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교육감 공정택 씨가 새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주경복 후보가 이만큼 선전한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명박 행정부의 압도적인 실책이 아니었다면 주경복 후보가 40%대의 지지를 얻는 일도 불가능했으리라고 생각해요. 주 후보는 전교조 계열의 후보로 분류되었지요. 전교조에 대한 비난 여론을 생각하면 이건 마이너스 효과를 냈을 겁니다. 2005년의 조사이긴 하지만 절반 이상의 국민이 전교조의 활동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구요. 게다가 전교조 색깔 덕분에 조중동 등이 색깔론을 퍼붓기도 쉬웠지요. 통일전쟁 논란 같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분석씩이나 해 본 건 아니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유로워지길 원하지 않아요. 교복을 입혀놓고 통제하기 쉽게 만들어놓고, 아이들은 단정해야 한다며 두발 규제를 합리화하며, 키스를 하는 중고등학생들 사진을 올려놓고서는 혀를 차죠. 진보적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뭐 다른가요. 진보를 자처하는 다음에 가서, 학교에 관한 뉴스 댓글을 보세요. 체벌은 당연한 일이며, 학교에서 문제시된 체벌조차 “무언가 교육적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감싸주는 댓글들이 높은 추천을 받죠.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인간의 권리에 대한 존중과 대화에 대한 믿음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한나라당만이 아니에요. 물론 한나라당이야 이런 인권과 대화의 원리를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비민주주의의 상징이지요. 그러나 보통 사람들도 이런 개념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해 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학교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근거로, 0교시를 예로 들어 볼게요. 학생들 대다수는 0교시를 반대하지요. 일단 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정책입니다. 또 합리적이지도 않습니다. 사당오락, 사당오락 하는 말도 있고, 많은 학생들이 야간에 학원에 다닌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그런데 0교시를 하면서 7시, 7시 반, 이런 시간까지 학교에 등교하라고 강요를 한단 말이에요. 늦어도 6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소리죠. 그런데 의학적으로 사람은 7시간에서 8시간 정도 수면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수면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면 건강을 해치고, 하루종일 머리가 멍해지지요. 개인적인 경험을 생각해 볼 때도 0교시는 공부가 될 수가 없어요. 오히려 억지로 일어나 학교에 앉혀 놓으니, 오전 내내 머리가 멍한 상태가 되죠. 그런데 왜 수요자도 원하지 않고, 합당하지도 않은 정책이 계속 지속되는 것일까요?
우선 충분한 수면 시간을 보장받을, 그런 최소한의 권리조차 학생들은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사실상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인정해주는 유일한 권리는 학습권 뿐이죠. 의무이자 권리인 이 학습권 앞에서 다른 모든 권리는 사실상 고려가 되지 않아요. 두 번째로, 최소한의 대화가 안 되기 때문이에요. 어른들은 “0교시를 원하지 않는다”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요. 왜 원치 않는지, 왜 그것이 불합리한지 들어보려 하지 않죠. 그냥 선배들도 다 했던 일이니까, 우리도 다 했던 일이니까 너희도 그대로 따라가라, 이런 폭력적인 논리가 어른들의 논리의 전부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애들이 공부가 하기 싫으니까 억지를 부린다”며 오히려 아이들을 매도하죠. 정작 빈약하기 짝이 없는 것은 어른들의 논리인데,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대화의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는 거에요. 합리적인 요구에조차 귀를 닫지요.
교육감 선거 얘기로 돌아가 볼게요. 여론조사로는 드러나지 않는 얘기지만, 중고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살펴볼 때, 아이들은 주경복 후보가 교육감이 되기를 많이 원한 것 같더군요. 하지만 어른들은 공정택 씨를 교육감으로 만들어 놓았지요. 득표율이 대충 40% 정도 되더라구요. 저는 이 40%의 어른들이, 또다시 아이들의 목소리에 “애들이 억지를 부린다” “애들은 공부만 하면 된다”며 귀를 닫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귀를 닫기 위해 공정택 후보를 교육감으로 선택한 거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그 짤막한 외침과 함께 가슴에 쌓이고 쌓인 그 절망을 안고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렸던 불쌍한 학생들, 그 선배들…… 우리 선배들은, 그리고 어른들은 그들과 같은 세대를 살았으면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아이들을 또 몰아붙이고 있네요. 살아보니 성적이 행복에 중요하더라, 그런 깨달음을 얻으신 거겠죠. 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 학생이었을 때 원하던 것이 공부를 무시하는 것, 성적을 무시하는 것, 그런 것이었나요? 그저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절망하고 답답해하는지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 달라는 것 아니었나요. 공부에 지친 어느 주말에 애인과 함께 소풍이라도 나갈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자유, 가끔씩 공부 말고 다른 문제로 고민할 수 있는 그런 자유, 그 정도가 아니었던가요.
어른들은 또다시 아이들의 호소를 듣지 않기 위해, 모두 억눌러버리기 위해 공정택을 교육감으로 선택했습니다. 이 참을 수 없는 무능력의 소유자는 학교에서의 연애를 금지하고, 성행위가 적발될 시 퇴학 조치를 하겠다고 하는군요. 그래요, 공부를 하기엔 좋겠군요. 공부만 하기에는…… 다른 모든 것들, 소소한 행복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어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공부만 하기에는 정말 최적의 후보자를 뽑으셨습니다. 공정택 교육감을 만든 것은 그를 찍은 유권자들 뿐만이 아닙니다. 기권자들도 아니고, 조중동의 프로파간다도 아닙니다. 주경복 후보가 ‘이명박 반대’의 민심을 업고 교육감이 되었다 한들, 대체 무엇이 얼마나 바뀔 수 있었을지도 회의적이에요. 머리가 굳어버린 어른들은 사실 주경복을 원치 않으니까요. 인터넷에서 교권이 붕괴된다는 뉴스를 보며, 학생들의 키스 사진을 보며, 학생들이 긴 머리를 하고 다니는 것을 보며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것들은…” 하며 혀를 차는 우리들이 바로 공정택을 교육감으로 만든 겁니다.

