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의학 이대로 좋다


…… 제목은 훼이크고 사실 이대로 좋지는 않다. 요즘 업데이트를 제대로 못 하고 있지만 ‘새로운 한의학상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연재글에서 얘기하고 있는 바도 대강 학술적인 영역에서부터 차근차근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목은 다만 바로바로 님의 블로그 ‘바로바로의 중얼중얼’에 쓰여진 ‘한국의 한의학 이대로 좋은가?’에 대한 일종의 패러디일 뿐이다.

그가 지적하는 첫 번째 문제는 한약 처방전에 대한 것인데, 이 지적은 궁극적으로 옳은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다른 제도적 문제가 얽혀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반적인 음식과 건강식품, 한약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적당히 한약재를 사다가 대강 처방을 해 달여 먹는 소비자들이 많고 이런 ‘자가처방’이 여러 문제를 발생시켜 온 상황에서, 처방전을 발급하게 되면 증상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대강 예전에 발급받은 처방전을 이용해 자가처방을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음식과 한약의 구분 문제는 아주 어렵고 복잡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답을 얻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처방전 발급의 여러 순작용에도 불구하고 쉽게 정책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까닭이 이런 제도적 미비에 있다.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의 구분 등 제도적으로 완비되어 있는 의료계의 의약분업과는 그 상황이 상당히 다른 것이다. 중국의 처방전 발행이 어떤 제도적 기반 위에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훨씬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중의사 제도와 한의사 제도가 상당히 ‘다른’ 형태라는 점에서 그 비교는 아주 어려운 것이 될 것이다.

그가 지적하는 두 번째 문제는 한 달, 두 달치 약을 한꺼번에 처방하는 것이다. 이 지적은 새겨들을 만 하다. 실제로 흔히 말하는 ‘한약 한 제’란 약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대강 이 정도를 기준으로 하되 여러 교과서에 정리된 바에 따라 처방을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마황탕’ 같은 약은 굳이 한 제를 처방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의 지적대로 정말 한국의 한의원에서 실제로 한 달, 두 달 치 약을 한꺼번에 처방하는 경우가 많은지가 다소 의심스럽다. 대부분은 한 제 정도를 기본으로 처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달, 두 달치의 약을 한꺼번에 처방하는 것은 보통 비만이나 미용 등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에서 많이 이뤄지는 것 같은데, 질병 치료보다 체질 개선이라는 목적에서 이뤄지는 처방이기 때문에 쉽게 재단하기는 어려우나 어쨌든 이 경우는 그의 지적대로 개선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한편 그는 다소 논쟁적인 주제라고 여겼는지 주석을 통해 몇 가지 문제를 더 지적하고 있는데, 그의 한의학에 대한 소양이 어느 수준인지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역사학도가 지적하기에 온당한 문제제기인지 의문스럽다. 사상의학에 대한 논쟁은 실제 여러 각계에서 토론하고 있는 것이지만, “분류를 4단계로 축소한다는 것은 퇴보”라는 그의 선언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무리한 선언으로 보인다. 또한 “우선적으로 약을 쓰고 침이나 부항은 차선책으로 써야 한다”는 지적 역시 여러 책을 읽어보았으나 근거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변증 등과 같은 방법론의 특색으로 인해 acupuncture에 대한 여러 연구가 꼭 acupuncture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acupuncture에 대한 수많은 논문들이 쏟아져나오는 오늘날의 한의학에서 acupuncture가 ‘차선책’이라는 그의 선언은 아무래도 위험한 것이 아닌가 한다. 또 “환자의 앞에서 처방전을 쓰지 않는 한의사는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거의 맞다”이라는 발언도 그렇게 쉽게 단언할 수 있는 일인지 무척 의아한 문제다. 쉬운 케이스라면 모르거니와 다소 어려운 케이스의 경우에는 환자 앞에서 즉시 처방전을 써보이기보다 여러 서적을 참고해 처방전을 만드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현직 한의사가 한의학 논쟁에 끼어드는 것은 늘 저어되는 일이다. 그의 글에 달린 첫 댓글에서 느껴지는 바와 같이 한의사의 반론을 단순한 ‘밥그릇 지키기’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실컷 트랙백까지 걸어 놓고 말을 아끼는 것이 다소 우스운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바로바로 님과 논쟁을 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 그리고 최대한 단어 선택을 우회적으로 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내가 선택한 일이 ‘어이가 없고’ ‘기본적인 수준도 벗어나지 못한’ ‘비정상적인’ 일로 취급된 것은 무척 기분 상하는 일이지만, 여기에서는 훌륭한 블로거 이승환 님이 지적한 바를 따라 내 위악적 말투를 다소 접어야 할 것 같다. 직설적인 논쟁도 피할 수 없다면 피하지 말아야겠지만, 가급적 이 글에서 얘기한 여러 ‘문제’에 대한 더 심도있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연재 ‘새로운 한의학상의 정립이 필요하다’로 갈음하고자 하며, 이 글이 결코 한의학의 변화를 원치 않는 보수적 견해에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는 것도 역시 그 연재를 통해 변명하고 싶다.

