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에 있어, 정부의 무한책임이란

정부는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다. (O)

정부 정책은, 사회에 일정 정도 빌런이 존재한다는 걸 전제로 짜여져야 한다. (O)

그러니까 방역 망하는 건 빌런 때문이 아니고 정부 때문이다. 책임 떠넘기지 마라. (X)

당연히 빌런 존재한다는 전제 위에 정책 짜는 게 맞다.

근데 그런 일반론 말고, 그럼 그 빌런들을 어떻게 할지 정책 각론을 한 번 생각해 보자.

빌런들 목소리가 득세하지 못하게 해야 하고, 빌런들의 악한 영향력이 정책을 망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빌런들을 완전히 없앨 순 없으므로, 빌런들의 행위에 선제적으로 광범위하게 미리 대응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빌런들 비판해야지. 빌런들 선전 선동에 반박해야 하고.

특히 감염병 전파 같은 경우엔 빌런의 악한 영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영향을 끼치므로(=기하급수적으로 감염병을 전파하므로), 심각한 경우 공권력까지 투입해 그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빌런들의 감염병 전파로부터 다른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광범위하게 검사 돌리고, 격리 조치 하고 해야 한다.

어, 근데 이게 결국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네?

빌런들의 선전 선동에 반박하고 빌런들의 악한 영향력을 밝히는 게 바로 그 ‘빌런이 존재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 정책의 일부인 거다.

물론 빌런 까기만 하고 다른 일은 안 하면 정부가 직무유기를 하는 거겠지. 하지만 선제적으로 광범위하게 격리, 검사를 수행하는 등 제 역할도 하고 있잖나.

저 빌런들을 믿지 마시오, 저 선동에 동참하지 마시오, 이런 말 하는 것까지 책임 떠넘기기라고 하면,

빌런들한테 대응하지 말라는 거고 손 놓으라는 얘기일 뿐이다. 그게 오히려 직무 유기 아닌가?

물론 락다운만이 답이었고 락다운 안 한 정부가 잘못이고 이런 말 할 수도 있겠다. 락다운을 한다고 해서 사랑제일교회가, 태극기 부대가 안 모였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책은 ‘빌런들의 존재를 전제로 짜야 한다’며. 그 빌런들의 존재로 인해, 락다운조차도 궁극적인 감염 예방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도 당연히 고려해야 하지 않나.

2-4주 락다운하면 감염 확실히 막을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당연히 감수했을 것이다. 근데 그런 보장이 어디에 있나.

정부가 명백히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실책을 저지른 상황이라면 당연히 정부 까야 한다.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잖나. 방역 당국의 판단에는 여전히 합리적인 근거가 깔려 있다.

생각을 달리 할 수는 있지만, 내 생각을 안 들어준다고 해서 이게 다 정부 책임이라고 함부로 말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방역은 미지와의 전쟁이고, 새로운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계속해서 판단을 수정해가며 대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삐끗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내 맘에 안 드는 판단을 정부 당국이 내릴 수도 있지만, 그걸 오답이라고 말하면 많이 곤란한 거다. 방역 당국은 눈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그래도 여전히 ‘최선’의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그니까 제발 좀. 카산드라 놀이 좀 하지 말자 좀. 매일매일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정말 아슬아슬한 균형추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락다운 락다운 신나는 노래만 부르는 게 정책적으로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정책 제안으로서도 아무 가치가 없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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