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052010
요즘 과 학생회비에 대한 얘기가 인터넷에 유령처럼 떠돈다. 이제는 정설처럼 굳은 총학생회 부패론의 확장판이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과 학생회는 신입생에게 30여만원의 과 학생회비를 걷는데 이 돈은 대부분 학생회 임원들의 밥값과 술값 따위로 들어가며, 심하면 그 돈으로 차를 사는 학생회장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더러운 현실을 재학생들은 모두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회 임원들이 어리버리한 신입생들을 등쳐먹고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학교 시절 단과대학 학생회에서 임원직(정확히는 중앙집행위원이지만 흔히 임원으로 불리며, 이 글에서도 이해의 편의상 임원이란 단어를 사용)을 맡았던 경험에 따르면 이건 대단히 철없는 음모론이다.
물론 모든 과 학생회에 유용이 전혀 없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작은 단과대학 학생회의 임원 따위가 전국 모든 과 학생회의 재정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인터넷에 떠도는 것과 같은 대규모의 유용은 있을 수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400명 규모의 학과를 가정해보자. 신입생 100명에게 30만원씩을 걷는다면 1년 총 예산은 3000만원인데, 굳이 MT 같은 대규모 행사가 아니더라도 행사 하나를 여는 데 드는 돈이 이미 수백 단위다. 다음과 같은 간략화된 예산표를 살펴보자. 400명 중 200명이 참가한 가상의 과 MT 예산 내역이다.
| 버스 대절 | 60만원 X 5대 | 300만원 |
| 맥주 | 2만원 X 70박스 | 140만원 |
| 단체 티셔츠 제작 | 5천원 X 200장 | 100만원 |
| 안주(제육볶음 등) | 200인분 | 100만원 |
| 식사 | 5천원 X 200명 X 2회 | 200만원 |
| 방값 | 7만원 X 20개방 | 140만원 |
천 만원이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만약 MT 참가비로 2만원을 걷는다고 해도 600만원이 적자다. 물론 실제 학생회 행정시에는 이보다 지출이 더 커질 것이다. 아주 작은 행사, 예를 들어 단순한 특강 하나를 열더라도 수십 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총학 행사라면 모를까, 고작 과 학생회 행사에 스폰서가 붙을 리도 만무하다.
우리 단과대학도 6년간 35만원 정도의 학생회비를 걷었는데, 신입생에게 절반, 졸업생에게 절반을 걷었다. 하지만 돈을 유용한 적은 없다. 오히려 늘 살림이 쪼들렸다. 과 학생회장이 강원도에서 충청도까지 1박 2일로 출장을 가는데 출장비가 5만원 수준이었다. 기름값이나 나오면 다행인 돈이고, 잘 곳이 해결되지 않으면 회장이 사비를 털어야 했다. 다들 쉬는 방학기간에 등록금 협상 때문에 학교 본관에서 매일 밤을 지새우던 과 부학생회장은 단 한 푼의 지원금도 받지 않았다. 학생회 임원 회의, 정확히는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 지각한 임원은 지각비로 5천원 씩을 냈는데, 이 지각비로 회식을 했다. 물론 그렇게 동고동락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즐거운 일도 많았다. 거기에 무슨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적어도, 학생회 일에 발 한 번 담구어보지 않은 문외한이 철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과 학생회의 임원들을 돈이나 떼먹는 부패한 인간들로 매도하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 지금 당장 고생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만일 이 글을 전혀 믿을 수 없거나, 극히 일부의 경우라고 생각하거나, 여전히 과 학생회의 회비 유용이 의심스럽다면, 인터넷에서 음모론을 펼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대안이 있다. 학생회칙 개정을 통해 학생회에 감사위원회를 만들도록 건의하는 것이다. 그런 게 가능할리 있느냐고? 학생회의 최고의결기구는 학생들이 모인 학생총회지 임원들이 모인 집행위원회가 아니다. 학생회 최고의 권력자는 바로 그들 학생들이다.