“한국의 한의학 이대로 좋다”에 대한 16개의 댓글

  1. 안녕하세요 예인님.

    저 역시 한의사입니다.

    즐겨보는 바로님의 블로그 포스팅에서 다소 오해된 부분도 있고, 수긍되는 부분이 보여서
    댓글로 몇가지를 적었지만,
    트랙백된 예인님의 글을 보고 다시 생각을 정리해야 겟다는 생각이 들어 삭제했습니다.

    아무래도… 밥그릇 싸움으로 떨어질까봐 애매해지더군요..

    1. 현직 종사자는 그만큼 더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서 얘기를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글도 사실 쓰고 싶었던 얘기를 충분히 쓸 수가 없었습니다. 엉엉엉

  2. 감기약 정도면 첩약을 처방하기 보다는 보험처리되는 엑기스를 많이 쓰지 않나요? 바로 처방전을 쓰는게 좋은 의사라는 것도 동의하기가 어렵구요. 매뉴얼이 정해진 대학병원이라면 모를까.. 게다가 침빼면 한의사는 뭘로 치료하라는 건지..;; 여기저기서 걱정해주는 건 참 좋은데 글쓰는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넷상에서 논의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 했습니다.

    1. 예엡.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많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세간의 가십이나 단편적인 체험에서 나온…… 뭐 그런 게 아니었나 합니다. 으음;;;

  3. 주석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외길로 빠질 수 있기에 생략하겠습니다. 한약을 한두달치를 조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의 경험부분이 다르니 “저와 제 주변의 이야기로는 그런 경우가 많았으며, 다른 분들에게 그런 행동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알리는 글이었습니다.” 짦은 말로 축약하겠습니다.

    다만 처방전 공개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길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님이 언급하신 약재료의 시스템의 문제와 약 남용(자가처방)문제는 처방전 공개의 문제와 같이 생각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약재료의 시스템 문제는 환자가 고려해야될 부분이 아닌 관계자들이 고민하고 해결해야될 문제입니다. 그것을 이유로 환자들에게 처방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마치 서양의학에서 “약의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어서 약의 재료를 공개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약의 안전성을 확신힐 수 없다면 확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환자와 관계 없이 한의사와 관련 그룹들이 고민하고 해결하여야 될 문제를 가지고 처방전공개여부를 운운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행위라고 생각됩니다.

    자가처방의 문제는 환자 자신의 문제입니다. 이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내용이며, 과거의 처방전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은 의료의 원칙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것은 환자에게 알려야합니다.그러나 오남용과 처방전 공개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처방전 공개는 환자의 알권리를 위한 행동입니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나쁜 거야”라고 하는 부모와 다를바가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일반 먹거리에까지도 산지가 표시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한의학계는 산지는 물론이고, 그 재료들의 배합자체도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분명한 문제이며 한국의 한의학계의 발전을 위해서 앞으로 반드시 고쳐져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4. 처방전 공개 좋다니까요. 궁극적으로 처방전 공개에 찬성합니다. 공개해야 됩니다. 그런데……

    한의사는 의약분업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의료법상 처방전 교부 의무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잘못 알고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환자가 처방전 공개하라능 뿌잉뿌잉 하고 얘기를 해도 한의사가 싫어요 하면 끝이에요. 사실, 어디를 가도 같은 답이 나올 겁니다. 처방전 교부라는 단순해보이는 문제에는 무척 많은 문제가 결부되어 있으니까요.

    두 문제는 같이 생각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환자가 알 권리와 그로 인한 여러 순작용을 주장한다면 한의사는 환자의 자가처방으로 인해 침해될 가능성이 높은 의료법의 정신과 국민의 건강이라는 공공의 복리를 얘기할 겁니다. 하나의 가치가 다른 하나의 가치와 상충하는 거에요. 전자가 후자에 비해 ‘커보일지는’ 모르지만 이건 해결 불가능한 딜레마가 아니에요. 아주 많은 고민이 필요할 테지만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런데 굳이 하나의 가치를 밀고 나갈 필요가 없습니다.

