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증후군 MINERVA SYNDROME

미네르바(Minerva)는 고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전신(戰神)이다. 같은 전쟁의 신인 마르스(Mars)가 단순히 전쟁 그 자체를 좋아하는 포악한 신인 것과 달리, 미네르바는 전략과 전술을 관장하는 지적인 신이라고 한다. 그 탓에 주구장창 그저 저돌적으로 돌격만 해 대는 마르스는 미네르바의 신묘(神妙)한 전략에 크게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다음 아고라에서 몇 편의 글을 기고하며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름을 얻은 누리꾼 미네르바. 50대 초반, 증권맨 출신, 해외 체류 경험, 소문으로 알려진 그의 신원은 대강 이 정도다. 다른 소문에 따르면 0.1% 최상위층이란 얘기도 있고, 사회적으로 굉장히 인정받는 인물이란 얘기도 들린다. 그는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비롯한 현재의 전세계적 금융 위기를 비교적 정확히 진단하여 순식간에 유명세를 얻었다. 그의 필명이 미네르바라는 사실을 생각하니, 스스로를 경제대통령이라 자임하던 이명박과 감자돌이 강만수를 보면 어째 ‘저돌적인 바보’ 마르스가 떠오른다.

다시 신화의 세계로 돌아가서 – 미네르바에 줄창 깨지던 마르스는 급기야 미네르바를 직접 잡아들이겠다며 발발 뛰었다. 마르스가 멍청하기는 하지만 그 무력은 워낙 압도적인 것이었으므로 미네르바는 맞서 싸우는 대신 조용히 숨어들어야 했다. 이 모습이 얼핏 보기에는 마르스가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는 마르스가 자신의 전략이 미네르바에 비해 못 미친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었고, 전장의 전사들은 이제 마르스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가짐과 동시에, 미네르바를 진정한 전신(戰神)으로 추앙하기 시작했다.

전신 미네르바는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 전에, 그동안 마르스의 뒤를 따르던 용맹한 전사들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내렸다. “전사들은 비록 용맹했으나 그동안 어리석은 마르스의 뒤를 따르고 전쟁에서 수없이 패배하였으니, 이제는 그 용맹이 오랑캐의 용기(蠻湧)에 불과했음을 자각하고 전략과 전술을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전략과 전술을 연구한 위대한 학자들의 서적을 전사들에게 선물한 뒤 신들의 세상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가르침에 크게 감동한 전사들은 전신 미네르바의 가르침을 더욱 숭상하기 시작했고, 미네르바의 석상을 세우고 거기에 절했다. 그리고 특별히 용맹한 전사를 뽑아 그들로 하여금 마르스의 흉포한 전횡에 맞서고, 또 특별히 말솜씨가 있는 이들을 뽑아 온 세상에 마르스를 비난하는 소리를 퍼뜨리게 하였다. 아무리 흉포한 마르스라 해도 모든 인간의 비난에 맞서 자신의 뜻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용맹한 전사들 중 대부분이 미네르바를 숭상하긴 하였으나, 전략과 전술을 공부하라는 전신의 마지막 가르침만은 따르지 않았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 미네르바를 숭상하며, 마르스를 몰아붙이고, 흉흉한 소문을 퍼트리는 바로 그 전사들의 모습이, 어느덧 미네르바 대신 마르스를 닮아가고 있음을 그들은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 중 많은 수가 여전히 미네르바의 마지막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으며, 오직 마르스를 공격하기 위한 날선 공격성만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날선 칼은 미네르바의 것이 아니라 오직 마르스의 것이었음에도 말이다. 훗날의 의사들은 당시 전사들이 전략의 전신 미네르바를 숭상하면서 오히려 흉포한 마르스를 닮아가는 병적 현상을 일컬어 미네르바 증후군(Minerva Syndrome)이라 부르게 되었다.

1줄 요약 : 이런 신화 없다.

“미네르바 증후군 MINERVA SYNDROME”에 대한 8개의 댓글

  1. 핑백: jazz' me2DAY
    1. 과찬이십니다. ㅠㅅㅠ

      요 글을 쓴 직후에…… 최근 서울 시내 서점을 중심으로, ‘미네르바 추천 도서’라고 하여 그 추천 도서들을 패키지로 전시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역시 자본주의는 대단합니다!) 상술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다소 안타깝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라도 살려서 많은 사람들이 재테크 뿐 아니라 거/미시 경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jazz1124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