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오행론, 한의학을 지배할 만한 가치가 있나

한의학 이론의 타당성에 대한 논쟁은 결국 한의학의 과학성 논쟁과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한의학 이론들이 경험이 있은 사후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계에는 이러한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한의학 이론이 서양과학을 이상의 체계성을 갖춘 우수한 이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음양오행설은 한의학 인식체계의 형성에 기틀을 형성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한의학의 인식방법에 대한 발전이 촉진되었다[footnote]동의생리학. 대한동의생리학회편. 일중사. 2005년.[/footnote]고 여겨진다. 또한 음양오행설을 통해서 자연현상 전체의 일반 규율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이 학설이 의학에 도입되어 이법방약(理法方藥)의 이론으로 연결되었다[footnote]동의생리학. 대한동의생리학회편. 일중사. 2005년.[/footnote]고도 여긴다.

그러나 음양오행이 종합판단, 즉 공허하지 않은 유의미한 정보를 가지는 명제의 선언에 얼마나 유용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이를 검사하는 것이 음양오행설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음양오행설의 한계는 한의학 비판론자는 물론 한의학계 내부에서도 적잖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문제다. 특히 핵심적인 논쟁거리는, 과연 음양오행설이 기존의 의학적 사실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의학적 사실을 밝혀내는데 까지 공헌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또한 일부에서는 음양오행이 그리스 시대의 사원소설 등과 유사함을 들어, 서양의학에서 이미 폐기된 고대 이론을 한의학에서는 무차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심지어 동양철학계에서도 음양오행설을 학문의 기반으로 깔고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풍수지리나 역학 등 극히 일부에서 그 형태를 발견할 수 있어 그 역사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음양오행은 긴 시간동안 한의학의 지배적인 사상으로 역할하면서 원소(元素)라기보단 기능(機能)적인 측면에서 이해되어 왔다. 예를 들어 오행은 목, 화, 토, 금, 수가 만물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상이 아니라 사물과 현상이 가진 독특한 특징들을 나무, 불, 땅, 쇠, 물의 성질에 빗대어 설명한 체계이다. 음양과 오행은 자연현상과 인체 생리/병리현상에 대한 공시성과 통시성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따라서 한의학 이론에서 음양오행은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다.

또 종교에서 음양과 오행은 절대적인 원리이자 만물의 시초(始初)로 여겨졌으나, 한의학에서의 음양과 오행을 이런 종교적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오히려 발견된 현상을 쉽게 설명하고 기존 현상과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보는 편이 합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상이 처음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와 별개로, 애당초 음양이 있고 모든 사물과 현상이 이에 끼워 맞춰져 설명되었다기보다, 새로이 발견된 사물이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서 음양과 오행을 원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처럼 음양오행이 과거의 현상을 설명하는 툴로서는 나름의 유용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로 사용될 때에는 적합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풍수지리학과 한의학은 음양오행을 자연과 인간에 대입하여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한의학에 적용된 음양오행이 보다 더 실증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상이 제대로 ‘예측’되는지는 검증해야 할 문제라 할 수 있다.[footnote]<동양 철학과 한의학> 김교빈. 박석준 외 ‘음양오행 사상을 둘러싼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 황희경’, ‘한의학에 적용된 음양오행론의 특징 – 박석준’ 참조[/footnote]

(2009/9/28 추가) 예를 들어 양성자와 전자, 중성자 이론이 음양오행으로 완벽하게 설명된다며 음양오행론의 우수함을 설파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행위이다. 음양오행 자체가 공시성과 통시성, 상대성과 절대성 등에 대한 무척 광범위한 철학인 탓에, ‘과거의 현상을 설명하는 툴’로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양성자와 전자가 발견된 시점에서, 음양은 ‘중성자’의 존재를 ‘예측’할 수 있는가? 핵융합과 핵분열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가? 태극, 대대, 전화, 소장, 무한한 분화 등은 그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양성자와 전자, 중성자의 개념은 음양의 개념과 놀라울 정도로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은 그 대표적인 실례로 보인다.

따라서, 한의학을 현대적 의미의 학문으로서 정립하기 위해서는 음양오행설에 대한 교조적 해석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음양오행설이 일종의 공리(公理)이므로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펴기도 하지만, 음양오행은 공리라 칭하기에는 너무 길고 복잡하며 지나치게 상징적이고 포괄적이어서 공리로서의 자격에 미달한다. 음양과 오행은 한의학 체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언어적 도구’일 뿐으로, 이를 한의학을 ‘지배하는 공리’로 삼고 종교적으로 신봉하는 태도는 올바르지 못하다.

연재 : 새로운 한의학상의 정립이 필요하다
(4) 음양오행론, 한의학을 지배할 만한 가치가 있나

“음양오행론, 한의학을 지배할 만한 가치가 있나”에 대한 2개의 댓글

  1. 음양오행에 왜 종교가 나오시는지… 음양오행 이야기를 하시려면 ‘우주변화의 원리’라는 책 소개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요? 음양오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시면서 종교로 의제하는 주제를 이끌어가시는 것 같아서 적어봤습니다.

    1. 그 책이 한의학 외에 어떤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는지도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그 책은 증산도의 교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음양오행 얘기를 하려면 그 책을 꼭 소개해야 한다는 것도 교조적 태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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