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공무원 락다운, 비상식적이고 쓸모도 없다

1.

이재명 지사가 어제 이런 이재명소리를 했다.

“도내 모든 공무원 및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2주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족과 공무외 대인접촉 금지를 지시합니다.”

거리두기 3단계조차 아득하게 뛰어넘는, 말 그대로 대문에 못을 박고 가둬두는 수준의 강력한 락다운 조치다. 이걸 ‘도내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모두에게 지시하겠다는 건데.

일단 이게 법적으로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복종의 의무’가 있다 한들 사생활의 영역을 이렇게 과잉 침범하는 조치가 민주주의 사회의 헌법 정신에 합치하는가? 이걸 심지어 공문으로 내려보냈는데, 법잘알분들의 조언을 듣고 싶다. 난 이게 위법한 명령이라고 본다.

사생활은 결코 침범받아서는 안 되는 ‘개인’의 영역이다. 그 어떤 명령권자도 사생활을 감히 명령할 수는 없다.

공무원은 공공의 일에 복무한다는 특수성이 있지만, 고위공직자라면 모를까, 7~9급 수준의 지방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일반 임직원들은 사실 그냥… 노동자다. 그래도 공공의 일에 복무하니까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의무는 있겠지만, 신체의 자유조차 침범하는 의무를 지우는 것은 명백히 인권에 대한 침해다.

2.

물론 코로나19는 국가적 위기상황이고, 이 조치가 이 국가적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매우 극단적인 조치이기는 하나, 코로나19의 전파력이 워낙 강한데다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재명의 이재명소리의 두 번째 문제인데, 이 명령은 실효성이 0에 가깝다. 쓸모가 없단 말이다.

경기도 자체를 3단계 이상의 강도로 락다운한다면 모를까, ‘공무원의 사생활’이라는 지극히 협소한 부분만을 락다운하는 건 방역 차원에서도 아무 쓸모가 없다.

공무원이 하는 대면업무가 얼만데, 업무는 그대로 하면서 사적 접촉만 줄인다고 코로나 감염을 막을 수 있는가? 당장 현장 점검 등 대민업무 과정에서 감염되거나 기자와의 접촉, 회의 참석 등 여러 공무상 용무 등에서 접촉되는 경우들이 한둘이 아니었건만.

업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생활만 락다운한다는 게 그래서 어이가 없는 것이다. 정말 공무원만이라도 락다운하고 싶었다면 당연히 업무도 필수 방역 업무에 전부 올인시키고 대면업무 등은 락다운하는 게 한다. 공무원들 놀리자는 게 아니다, 방역에 죄다 올인시키라는 얘기다. (물론 이런 일은 안하겠지, 편제 다시 짜려면 도지사 머리부터 아플 거거든.)

공무원들이 암만 마스크 쓰고 방역 수칙 잘 지키고 싶어도, 민원인들 잘 안 지킨다. 방역인력 마스크 벗기려 달려드는 사랑제일교회 빌런이 아니더라도, 마스크 대충 쓰고 말할 때는 벗고 손 안 씻고 이런 민원인들이 한둘인가. 방역 수칙이 있음 뭐하나, 한쪽만 지켜서야 구멍이 숭숭 뚫리는데.

게다가 ‘가족’이 은근히 방역 구멍이다. 코로나 감염의 가장 약한 고리 중 하나가 사실 ‘가족’이다. 가족끼리 마스크 쓰고 생활하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고, 심지어 매일같이 밥 같이 먹고 얘기하고, 똑같은 욕실 돌려 쓰고 심지어 수건 같이 쓰는 경우도 흔하고. 가족까지 같이 락다운시킬 게 아닌 이상, 감염경로를 그렇게 크게 줄이지도 못한다.

3.

이 명령의 본질은 결국 싸구려 포퓰리즘이다. 공무원들 어차피 철밥통 도둑놈들이니 도지사님이 꽉 조여서 부려먹어야 한다는 흔한 인식에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공무원’은 엄청나게 큰 카테고리다. 다 하나로 묶이지 않는다. 물론 지방 관공서 팀장급 공무원들 중에는 화분에 물이나 주는 게 일상인 진짜 잉여로운 인간들도 많다. 하지만 그건 소수고, 일선 말단 공무원들은,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그냥 ‘국가 행정 업무’를 맡은 ‘노동자’일 뿐이다.

특히 코로나19 정국에서는, 방역 일선은 물론 조금이라도 발이 걸친 행정 공무원들까지 말 그대로 갈려나가는 중이다. 방역 일선은 녹아나는 중이고.