실제로 내가 단대 학생회에서 임원을 맡았을 때, 우리 학생회 임원들이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이 감사위원회를 두는 일이었다. 학생회 임원들은 수입과 지출을 명확히 기록하고 영수증을 남겼고, 학생회 임원과 별개로 학생회장이 임명하는 감사위원들은 이를 검토하여 다음해 학생총회에서 그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감사위원들은 학생회 행사, 즉 신입생환영회나 MT부터 특강이나 학술대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사의 합목적성까지 검토하여, 이 행사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바꾸어나가야 할 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서도 학생총회에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학생회가 쓸데없는 사업을 너무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감사위원회 신설은 아주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당시 단과대학 학생회 임원 중 가장 연장자가 제안한 이 감사위원회 신설은, 사실 학생회 임원들에게는 돈이나 명예가 주어지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감사까지 당한다는 사실 때문에 감정적으로 다소 불쾌할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이성적으로 볼 때는 아주 합리적인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모든 학생회에 반드시 필요한 기구가 아닌가 한다.
물론, 아주 대부분의 경우, ‘과 학생회 임원들이 그동안 학생회비를 마음껏 유용해왔다는 사실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음모론자들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 우리 학생회의 경우에도 감사위원회 신설 전후에 별 변화가 없었다. 학생회비를 걷는 방식이 조금 바뀌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학생 1인당 내는 학생회비는 거의 똑같았다. 학생회의 사업 내용도, 학생회의 일 년 예산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감사위원회의 보고서는 오히려 과 학생회가 회계가 불투명했을 때조차 학생회비를 거의 유용하지 않았다는 반증이 되었다. 모든 곳에 음모가, 모든 감투에 부패가 존재하리라고 믿는 음모론자들의 생각과 달리, 세상이 그렇게 더러운 곳만은 아니다. 그리고 과 학생회나 단대 학생회 임원 자리라는 게 부패가 끼어들 정도로 대단한 감투인 것 또한 아니다. 총학생회 임원 자리라면 모를까.
사족 1
당시 우리 단대 학생회 임원들(정확히는 중앙집행위원회)이 쓰던 싸이월드 클럽에는 아직도 이런 문구가 걸려 있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지금 다시 그 시간이 온다고 해도 기꺼이 학생회에서 일하고 싶지만, 그건 역설적으로 학생회 일이 그만큼 힘들었고 그 땀 덕분에 아주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족 2
학생회비를 유용해 흥청망청 노는 건 물론이고 그 돈으로 차까지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음모론자들은 왜 학생회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너무 양심적이어서 그런 더러운 판에 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까?
응? 한의대 학생회는 다들 기피하는 자리 아닌가요? 저희는 본2 올라갈 때 가장 두려워하는 게 학생회가 당첨되는 건데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학생회를 뽑기 위해, 좀 더 정확히는 누군가의 등을 떠밀기 위해 본 2 학생 전원이 강제적으로 참가해서 밤샘회의를 하죠. ㅠㅠ
뭐 그 학생회 기피 문화가 학생회비가 다른 과 학생회에 비해 적거나 다른 과 학생회에 비해 행사가 많아서 그런 건 아니까요. 글의 논지에는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을 했스빈다. ㅎㅎ 사실 한의대의 학생회 기피 문화는 전X련이라는 단체 때문 아닌가요? ㅎㅎㅎ
그렇죠. 저는 처음 학교 들어가서 전한련 찬가를 부르게 하고 투쟁문선이라는 걸 보고 나서 학교 잘못 온 줄 알고 뒷문으로 나가려 했다능ㅋㅋㅋ
제가 다니는 학교 사회과학부도 20만원 정도 내는데,
학교 싸이월드 클럽 익명 게시판에 가면 2월은 항상 그 얘기로 가득하더라고요.
두번째 사족으로 댓글 한번 달고 싶네요. ㅋㅋ
저희 아들 올해 전남대학교 갔는데 거기는 40만원을 입금 하라고 그러네요 이거 내야 하는지 안내면 아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지… 저희집은 기초 수급자라 형편이 어려워 돈도 없는데 어찌하면 좋을까요?
