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후생가설은 기업이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던 중 접한 개념인데, 경영자가 자신의 후생이 저하되는 것(대표적인 예로 ‘해고’)을 우려하여 적대적 M&A를 방어한다는 이론이다. 주주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입장을 따르자면 따르면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므로, 적대적 M&A가 주주에게 이득이 된다면 기업은 적대적 M&A를 방어하지 말아야 한다(주주후생가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주주의 이득과 관계 없이 적대적 M&A를 방어하지 않으려는 기업이 없다.
이 가설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경영자가 자신의 후생을 위해 주주의 후생을 무시하고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비단 적대적 M&A에서만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그 예로 경영자의 임금 문제를 들어보자. 물론 경영자의 임금을 정하는 여러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의 임금은 기업의 이윤과 기업 구성원들, 주주와 직원들의 후생과 같은 ‘합리적인 요소’ 보다 경영자 본인의 후생만 고려하여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위경영자의 임금을 공개하도록 하거나 더욱 나아가 그 임금의 상한선을 규제하는 법률의 존재를 정당화한다.
시장원리주의자들은, 위대한 시장의 원리는 경영자의 임금도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경영에 대한 적절한 댓가, 경영자의 적절한 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는 미국의 가전회사 ‘애플’의 창업자이자 CEO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들어 경영자의 과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것인지를 강변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GE의 전설적인 경영자 잭 웰치(Jack Welch)를 예로 들어 한 사람의 위대한 경영자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이 두 사람,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CEO는 아주 예외적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사를 스티브 발머(Steve Balmer)가 운영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경쟁력이 저하되리라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건희 회장의 퇴진이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저하시켰다는 증거도 없다. 경영자의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특히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경영자들은 천문학적인 임금을 받는다.
우리나라처럼 족벌경영체제가 많고, 많은 중소기업이 ‘사장의 사적 소유물’로 여겨지는 풍토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조금 다른 형태로, 그리고 더 심각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자본가이자 경영자이기도 한 이들은 스스로의 임금을 제어할 필요가 없다. 작은 기업에서라면 시장의 원리가 사장의 임금을 제약하는 훌륭한 도구로 역할하겠지만, 기업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된다면, 즉 경영진의 임금이 기업의 이윤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라면 그들의 임금은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 이 높아진 임금이 사회에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임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금을 변호하기 위해 그들은 스티브 잡스와 잭 웰치를 다시 얘기할지도 모른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들은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에 비견할 만큼 유능하지 못할 것이다.

 댓글을 씁니다.

(필수 입력)

(필수 입력)

다음 HTML 태그 및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

   
임예인의 새벽 내리는 길. 이 사이트의 글은 출처를 명기하여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Suffusion theme by Sayontan Sin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