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의 ‘덕분이라며’ 챌린지?

뭐야, 너네보고 덕분이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너네가 그래.

의대생들 진짜 보는 눈 좁다. 이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의대는 학문의 장이라기보다 일종의 직업전문학교이기 때문이다. 기간이 길고 진입장벽이 뚜렷할 뿐.

고등학교처럼 그냥 가만히 앉아있으면 교수들이 바뀌어 들어오고(…) 사실 학교 생활, 동아리 생활도 철저히 과 단위로만 돌아간다. 모두가 똑같은 직업을 갖고 똑같은 분야로 진출한다.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국가가 아예 그 사람들의 직업을 법적인 진입장벽을 치고 정해줘 버린다.

그들의 인생은 모두 의사라는 직업을 향한 일방통행로다. 다른 비슷한 전공들도 일정 비율은 낙오하기 마련인데, 의대는 진짜로 그런 것도 없다. (극히 일부 국시 포기자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극히 미미하다.) ‘예비 의사’라는 뭔가 낯부끄러운 단어가 그래서 나온다.

게다가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다들 공동생활을 하다보니 일종의 집단의식이 생긴다. 소득 수준도, 삶의 양태도, 이해관계도 서로 다른 진짜 의사들보다 훨씬 더하다. 그래서 오히려 자기 이권을 보호하려는 성격이 더 강하고, 각종 사회적 이슈에 있어 철저히 ‘의사 입장’에서만 사안을 고려하게 된다.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6년동안 공동생활을 하면서, 결국 ‘우리들끼리의’ 논리를 켜켜이 계속 쌓아가는 거다.

의대생들이 ‘덕분에 챌린지’를 조롱하며, 엄지손가락을 밑으로 내리는 포즈로 사진을 찍는 ‘덕분이라며 챌린지’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규탄하는 의미다.

나도 ‘덕분에 챌린지’ 안 좋아한다. 솔직히 돈 안 쓰고 수고 안 들이고 고맙다는 말만으로 생색이나 내는 캠페인이라고 생각한다. 방역 일선 의료진들이 ‘덕분에 캠페인’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다면, 나는 당연히 그 목소리에 공감하고 응원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의대 정원 확대와는 뜬금없이 무슨 연결고리가 있는 것이며… 의대생들이 대체 왜 여기서 나서는지도 모르겠다. ‘예비 의사’란 말이 눈을 가리는 것 같은데, 의대생들은 그냥 학생이다. 방역 일선이 아니다. 코로나19를 막는 건 ‘의대생 덕분’이 전혀 아니다. 근데 왜 갑자기 너네가 ‘덕분이라며’ 같은 소릴 하며 항의를 하는데?

이거 진짜 우스운 거다. 자기들 안의 집단의식, 특권의식이 어느 정도인지만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게다가 더쿠에서였나 한 유저가 좋은 얘기를 했는데, ‘의료진 덕분에’에서 ‘의료진’이란 건 비단 의사만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병원급 의료기관 일선에서 코로나19 방역에 헌신하는 의사들, 간호사들도 물론 포함이지만, 그 외에 정부의 방역 공무원들, 일선 보건소의 방역 담당자들도 모두 이 ‘의료진’에 포함되는 것이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의사라고 해서 모두 이 ‘의료진’에 포함되는 것도 아니다. 강남 성형외과 김미남 원장에게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갑자기 고마워할 일이 뭐가 있겠나?

그런데 뜬금없이 ‘의료진’에 포함도 안 되는 병아리 의대생들이 나서는 건 너무 우스운 것이다. ‘덕분에’ 챌린지라는 게 온전히 ‘의사’를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자신들의 ‘예비 의사’라는 신분(?)을 내세워 뜬금없이 그 공을 (미래의) 자신의 것들로 돌리는. 뭐 아직 어린 애들에게 대단한 사회적 의식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 이건 진짜 너무 자기네들밖에 모르는 치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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