위엣분 학생회비 안 내셔도 됩니다 학생회비가 후덜덜하군요 명목상 회비를 안 내면 MT(봄에 다 같이 모여 놀러가는 것)나 행사에 참가 못한다고 되어있지만 MT비만 내면 참가시켜주구여 다른 불이익 같은건 없습니다 안 낸다고 뭐라 그럴사람도없고 냈는지 안 냈는지 일일이 어떻게 찾아서 독촉합니까. 저는 04학번으로 입학해서 군대 갔다오고 작년 2학기에 복학했는데요. 이제까지 한 번도 학생회비 낸 적이 없어도 불이익 같은건 없었습니다. 그리고 요새 내는 사람도 거의 없구요. 저희 학교는 등록금에 영수증 보낼때 같이 학생회비 영수증을 만들어서 납부하라 했는데 입금은 특이하네요. 이번에도 3만원 내라 되어있던데 쌩 ~ 무시했습니다. 학생회비는 전혀 필요없는 쌩돈 날리는거라 생각되네요 입학비 등록금 내는데도 허리가 휘실텐데 학생비가 40만원ㅎㄷㄷ
제가 졸업한 모교는, 학생회비 영수증을 통째로(근 몇년치) 날려먹어서 예산추적을 아무도 못한 사건이 있었죠(-_-) 그뒤로 신뢰도 급 하락… 요즘은 (멋모르는 1학년 새내기를 제외하면) 거의 다들 안낸다고 들었습니다 -_-;
뻘댓글 두 개가…… 집안이 그렇게까지 어려운데 학생회비를 내는 건 바보같은 짓이죠. 당연히 내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답변으로 달린 글은 이상하네요. 학생회비는 안 내고 학생회 자치활동에 참가하는 것은 아주 부적절한 행동이죠. (학생회비는 안 내고) MT비만 내고 MT에 참가하는 것도 역시 아주 부적절한 행동이에요. 사실 MT비는 MT에 드는 비용의 극히 일부거든요. MT비만 내고 MT를 가는 건 뭐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학생회비를 낸 다른 학생들의 돈을 떼먹는 셈이에요.
게다가 콜렉터 님은 어째 총학생회비와 과학생회비를 헛갈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_-;;
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학생회의 원이 되고 대부분의 학생회칙에는 학생회의 원이 학생회비의 납부 의무가 있다고 명문화하고 있으므로, 그냥 “쌩돈 날리는 거니까 나는 안냄ㅋ”같은 태도가 좋은 태도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돈을 못 낼만한 이유가 있다면 내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학생회의 원으로서의 여러 혜택도 포기하는 것이 역시 당연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게 가능하지는 않죠. 학생회는 OT나 MT만 여는 게 아니거든요. 당장 등록금 협상도 학생회의 중앙집행위원회가 하는 거지 실제로 학생회의 원들이 일을 하진 않거든요. 따라서 정말 집안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학생회비는 당연히 내야 합니다. 일단 내고, 그 다음에 학생회의 원으로서의 권리를 찾는, 감사위원회 신설과 같은 여러 대안을 내놓아야 진짜 ‘개인주의자’ 다운거죠.
사실 감사위원회 같은 제도가 있어서 한 학기 단위로 감사가 이루어졌다면 그런 사건도 애당초 없지 않았을까요? 뭐 사실 이 글은 학생회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에 대한 것이고, cypher 님의 경우처럼 학생회 활동이 이미 사실상 죽어버린 상태에서는 아예 학생회를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아예 죽여버리는 것도 한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학생들이 학생회를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계속 유지해나간다는 것도 이상한 일인 것 같아요.
