지… 적어봅니다.
국내든 국외든
마돈나나 브리트니처럼 춤 잘 추고 라이브 못하는 여성 댄스 가수도 있지만, 비욘세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도 있잖아요. 국내에서는… 음… 음…
브리티니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마돈나가 라이브 못한다는 건 오버아닙니까?
마돈나 노래 아무거나 하나 선택해서
마돈나와 같은 수준의 가창력으로 소화해내면
이효리에 대한 비난은 전부 버로우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