    이건 결국 테크노크라티의 몫이에요. 테크노크라티의 몫이라는 건 결국 사회 전체의 몫이기도 하다는 얘기구요. 한의사의 처방전 공개를 제도화하기 위해 거기에 수반되는 여러 문제를 어떻게 가장 지혜로운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수많은 고민이 필요하죠.

    한편 바로 님이 말씀하시는 처방전을 공개받을 권리가 공공복리, 의료법의 정신, 이런 것들보다 무조건 우선시할 수 있는 권리인지에 대해서 저는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돼요. 인문학도 앞에서 주름잡는 꼴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여러 제도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방전 공개를 환자가 무조건 요구하는 것이 과연 헌법의 정신과 꼭 맞아떨어지는 것이냐, 이런 의문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뭐 산지 문제야 산지 공개하면 되는거죠. 산지 공개하는 한의원들이 늘고 있습니다. 식약청에서도 관련 문제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구요. 환자가 산지 문제에 민감하다면 산지나 생산처, 아니면 거래하는 한약재 업체 등을 공개한 한의원으로 가면 되는 것이고, 이건 처방전 공개 문제와는 많이 어긋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시다시피 한의사 제도와 중의사 제도가 아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추구하는 바가 많이 달라요. 그런데 그걸 쉽게 비교하면서 한쪽을 ‘어이가 없고’ ‘기본적인 수준도 벗어나지 못한’ ‘비정상적인’ 것으로 표현하셨죠. 무슨 책을 읽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의수세보원을 원문으로 보셨을런지도 모를 일이지만, ‘사상의학은 퇴화’ 같은 말씀을 하시는 것도 솔직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어요. 트랙백까지 걸어놓고 무슨 얘기냐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리 논의를 오래 이어가고 싶다거나 논의가 유쾌하다거나 열정적으로 논의를 하게 된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5. 더 이상 논의를 이야기하기 싫으시다니 짦게 줄이겠습니다. 인터넷의 다양한 사람들로 인하여 한의사들이 쓸데 없이 공격받는 것은 맞지만, 이렇게까지 방어적으로 나서는 것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이는군요.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님은 제가 거론한 처방공개화에 대해서 다양한 제반사항을 거론하면 반대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제가 지적한 것은 그것은 주객이 전도된 사항이라는 것입니다. 저의 추측일수도 있지만, 님도 처방전의 공개가 더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시는듯 합니다. 님을 비롯하여 메일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하신 한의사님들은 기본적으로 “처방전의 공개”자체는 지지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도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고치려고 노력하셔야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처방전 공개화를 위한 제반사항을 구축하실 생각을 하는 것이 주요당사자의 한명으로서의 의무이며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님은 반대로 제반사항을 이야기하면서 실현불가능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처방전 공개를 위해서는 약재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가 아니라 “처방전 공개는 약제시스템이 엉망이라서 못합니다.”라고 쓰신 것입니다.

    저로서는 알권리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기에 그 알권리의 핵심인 처방전에 대해서 강조를 하였습니다. 님과 같이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반박논리로 자가처방을 거론하는 하는 것은 논점에서 이탈하는 행위라고 보입니다. 자가처방은 어디까지나 환자의 잘못된 행위이며, 사실 이는 한의학계 외에 서양의학계에서도 계속적으로 환자들에게 알려주어야 되는 의학계의 의무입니다. 약재시스템 개혁과 같이 어떻게 보면 의학계 자체에 가장 큰 의무가 있는 사안들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오히려 “현실적인 불가능” 원인으로 삼는 것은 역시나 주객이 전도된 행위라고 보는 것입니다. 산지 이야기 역시 처방전의 이야기와 완전히 같은 선상에 있는 알권리의 문제입니다. 이것이 다른 선상의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것에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조금 독설을 하자면, 약재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것에 가장 큰 책임주체는 누구일까요? 정부 관계부문일까요? 약재상들일까요? 환자들일까요? 아니면 한의학계일까요?

    저는 한국 한의학계의 모든 것이 “쓰레기”라고 주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문제가 있는 것이 제가 느끼기에는 비상식정인 면이 있었기에 그 부분을 비상식적이며 상식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알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것은 비상식입니다. 그렇기에 비상식이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내부자이기에 일정한 한계가 있으시겠지만, 오히려 더욱 더 한국 한의학계의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서 스스로를 자정하고 개혁하는 노력을 하는 말씀들을 하셨으면 합니다.

