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바다를 칭찬합시다

소리바다는 고음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및 mp3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원 사이트로, 8%대 점유율로 업계 5위권을 형성하고 있다(2009년 1분기 기준). 그런데 이 음원 시장이란 데가 의외로 ‘박터지는’ 곳인 듯 하다. SKT와 연관된 ‘멜론’, KT의 서비스인 ‘도시락’, 거대 미디어기업 ‘엠넷’ 등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 들어 군소업체들은 큰 업체에 통합되는 추세인 것 같다. 물론 ‘멜론’이나 ‘도시락’을 진정한 선도업체로 순순히 인정해주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이 상황에서 군소업체에 속하는 ‘소리바다’가 택할 수 있는 생존전략은 무엇이었는가? 돈으로 부딪치는 건 무모하다. 어차피 다 비슷비슷한 음원을 서비스하는 입장이니 특별히 서비스에서 차별화를 이루기도 어렵다. 그래서 소리바다는 조금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윈도(Windows) 플랫폼에서는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 윈도 플랫폼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 이를 우회하여 측면에서 공격한다.
그들이 선택한 첫 번째 우회로는 맥(Mac)과 리눅스(Linux)였다. 원래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는 음악 재생 및 MP3 파일 다운로드에 액티브 X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기술에 대한 전문적 설명은 차치물론해야하겠지만, 이 기술은 보안상 문제가 있고 특정 운영체제(윈도), 특정 웹 브라우저(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흔히 말하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종속’을 심화시키는 심각한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소리바다는 유튜브나 다음 티비팟, ‘.swf’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플래시’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윈도(Windows)는 물론 맥과 리눅스에서도 서비스를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론 윈도에서 파이어폭스(Firefox)나 크롬(Chrome) 같은 색다른 웹 브라우저를 쓰는 사람들도 문제없이 소리바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소리바다가 채택한 플래시는 절대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액티브 X에 비한다면 차선책으로 받아들일 만한 것이었다.
두 번째로 그들이 선택한 우회로는 아이폰(iPhone)이다. 그들은 아이폰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현재 베타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맥이나 리눅스 플랫폼에 비해 아이폰은 상당히 파괴력이 강한 플랫폼이다. 후에 다시 얘기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아이폰은 그 개통댓수가 한달여만에 상당수에 다다랐을 뿐 아니라(15~20만대 추정) 시대의 ‘하이프(Hype)’로서 상징적인 의미가 굉장히 큰 플랫폼이다.
여기까지가 소리바다가 지금까지 한 일이다. 여기에서 나는 시장의 놀라운 힘을 본다.
그동안 한국의 IT 시장은 ‘윈도 종속’ ‘MS 종속’이 너무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맥이나 리눅스 등에서는 음악 서비스조차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를 ‘교정’할 방법을 찾아낸 사람은 드물었다. 많은 사람이 윈도 종속에 빠진 한국 IT 업계를 구출할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을 부르짖었으나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맥 지원과 리눅스 지원을 강제할 방법이 없었던 탓이다. 또한 오픈 소스의 위대한 철학과 개방성을 예찬하는 사람은 많았으나 리눅스나 오픈오피스는 여전히 극단적일 정도로 비주류에 머물러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테지만 무엇보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윈도 종속에서 벗어날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
그런데 시장의 원칙에 지극히 충실한 소리바다의 전략이 그 대단한 지식인들의 정책 제안과 오픈소스의 철학을 누르고 ‘윈도 종속’의 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멋진 한 수가 되었다. 소리바다의 사례는, 비록 조건이 (시장이 역할하기에) 너무 잘 갖춰져있긴 했지만, 뛰어난 지식인들의 정책 제안도, 개발자들과 컴퓨터 마니아들의 ‘개방’에 대한 철학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아주 작은 변화이긴 하지만 틀림없다. 그토록 목놓아 부르짖던 선동의 구호도, 개방이나 공유 등 컴퓨터 마니아들이 신조로 두고 따르는 철학도 이처럼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리바다의 전략이 ‘윈도 종속’ 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주진 못한다. 또 FLEX, 일부 서비스의 경우 AIR까지 동원한 소리바다의 방식이 컴퓨터 마니아들이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 완전한 개방과 공유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불완전하다. 아쉽고 한참 부족하다. 그러나 이 시장을,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는 경기장을 지킬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처럼 시장이 완전히 열려있고, 또한 역동적으로 변화할 힘이 계속 남아있다면 어떠할까?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타난다면, 어떤 군소업체는 이 새로운 운영체제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웹 브라우저가 나타난다면 또 어떤 군소업체는 이 새로운 웹 브라우저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대세가 되는 것도 있고, 또 사장되는 것도 있고, 계속 그렇게 변화할 것이다. 비록 시간은 조금 걸릴지라도. 저울은 끊임없이 흔들릴테고, 그 흔들리는 와중에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크게 볼 때 이 상태는 그나마 이상적이다. 그리고 또한 가장 이상적이다.
왜 그나마 이상적이면서 또한 가장 이상적일 수 있을까? 위험한 발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완전한 개방과 공유라는 철학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방형 플랫폼이라는 신화(직설적으로, 리눅스나 안드로이드에 대한 신화) 또한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이상적인 상태는 현실 속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 속에서 기업들이 경쟁하며 끊임없이 변화함으로써 차악, 또는 차선의 형태로 발전해나가는 것이 그나마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는 하나은행이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기반의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개발하려 하자, 금감원이 스마트폰 인터넷뱅킹 서비스에도 키보드 보안이니 하는 온갖 프로그램들을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뭐 이런 저런 얘기들이다.
어쨌거나 돌고 돌아 하고 싶은 얘기는 소리바다가 참 잘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FLEX의 완성도 문제나 속도 문제, 인터페이스 문제 등 지적하고 싶은 부분도 많지만 어쨌든 그 변화 자체만으로도 칭찬할 만하다. 음원 사이트로 소리바다를 이용해야 할 이유도 충분하다. 한동안 업데이트되지 않았던 ‘이달의 노래’ 코너에 앞으로 소리바다 링크를 넣을 생각이다. 소리바다에서 무슨 돈을 받아서 링크를 거는 건 물론 아니고, 이런 방식의 운동, 구호, 선동 또한 그 시장과 시장 속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을 자극하는 엄연한 시장의 한 구성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덧붙임. 이 얘기가 개방과 공유를 목놓아 소리치고 또한 실행하는 컴퓨터 마니아들의 움직임을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또한 표준 등을 무의미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소리바다를 칭찬합시다”에 대한 9개의 댓글