  21 개의 반응

  1. 맞는 말씀이에요… 결국 따져보면 국개론이 되는거 같아 씁쓸하지만…그게 또 현실이니까요…

    • 저는 국개론 좋아합니다. 기성세대를 닮아가지 않겠다는 청춘의 기개! 아니겠습니까? ㅎㅎ

  2. *서울 와서 피시방에서 잠깐 간단하게 씁니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 선거는 결국 공정택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그간 2MB의 삽질로 인해 이번에는 진보계열인 주경복 후보가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만, 결과는 제 예상을 벗어나 여전히 보수계열이 지지를 받고 있다는게 드러났습니다. 특히 투표 통계를 보면 강남쪽에서의 지지율이 많더군요. 부자들은 여전히 보수적이란 결과인건지, 아니면 강남 아줌마들의 표심이란건지. 많은 분들이 그러시듯, 저 역시 처음에는 안타까..

  3. 학생들이 불쌍하네요.
    이들이 커서 투표권을 가지게 되면 대물림하지 않길 바랍니다.

    • 그것이 걱정입니다.
      “나 옛날에는 그것보다 훨씬 심했어”
      “나이 들어봐라, 나이 들면 알게 된다.”
      참 쉽게들 말하죠.
      이 쿨게이들은 자기가 10대였을때 그런 소리 하는 어른들을 얼마나 증오했었는지 그새 까먹은 모양입니다.

  4. 1년후 다시 선택합시다.

    어른들을 믿습니다.

    • 어른들이 변할 거라든가, 전교조가 쇄신될 거라든가, 이런 데 기대하게 되는 게 아니라, 공정택의 교육 정책이 얼마나 학교 일선을 끔찍하게 망쳐놓을지에 기대해야 하는 게 현실 아닐까요.

      사실 암담합니다.

  5. 가장 욕 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자기네 자식들 학원비/과외비 없다고 항상 불평 불만하면서 투표는 안한 사람들입니다.

    • 그 사람들도 욕은 먹어야겠지만,
      저는 투표로 공정택 찍은 사람이 더 싫어효.ㅎㅎ

      그리고 저는 주경복 후보가 당선되었다한들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보진 않으므로…… (오히려 미친듯 0교시하고 11시까지 야자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지도.) 사교육비 논리는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6. 오늘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했다. 나는 물론 한표 투표를 행사했다. 일단 결론은 공정택 후보의 당선이다. 투표율부터 보자. 15.4% 이다. 15.4%….. 아고라를 비롯한 인터넷 여론을 보면 무슨 투표율이 80% 이상은 나올듯한 분위기 였다. 이명박 심판하자, 교6감 선거, 경복 궁에서 잔치를 벌이자.. 아주 인터넷 여론만 보면 다 투표에 관심이 있고 6번이 될것 같은 분위기 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침부터 지지부진한 투표율에 8시까지 투표를..