    * 의료법에 의하면 제18조 (처방전 작성과 교부) ①의사나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약사법」에 따라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내주거나 발송(전자처방전만 해당된다)하여야 한다. “라고만 적시되어 있습니다. 이 구문을 해석하면 한의사에게는 처방전 공개의무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이 조항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약사법에는 한약사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라는 것은 더 잘 아시리라 봅니다.

  6. 말씀 잘 읽었습니다. 갑자기 떠오른 다른 맥락의 얘기를 해 보면……

    말씀하신 바와 같이 환자도 의료인도 행정기관도 서로 이야기하고 함께 가야 할 존재인데 어느 한 쪽, 특히 의료인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기득권을 타파해야 한다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좌파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좌파 원리주의자들로부터 특히 이런 견해가 많이 보이고, 특히 좌파색깔의 언론에서는 의학, 한의학, 약학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일본이나 독일에서 쓰여진 선정적인 텍스트를 근거로 삼아 의료인들을 적대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의료란 것이 가장 잘 되어 봐야 본전이고(건강 상태 유지) 잘못되면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죽음)는 점에서 누구나 의료인에 대한 불만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런 비의료인들의 의료인들에 대한 막연한 적의를 이용해 여론몰이를 한다는 점에서 아주 나쁜 행태라고 봅니다, 마는……

    이런 얘기는 블로그에서나 해야 할 말이고 사실 그런 막연한 적의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계속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것도 의료인들의 몫이 되겠지요. 의료인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물론 바꾸어나가야 할 테구요.

    그건 그렇고 좋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걸 굳이 비밀댓글로 쓰실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

  7. 1. 한방 처방전 공개에 대해

    이 부분은 어느 정도 동의 합니다.
    다만, 워낙 < 의료란 약이나, 적어도 무언가 받거나, 무언가 검사하거나해야 한다> 라는 인식을 환자나 의사 모두가 성숙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감기처방에 비타민 드세요 혹은 처방전없이 푹쉬세요 라는 의료지침만 내렸을 경우 한국의 환자들이 이를 받아들일수 있는지 .. 혹시 전문의약품이나 주사제 처방을 줄이면, 당장 병원수입이 감소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불안감같은 거 말이죠.

    한방의 경우, 발행된 처방전으로 환자가 임의로 판단해서 약제시장에서 대충 구한 관리되지않은 것 ( 모든 한의원의 한약은 식품의약청의 품질관리를 받은 것을 쓰게 되어있죠. 불시에 와서 검사를 하고 갑니다. ) 으로 조제할 가능성이 있고, 전탕에 따라 약물의 변화나 추줄이 달라지는 데 이것을 통제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차후에 한방의 의약분업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한방처방전은 정식으로 인가되어 전탕 및 약재를 정확히 관리할수있는 한약사(한약업자-그냥 장사꾼-가 아닌) 에게만 공개돼고, 환자에게 오직 정보확인용으로만 쓰겠다는 확인후에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야만, 다양한 변수를 줄여서 차후에 더 좋은 전탕법이나 한방기술 발전을 위한 데이터를 축적할수 있으니까요.

    진료처방에 대한 부분은, 책이나 핸드북뿐만아니라 다른 의료인의 의견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환자분이 보시기에는 팍팍 폼나게 슬슬 일을 처리하거나, 이런 저런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 보기 좋지만, 좀더 좋은 치료를 위해 결정을 보류하고, 더 자료나 다른 의료인에게 의견을 확인할수도 있는데.. 그 과정을 보여준다거나, 케이스 브리핑 모습까지 환자에게 공개하는 것이 좋은가는 좀 의문이군요. (닥터 하우스가 아무리 똑똑하고 괴팍해도 다른 의사들의 의견을 듣습니다. )

    2. 투약일수에 대해

    경미한 질환이나, 급성질환에는 당연히 투약량이 적어집니다.
    하지만, 장기치료가 요하는 경우는 당연히 길어집니다.

    본글의 의미가 수시로 방문해서 다시 처방을 repeat 해야 옳은거 아니냐란 관점이시라면 동의합니다만.. 그저 한달이상 같은 약인 경우는 없다 라는 의미시라면 음 글쎄요.. (당장 양방의 정형외과의 통증약, 혈압 당뇨약등의 만성질환약의 경우도 그렇고요.)
    옆의 일본 한방책자의 치험례를 보아도 신장질환에 a 한약을 1985년 5월에서 장기복용하다가 1990년 2월부터 b 한약으로 전환 다시 1990년 9월부터 c 한약으로 전환 상당히 호전되고, 1991년 11월부터 d 한약으로 예후 관찰중이라는 임상보고가 있습니다.

