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에 대한 국가적 관리가 시급하다

한약 및 침 등 한의학 치료법의 효과와 부작용을 검증하여 한의학 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의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한약재의 품질관리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간독성 문제, 중금속 문제, 원산지 문제(중국산 한약재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여러 매체를 통해 지적되면서 한약재를 가지고 만든 한약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4년 대한한의사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90% 이상의 응답자가 ‘국산 한약재가 중국산 한약재보다 효과가 좋다’고 응답하는 등[footnote]머니투데이, 2004년 6월 1일. <중국산 한약재 신뢰도 떨어져>[/footnote]  중국산 한약재의 수입은 한의약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또한 2007년 10월 22일 발표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산과 수입 한약재에서 기준치의 최고 204배에 달하는 중금속이 검출되는 등[footnote]연합뉴스, 2007년 10월 22일. <유통 한약재서 중금속 검출… 30%는 국산>[/footnote] 한약 유통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우회적이고 느슨한 인과를 방패막이삼아 최소한의 자정 노력조차 게을리 한 한의학계의 책임이 크다. 서양과학적인 잣대를 한의학에 들이대는 것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검증마저 거부한 탓에 가장 기본적인 약재의 신뢰성 문제마저 흔들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의학계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대책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footnote]유통한약 품질규격 모니터링 연구(김호경, 천진미, 이아영, 이혜원, 최지현, 장설, 고병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논문집 11/2, 2005. 155-165) 등을 비롯해, 한의학계 내부에서 한약재 품질 관리에 대해 진지하게 학술적 논의를 시작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footnote] 한약재 이력추적관리제도 등 다양한 제도적 방안도 실제 구축을 앞두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약재의 유통관리 기준을 엄격히 하려는 한의학계의 노력은 아직 대중들에게 다가설 만큼 진지하고 광범위하지는 못한 것 같다. 문화일보 여론마당에 실린 다음 기고문은 이러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화일보, 2008년 2월 18일
<여론마당 : ‘한약재 곰팡이 독소 허용기준’ 품목 더 늘려야>

하지만 시장의 한약재상에서 약재료를 살 때마다 농약이나 각종 오염정도에 대해 완전히 믿을 수가 없다. 중국산으로 농약이 많이 함유됐는지도 알 수 없다. 얼마나 인체에 무해하게 말리고 가공했는지 또 중금속의 함유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

식의약품을 먹는 소비자인 국민들의 이런 우려에 대해 안전을 지켜줄 의무가 있는 곳은 당연히 정부기관이다. 그런데 한약 규격집에는 “될 수 있는 대로 깨끗하게 다루어야 한다”고만 했을 뿐 곰팡이 등 각종 오염물질에 대한 정확한 수치 기준이 없다고 한다.

최근까지 한약재의 곰팡이 독소 허용 기준도 없었는데 그나마 얼마전 그 기준이 겨우 입법예고 됐다고 한다. 문제는 겨우 한약재 9가지에 대해서만 곰팡이 독소 허용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한의원이나 한약재상은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재가 얼마나 되는지 알것이다. 우리같은 일반 시민들도 대략 100여가지는 넘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실제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는 자그마치 5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한약재에 붙어있는 악성 곰팡이류를 검출할 수 있는 약재 종류를 단 9가지만으로 한정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한약재를 사용하는 국민건강을 위해 서둘러 그 기준 대상 약재를 최대한 더 늘려야 할 것이다.

시민일보, 2008년 3월 10일
<한약재 원산지 표시 단속 전무>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은 한약 소비자의 88.1%가 한의원에서 한약을 구입하고 있으나 한약재의 내용을 전혀 모르고 처방받은 소비자가 76.1%에 이르는 등 소비자 10명 가운에 8명이 한약 성분 및 원산지를 모른채 복용하고 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한의학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선 임상가에서는, 위의 신문기사에서처럼 대부분의 의료소비자들이 자신이 구입한 한약에 어떤 한약재가 들어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 한의원에서 처방전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약재의 신뢰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처방 한약의 내용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면 의료소비자들의 믿음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통 한약재 관리를 위해서는 물론 국가 차원의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의약품의 규격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의학적 신뢰도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유통되는 식품은 원산지나 생산자 등이 표시되어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고 있는데, 한약재는 처방전마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불신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정부 차원, 정책적 차원의 문제이므로, 한의학계 내에서 끊임없이 그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정부에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일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정부에 모든 책임을 돌릴 수만은 없다.

이 문제에 대해 한의학계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로는 처방전 공개 등이 있다. 식품이 원산지와 생산자를 공개하여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었듯이, 한의약도 사용 한약재의 품질 등급, 원산지 및 생산자 등을 환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비슷한 방식이 일부 한의원에서 시도되고 있으나, 한약재 각각에 대한 자료(품질, 원산지, 중금속 함량 등)를 전부 공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완전한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또한 한약재의 품질, 법제 방법 등에 대해 가이드라인 자체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사회적인 신뢰도 얻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더 나아간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다시 거론하지만, ‘사회적으로’ 신뢰받지 못하는 의료에는 가치가 없다.)

그러나 비방(秘方) 문제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처방전이나 생산자, 원산지, 품질 등급 등의 완전 공개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한약재 각각에 대한 원산지 및 품질 등급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어떤 한약재가 사용되는지도 밝혀야 하는데, 소수의 한의사들이 비방(秘方) 문화 때문에 사용하는 한약을 외부에 밝히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법제(한약재를 가공하는 기술의 일종) 방법이나 한약재의 원산지 등을 이른바 비방의 일부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소한 요소 하나하나가 약효와 직결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한의계 내부의 신비주의 문화, 더 나아가서는 기미론과 같은 한의학의 패러다임 그 자체와도 연결된다.

연재 : 새로운 한의학상의 정립이 필요하다
(3) 한약재에 대한 국가적 관리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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