물론 그로 인해 발생할 이익도, 그로 인해 발생할 불이익도 모두 학생회원들의 몫이 되겠지요. 제 생각에는 학생회 활동이 죽어버리면 이익도 있겠지만 불이익이 훨씬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학생회 임원 하는 이 친구들이 학생 개개인의 마음에 다 들진 않겠지만, 그래도 학교의 전횡을 막는다고 폼이라도 잡는 애들이 얘네들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ㅎㅎ
어쨌든 글의 요지는 근거도 없이 철없는 음모론을 내걸어 안 그래도 힘들게 일하는 애들 마녀사냥하지 말자, 뭐 이 정도입니다. 학생회 활동의 범위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는 상관없이요. 저는 사실 학생회의 활동은 학생회의 원들을 위한 행정활동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빈다. 적어도 촛불집회에 나가는 건 학생회의 활동이 아니라고 봐요. ㅎㅎ
앞으로 국회의원들 씹으려면 최소한 출마선언은 하고 씹어야겠습니다.
어찌보면 음모론이 나도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신입생 가정 입장에선 공식적인 등록금 외에 또다른 적지않은 돈이 들어가는 곳이 되어버립니다.
그만한 큰돈이 들어가는 경우 그 회계가 깨끗하고 지출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일개 학생들한테
홍보도 잘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 땅의 어느 대학 학생회가 그랬는지 궁금합니다.
이게 학생회 씹을려면 학생회 출마하라는 내용은 아닌데요? -ㅁ-a;;
좀 그럴듯한 근거라도 대서 씹으라는거죠. 궁극적으로는 생산적인 대안을 내놓자는 거고.
자꾸 학생회 학생회 하면서 학생회가 임원들만의 조직인 것처럼 얘기하는 분들이 많은데 학생회는 학생들의 조직이고 그 최고의결기구는 학생총회거든요. 특히 과 학생회라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직접 그 행정에 참가하기도 용이하구요. 얼마든지 나서서 생산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요. 학생회장이나 학생회 임원이 될 필요도 없고 그냥 학생회의 원으로서 말이죠. 그 사람들이 그렇게 ‘씹는’ 학생회 임원들이 하는 일에 비하면 이건 정말 땀 한 방울 안 나는 쉬운 일이구요.
사족.
바로 ‘우리’ 학생회가 회계 깨끗했고 지출내역 투명했고 감사까지 받아서 학생총회에 보고서까지 제출했다니까요. -_-;;
제가 임원할때 ‘우리’학생회에선 동절기, 하절기 임원들끼리 놀러다니고 행사때마다 따로 뒷풀이도 하고 맨날 공영수증 구해서 돈 맞추고 그랬죠. 그때 참 재밌었는데…
진심이라면 GS_ 님은 가루가 되도록 까이셔야겠습니다. 허허허
제가 남긴 사족에 대한 패러디라면, 저 사족은 ‘이 땅의 어느 대학 학생회가 그랬는지 궁금합니다’ 란 질문에 대한 대답일 뿐이고, ‘우리’ 학생회의 사례를 ‘전체’ 학생회를 변호하는데 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그런 식으로 까셔도 별 의미가 없다능.
과 학생회비 내지 마라? 인터넷 달구는 마녀사냥-> 이글 보니 생각난게, 요즘 들어온 신입생들도 어디서 들었는지 그런 얘길하더만. 학생회비 내면안된다. 학생회장은 차사고 그런다는 소릴 줄줄이 읇어대더만, 참 한심. 암만 그래도 요즘은 그정도까진 아니고.그렇게까지도못하는
요즘 학생회는 그런 행태를 보이질 않던데요
좀 눈에 거슬리는건 단합 목적으로 돈을 좀 쓴다는것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회가 없다면 그 누가 학생들의 편의를 보장해 주겠습니까?
저희 학교 작년선거때 운동권 학생이 무지 노력하던데 결국 기업에서 취직을
안좋게 본다는 시각이 팽배해져서 비운동권 학생이 급뽑혔죠
나쁘다는게 아니라 자신의 투표하나까지도 주체적으로 결정 못하는 대학생들에게
무슨 권리를 주장하게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흠…
우선 저는 10 새내기입니다
제가 학생회와 관련(대부분 학과 과 학생회 행사 MT 등)에 관심이 없고
학업에 집중 하려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학생회비를 내라는건 조금 무리이지 않을까요??