    원래는 한의학도 짧은 기간의 약을 지었으나, 전탕기의 발달과 추출방식의 연구로 장기간 복용이 늘어나게 되었죠. 또한 잦은 한의원방문을 불편해하는 환자들의 요구도 한몫을 한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하는지를 판단한후 약을 주고나서, 수시로 연락을 취하는 차선책을 취하게 된거죠. (http://www.akomnews.com/subpage/search_detail.php?code=A005&uid=39005&page=/subpage/search.php&nowpage=10&search_word=%C3%B8%BE%E0&search_key=all&sadop_date=–&eadop_date=–
    이 링크된 내용의 마지막 부분을 보시면, 1제 (20첩) 분량을 원하는 사람과 그 이상을 원하는 일반인이 비슷한 비율이란 걸 알수 있습니다. 아마도 바쁜 직장인이나, 여러 교통적 여건에 따라 차선책을 일반인이 선호하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 하지만, 그렇다고해도 대부분 한의원에 보급된 탕전기는 1회에 1제(20첩)분량을 기본으로 하기때문에 그 이상을 하기는 용이하지 않고,

    또한, 한꺼번에 2개월이상의 약을 지을경우 보편적인 환자의 부담금이 일반적인 범위를 크게 벗어나게 되어서 요즘처럼 거의 100% 세무신고 돼는때에는 행정기관에서도 소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 이미 2000년도 중반의 한의사의 심평원전산화는 90% 이상 – 당시 양방은 60-70% 수준 으로 이루어져서 일부 특화된 한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네한의원(?)들의 자료는 거의 다 행정기관에 공개되었습니다. (행정기관이 일반인에게 공개하느냐 마느냐는 그분들의 선택이지만요..음..)

    혹시 바로님의 의견은 앞의 링크처럼 현재 첩약비용이 비싸고, repeat 단위가 커질경우 금액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의미시라면 한의사 역시도 첩약보험화나 한약 제형의 변화를 통해 부담금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원가대비 가격등을 통해 한의사의 능력비용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파악을 하신다면 좀 그렇치요.. 메스값이 비싸서 수술이 비싼것이 아니니까요.)

    3. 사상의학에 대해

    사상의학은 체질의학의 한 분류이며, 어느정도 임상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언급하신 바로님의 지적은 실은 사상의학 초기부터 한의계내에서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사상의학의 존재하는 이유는 이제마선생이 고안한 이론의 독창성도 있지만,
    기존 한의학의 프레임에서 해결하지 못하던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것과
    그 사이의 임상적 경험을 통해서입니다. (나왔다가 사라지는 자잔한 가설이나 이론은 꽤 많습니다. )

    그리고, 초기의 사상의학과 지금의 사상의학은 이론적으로나 임상적으로 여전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4개로 나눈건 다양한 체질에 따른 전개과정을 크게 분류해서 4개로 나눈것이고, 그안에는 또다른 분류가 나옵니다. 즉, 무슨 체질이다는 너무 기초단계고, 표리전변을 따지고, 거기서 무슨 탕이 적용되어야 할 단계이다까지 들어간 이제마선생의 연구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일부 이론이나 탕증을 수정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의사의 입장에서 사상의학은 체질분류보다는 탕증의 분류가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리고, 흔히 오해가 되는 무조건 무슨 체질에는 무슨 약이라는 공식도 이제마선생이 절대원칙으로 세우지는 않았습니다. 상황에 따라 연령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하는 거니까요.. )

    사상의학이 한의학의 모든것도 아니며, 사상의학이 체질의학의 완결판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역활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4. 일침 이구 삼약에 대해

    일침 이구 삼약은 보통 한의사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라서 잘 안쓸려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도구를 선택하는것이고, 오직 침뜸약만이 치료법도 아니니까요.. (한방정신과치료에서는 언어를 통한 치료가 정식 한방보험치료로 인정하고 있고, 기타 여러가지 장비나 기법이 신치료법으로 포함되고 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타인의 건강이나 신체에 변화를 줄수는 없죠. 그런데, 타인의 건강을 위해 그걸 가능한 자격을 가지는 사람이 ‘의료인’ 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의료인에 의해 장사꾼으로 취급받을 때도 있지만, 많은 의료인들은 묵묵히 자기 일을 합니다.
    또한, 의료체계에서 환자, 의료인, 행정기관의 협조로 이루어지는 거고, 그 어느 쪽도 ‘악’으로 규정해서는 답이 안나오겠죠..