  7. 몸으로 떼워야죠.
    하루 돈 더 벌려고 투표 안하고 나가서 벌어온 돈으론 택도 없을것입니다.
    하루 쉬고 투표하는 것이 더 돈을 버는것인데…

    할수 없죠. 안되면 몸던지거나, 피터지게 싸우셔야겠네요.

    교육감 선거면, 집에 교육받는 애들이 있는 사람만 투표하게 하던지
    자기 자식 영향없다고 마구 질러대는 노친네들은 투표권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참…내

    • 저는 손주은의 유전자론 신봉자이기 때문에, 사교육에 돈 쳐바르는데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저는 주경복 후보가 당선된다 한들 사교육비가 줄어들었을거라 생각하지 않으므로 그 문제는 무효에요. ㅎㅎ

      대한민국 1% 수준으로 미친듯이 쳐바르는 것만 빼구요. 그건 가히 근성 수준……

  8. 교육감 선거가 끝났다. 최종 투표율 15.47 %. 한 기사에 나온 통계를 보자면 유권자 808만4574명 중 125만1218명이 투표한 것이라고 한다. 그 결과, 공정택 후보 49만9254표(40.1 %), 주경복 후보 47만7201표(38.3 %)를 얻어 공정택 후보가 당선되었는데 이를 총 유권자 수에 대입해 보면 6 % 남짓한 지지율로 당선된 것이다. 뭐 항상 그렇지 하고 넘길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교육감에 당선된 사람이 누구인가를 떠나..

  9. 행복은 성적순이다.

    학생때는 모른다

    공부를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것이
    훗날 더 행복할 확율이 단 1% 라도 높다는 것은 진리이다.

    이것에 대해 이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향 평준화를 주장하는 전교조 후보는 낙선이 당연한 결과,

    • 그 논리대로……

      아저씨가 이 리플 달 수십 초동안 공부를 한 글자라도 더 하면 지금보단 나은 직장에 다닐텐데 말이에요. 국민의 수준을 상향시키기 위해 아저씨를 골방에 가둬놓고 아침 일곱시부터 밤 열두시까지 공부만 시키면 아저씨도 만족하시겠죠?

      아저씨보고 하는 얘긴 아닌데, 패자의 생각은 왜 이렇게 늘 바보같은지 몰라요. 엉뚱한 데서 이유를 찾죠.

    • 그렇게 다 열심히 공부하면 백이면 백 다 성공함?
      백명이 다 만점 받아도 서열이 가려질게 뻔한데.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사교육비 지출만 늘겠지.

  10. 전 속 좁은 놈이라 애들이 저보다 행복하게 되지 않아 기쁘다는… (퍽)

  11.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12. http://itviewpoint.com/?document_srl=67243&mid=blog&rnd=67410#comment_67410
    “한겨례의 오보, 미리 써 둔 걸 송고하는 막장 쎈쓰?”

    실수를 의도로 몰아가는 글을 올려놓고 지적의 댓글을 달면 바로 지우고 아이피 차단하는 조선일보 기자의 블로그

  13. 이범 / EBS 강사, 곰TV 총괄이사 지난주 7월 30일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공정택 후보에게 패했다. 이로써 학생간 경쟁을 심화하고 사교육비를 치솟게 만드는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을 수도 서울에서 정면으로 막아낼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버렸다. 이번 교육감선거 결과는 6월 4일에 있었던 재보선 결과와 매우 대조된…

  14. 교육감 선거 중에 그나마 서울 교육감 선거가 이슈가 되긴 했지만,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습니다. 교육감이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일들을 바꿀 수 있는지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죠. 과연 보수(수구?) 성향의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장악한 국회가 있는데 말 그대로 누가 된들 뭐가 달라지겠냐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고, 교육감 하나 바뀐다고, 교육 정책 좀 바꾼다고 교육 상황이 뭐가 달라지겠냐는 체념도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선거일도 휴일이 아닌 마당에 여유 있는 사람 아니면 투표도 하기 힘들죠. 강남에서 몰표가 나온 것은 그런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전교조의 조직 동원력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크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네요.

    어른들을 변명하고 싶지는 않지만 예인 님이 말하는 어른들은 사실상 부모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예인님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나중에 내 아이가 사회의 분위기와 다르게 튀는(?) 행동을 한다면 과연 격려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이 험난한 길 보다는 편한 길을 걷게 하고 싶은 쪽으로 생각이 갈 수 밖에 없고, 부모가 챙기지 않으면 자식이 어긋날 것이라는 불안을 갖을 수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강한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어른이라는 것은 사실 자식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부모들일지도 모릅니다.

 댓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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