방금 독촉문자왔군요…
상당한 오해가 있으신데, 99%의 학교는 학칙과 학생회칙에 의해 모든 학생이 학생회의 원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생회란 학생의 자치조직이지 MT나 OT나 여는 조직이 아니에요. 등록금 협상은 물론, 교수회의에 대해 학생회의 이름으로 건의를 내거나 커리큘럼 개편 등에 대해 발언하는 등 학생회의 업무에는 생각보다 ‘행정적인’ 부분이 많아요.
하얀상자 님은 “학업에 집중하려고 하니 학생회에는 관심이 없다”고 얘기하고 계시지만, 실제로 하얀상자 님은 학업에 집중하기 위해 학교라는 작은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를 선택하셨죠. 이건 학교가 하얀상자 님의 학업 성취를 위한 여러 편의를 제공하는 사회이기 때문일텐데, 이 사회는 이미 학생회란 조직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주요 시스템 중 하나로 채택했습니다. 아예 무위자연으로 사는 노자라면 모를까,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로 결정했으면서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수많은 톱니바퀴 중 일부가 내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냥 거부해버린다는 건 개인주의자가 아니라 이기주의에 가까워져버려요.
다만 진정으로 건전한 개인주의자라면, 이런 시스템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지 않은가, 시스템 그 자체를 우선시하다 개인을 무시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부분을 생각해야겠지요. 어떤 학생회는 MT나 OT 여는 게 일의 전부일지도 모르고, 또 많은 학생회가 행정 활동 뿐 아니라 외부 정치 활동, 예를 들어 민주노동당의 집회에 참가한다거나 하는 활동에 너무 열정적으로 참가합니다. 일단 학생회비는 내야 해요.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그리고 특별히 사회의 상식에 반하지 않는 시스템이니까요. 다만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한 사람의 학생으로서 신경쓰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저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감사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는 거구요. 더 본격적으로 관여한다면 학생회의 임원이 되는 것도 좋지만 그걸 원하시는 것 같진 않군요.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단과대 학생회장을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저희학교 같은 경우에 단과대 학생회비는 총학생회비와 같이 등록금 고지서에 별첨되어 나가고, 학과 학생회비를 학과마다 개별적으로 10~20정도 걷는 편입니다. 사실 학생회를 역시 하고 있는 형편에서, 타 학생회 임원들을 평가하기가 좀 그렇긴 하네요. 소위 운동권으로 취급받기도 하니깐 이런 말 하기가 더욱 꺼려지는데, 몇몇 대학의 경우에는 상황이 심각합니다. 지역 토호나 재단과 손을 잡는 경우도 빈번하고요. 제 사촌 동생도 어느 대학에서 학생회 임원을 하고있는데, 장학금 받고, 학생회비 굴려쓰지 않으면 그걸 왜 하고있냐고 저에게 반문하더군요.그 대학 학생회 운영이나 선거운영방식. 대의체계를 듣고 깜짝 놀라긴 했습니다. 학생회 운영에 있어서 ‘대의’와 ‘이념’이 사라지더니 그 공백을 ‘돈’과 ‘개인의 경력’으로 채워지더군요. 소위 운동권 강세학교나 국립대나 서울 소재 대학들은 이런 경향이 아직은 덜하고, 선거에 나오더라도 안뽑히고 있긴 합니다. 뭐 학교 본부에서 대놓고 부패한 총학을 옹호한 명지대의 사건을 보면…. 사실 어디나 1,2학년 때 동아리 활동 삼아서 학생회 활동을하고 3,4학년 되면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어 학과를 떠나는 패턴의 반복일 거라 생각됩니다. 취업 학교라는 대학 기능에 따른 구조적 모순이라고는 하지만 딱히 답이 보이질 않네요.
p.s.저희학과의 경우에는 회칙상 명문화 되어있지는 않지만 기초생활 수급자에 대해서는 학생회비를 받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