    2014년 국제 표준사인분류에서 전통의학부분이 들어갑니다.
    거기에 발맞추어 한국의 한방질병분류체계 역시 올초에 변하였죠..
    한의학은 물론 세계각국의 전통의학은 더욱 국제화되고, 더욱 정밀해지고, 더욱 환자중심화되어야하겠죠..

    ——————-
    제가 대표한다는 생각은 아니여서 비공개로 했으나, 바로님과 예인님의 의견을 따라 공개합니다.

    블로그가 영 익숙하지를 않고.. 이런 긴글을 댓글로 쓰면 싫어하시는 분도 계셔시기도 하고요.. ^^

  8. 긴 글이 내용만 길다거나, 링크로 걸 수 있는 다른 글을 단순히 붙여넣기한 것이라거나 했다면 모르지만…..
    내용이 충실하다면 글이 길든 짧든 불쾌해할 이유가 없습니다. ^^ 많은 걸 배울 수 있는걸요. 토의하고 있는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글을 읽는 제 3자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테구요.

  9. 전직 한의사입니다.
    바로바로중얼중얼님의 블로그에서 좀 흥분을 했습니다.
    끝의 댓글 서너개가 저의 글입니다. 혹시 시간되시면 읽어보시고 사실, 이곳에 공개로 글을 쓰기가 개인적으로 창피해서 비밀글로 씁니다. 같은 한의학도로서의 제글이 도움이 될 일인지 오히려 해가 될 일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서 제게 메일을 부탁드리려고 글을 보냅니다. 한의업을 하고 있지 않으면서 비방글을 보니까 더 흥분이 되는군요. 한의계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데, 혹시 읽어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 메일은 ryhpark@paran.com 입니다.

    1. 어떤 말씀을 하셨든 제가 끼어들 이유가 없지요. ^^;; 게다가 저는 한참 공부가 부족한 병아리 한의사에 불과한걸요.

      하지만 사실 의료 관련 논쟁은 손쉽게 “기득권을 가진 의료인과 피해받는 일반인”구도로 흘러가서 옳고 그름의 문제가 모호해지고 저급한 이데올로기 다툼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특히 그 분은 처음부터 의료사회학에 대해서도 한의학에 대해서도 그리 잘 알고 글을 쓴 것 같지 않아서…… 댓글을 남겨주는 게 좀 ‘낚이는’ 느낌이 들어요.

    2. 본인이 말씀하시듯 병아리 한의사분이시라면서
      참 침착하고 현명하신 분 같군요.
      많은 환자들 잘 치료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데모세대라 그런지, 꼬인 사람을 보면 다혈질이라 손해를 보면서도 일을 저지르고 마는 스타일이군요.
      써놓은 글이 엉망이라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 분 말씀처럼, 그 블로그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읽고 판단할 문제겠지요.
      괜한 짓을 했다 싶으면서도 오히려 삭제를 하면 쓸데없이 승리감을 안겨줄거 같아서 그렇게도 못하겠군요.

      그런데, 혹시 그분 말씀처럼 한약사 제도가 없어진건가 해서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그 협회가 2010년 회의도 하고 건재한 걸로 나오네요? 한약사제도를 반대할 필요없지만, 짬이 나는대로 이곳에 들러서 한의계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군요.

      현재 나이 40이 훌쩍 넘어서 뒤늦게 다른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언제 다시 개원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개인적으로는 수련의 3년 세대의 마지막 학번이라, 수련의 과정을 모두 마치고서도 전문의시험 자격을 박탈당한 피해자라, 임상의들이 임의로 만든 인정의제도를 끝까지 거부하고 있습니다만, 누구보다 한의학을 사랑하고 그분처럼 부정적인 시각으로 끝까지 한의계를 오도하는 경우를 보면 끝까지 나서서 싸우는 편입니다.

      어찌보면 동료 한의사들에게도 좀 피곤한 타입일 수 있습니다만,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니, 가끔 들르는 걸 싫어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0. 예인님, 제가 이 게시물을 제 블로그로 담아갑니다. 원문 출처를 밝혔으니, 오셔서 확인하시고 [담아가는데 반대하신다면] 님의 글을 지우거나 비공개로 돌리지요. http://blog.chosun.com/reb02buf 가 제 주소구요, 전체 게시물에서 “자료 모음” 아래 님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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