비효율적인 업무 편제 때문에 어떤 공무원은 녹아나고 어떤 공무원은 일이 없고 이런 문제가 없는 건 아닌데, … 근데 이걸 조정해야 하는 게 누구일까요? 명령권자죠? 대체 비상시국에 맞는 업무 편제 조정은 언제 하실 건가요?

공무원은 법적으로 노동자로서의 신분도 인정받지 못하고 그래서 월 200시간 300시간 초과근무를 시켜도 위법하지 않은 ‘치외법권’의 존재다. 지금 일선은 전광훈 때문에 안그래도 부글부글이다. 이재명이 인력 보강 같은 건 생각도 않고 주말에 주중 야간까지 선별진료소 돌리라고 명령해놓은 덕분에 다들 11시 12시까지 야근이 기본이고 주말도 하루도 못 쉰다.

이러면 “그 전에는 칼퇴하지 않았냐” 이런 소리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코로나 정국 반 년 넘는 동안 칼퇴는 개뿔 매일 야근이 기본이다. 야근도 한두시간 야근하고 마는 게 아니고 네시간씩 야근하고 주말 출근 디폴트였다.

근데 방역 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증상 있어도 방역복 입었으면 괜찮다며 검사도 잘 안 해주려고 하고 접촉자로 분류도 안하고… (인력이 안 그래도 모자라니까 구멍 내기 싫은 거지) 이런 거나 좀 제대로 하지.

이렇게 갈려나가느라 소장 시장 도지사에 대해 분노가 안 그래도 머리 끝까지 솟은 사람들이, 이딴 명령서를 받으면 사기가 정말 충천해서 “그래! 나는 방역의 최일선!” 하고 대오각성하겠어요 그죠? 무슨 이 사람들이 퇴근해서 대단한 사적 모임을 가질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4.

곁가지같지만 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재명은 대인 접촉 금지 명령에서 ‘가족’을 제외했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가족까지 만나지 말라고 하면 정말 대책 없는 거니까.

근데 그럼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독거인, 비혼주의자도 그렇지만.

하우스메이트,

혼전 동거 커플,

성소수자 가족,

친자관계를 인정받지 못하는 미혼부라든가,

사정상 다른 가족에게 입적시킨 아이라든가,

그 외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들.

그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사람들은 2주간 생이별해야 하나?

법적으로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존재가 없는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자신을 고립시키고 무조건 버텨야 하나?

‘공무원 사생활만 락다운’ 자체가 한심한 발상이다 보니 이런 부분까지 생각할 겨를이 있었을리 없고, 애당초 한심한 뿌리에서 시작했으니 디테일이 안 한심해질 도리가 없지만…

이거 결국 ‘정상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 외에는 배제하는 거다.

이런 식이면 예를 들어 제사는 열 명씩 모여도 괜찮지만,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실상의 반려자는 단 한 명이지만 만나선 안 된다.

명령이 좀 더 디테일했다면 이렇게 한심하진 않았을 거다. 몇 명 이상 모임 자제, 이동 자제 같은 명령 정도만 됐어도 이렇게 극딜할 이유도 없었을 거다. 하지만 이러면 ‘사이다’가 아니니까, 이재명 본인이 별로 싫어했겠지.

5.

이재명의 ‘사이다’라는 게 대체로 그렇다. 시원하게 ‘들리지만’ 실효성은 없다. 코로나 정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관할 교회에 경기도 공무원들을 보내는 게 ‘자기 치적 홍보’ 외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2차 재난지원금 얘기로 다수의 인기를 노리지만, 정작 락다운으로 파멸해가는 자영업자 등에 대한 선별 지원은 지자체 중 가장 부실한 수준이었다.

이러니 그의 ‘사이다’가 포퓰리즘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거다. 딱 ‘인기를 끌 만한’ 소재를 선점하고 내지르지만, 디테일은 실종되고 진짜 어려운 과업에는 신경을 꺼 버린다. 밖에 ‘보이는’ 일에만 관심을 가지지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약하다.

코로나19에서 이재명의 ‘사이다’가 정말 방역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 방역과 경제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방역 당국에 비해, 이재명은 그저 시원해 ‘보이는’ 소리를 질러댈 뿐이지 딱히 코로나 방역에 도움이 되는 ‘진짜’ 실효성 있는 정책에는 오히려 제일 약했다.

소수를 외면하고 다수의 인기만을 노리는 그의 행보는 민주주의의 가장 위험한 괴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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