  1. 여기까지가 소리바다가 지금까지 한 일이다. 여기에서 나는 시장의 놀라운 힘을 본다.<- 한줄 공감!!^^ 이번 애플의 아이폰이 가져온 시장의 변화가 참 많네요^^ 예전 예인님 글은 한줄 사족이었나 그게 참 재밌었는데... 요즘 글에선 안보여서 팬으로써 아쉬워요 ㅎ

  2. 내 생각에 아직 시장은 액티브 엑스 종속에 미지근한 반응인거 같아.
    소리바다가 개방형 플랫폼을 전략으로 삼은 건 그냥 차별화된 전략으로 선택한 것이겠지.
    물론 그 의미가 유효하고 그를 바라는 유저들도 있지만..
    시장의 대세는 그게 아닌거 같아. 아직도 우리나란 닥치고 설치 누르는 유저가 대부분이니깐.
    이제야 네이버나 다음이 시작했으니..
    시장이 정말 원하는 시기는 조금 더 지나야 하지 않으려나.

    오픈웹이다 뭐다 아무리 개난리를 피워도 변화하지 않았는데…
    네이버, 다음 같은 공룡들이 나서기 시작하니깐 이제야 좀 변화하는 낌새가 보여..
    이런걸 정부가 주도해서 관공서부터 개혁해나갔으면 얼마나 좋겠어..
    근데 정부는 오히려 가만히 있고.. 세계적 추세를 느낀 기업이 그나마 이제 시작했으니..
    정부가 얼마나 무능력한지.. 그리고 힘이란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이 든다.

  3. 그러고보니 요즘 들어 사족을 쓰는 일이 적어졌다능…..

    ‘시장의 흐름이 모두 Acitve X -> FLEX 로 이사갈 것’이라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놔두면 개중에는 ‘살아남기 위해’ 비주류를 공략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는 것임. 즉 이 글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상태는 모든 사이트가 FLEX 기반으로 옮겨탄 상태가 아니라, 멜론이나 도시락은 계속 Active X 쓰고, 소리바다나 네이버는 살아남기 위해 FLEX로 옮겨타고, 이런 다양한 기술이 지지고 볶고 있는 상태를 의미함. 물론 ‘엄청나게 개방적이고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웹의 정신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기술’이 펑 하고 나타나서 다들 그것을 적용하는 것은 – 물론 가능만 하다면야 가장 좋은 상태이겠지만 – 아예 불가능한 일이고. 그러니까 음원시장의 경우 바로 지금이 ‘이상적인 상태’라는 것임. 시장의 주류가 계속 Active X로 남아있더라도 별 상관이 없다능.

    물론 Active X는 너무 병맛이라 아마 네이버/다음을 필두로 FLEX나 실버라이트같은 다른 RIA로 옮겨탈 가능성이 높지만…… Active X를 버리자는 건 이 글의 주장이 아니므로 패스……

  4. 핑백: goigoi's me2DAY
  5. ㅇㅇ 소리바다는 확실히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겠지.
    하지만 네이버나 다음은 그렇다고 보긴 힘들거 같아.
    네이버랑 다음은 이제 ‘닥치고 개발’ 차원을 넘어서는 가치를 추구하려고 하는거 같아.
    공공의 목적을 위한 웹기술적인 개발과 함께 여러가지 자신들의 생산물들을 공유하려고 하더라고.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겠지. 그리고 이런 기업들의 활동이 어느 정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

    어느 플랫폼에서도 돌아가는 것을 구현하는 것은 꿈의 내용은 아니야.
    그 기술적인 포맷이 공개되어있기만 하면 어디에서라도 돌아갈 수 있지.
    하지만 공개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업체도 있어.
    추세는 공개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액티브x는 결국 그 추세에 참여하지를 않는 게지.
    그래서 사실 사장되어야 하는게 맞는데,
    우리나라는 워낙 시장 상황이 특수하다보니, 계속 소수의 피해자가 생기는 거지.
    OS의 독점이라는 문제, 거기에 익스플로러 끼워팔기가 곁들여 지면서 생긴 이 굴레라는게
    얼마나 단단한건지 우리나라의 예를 보면 딱 알 수 있는 거 같아.

  6. 안녕하세요.
    일단(?) 크로스플랫폼으로 새출발한 소리바다의 개발자입니다.
    국내 음악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해 많은 고민끝에 실체화 해야 할 몇가지 작업들중
    첫번째가 크로스플랫폼인데 예인님의 글을 비롯한 몇몇글들이 기운을 북돋아 주네요 ㅋㅋ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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