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 코로나 재유행, 자영업자의 분노와 우울

1.

자영업자에겐 최악의 장마철이 끝나고 좀 정신 좀 차리나 했더니, 교회발 집단감염으로 더 심각한 보릿고개를 건너게 생겼다.

자영업자에겐 하루하루의 실적이 정확한 숫자로 보인다. 상위 10% 쯤 되면 얘기가 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보통은… 하루하루 매출에 신경이 잔뜩 곤두선 채 그 숫자에 기뻐하고 그 숫자에 분노하고 슬퍼한다.

하루 정도는 괜찮다. 근데 이틀, 사흘, 그리고 일주일 쯤 매출이 뚝 떨어진 상태가 계속되면 사람이 정말로 이상해진다. 세상 온갖 것들이 다 정이 떨어지고 떨어지는 낙엽에도 화가 난다.

악천후, 코로나, 아니면 진짜 별 이유 없는 상승과 하강의 리듬에 이르기까지. 매출이 오르고 떨어지는 이유는 무척 다양하다. 이렇게 떨어진 매출은 보통 악재가 사라지거나, 아니면 그냥 자연스런 리듬에 따라 다시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걸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근데… 매출 하락이 닥치고 보면 그게 그렇게 생각이 안 된다. 아마 누구나 다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이렇게 떨어진 매출이 다신 회복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거라면 어떡해야 하지?”

그렇게 사람이 점점 이상해지는 거다. 매출이라는, 매일매일의 숫자에 매여 있으니까. 자영업자는 어떤 몸부림을 쳐도 결국 그 숫자에서 탈출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2.

그럴 때 새로운 시도,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되질 않는다.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실행하려면 꽤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한데, 보통은 그 안에 매출이 다시 올라오고, 다시 일에 치여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매일 똑같이 돌아가는 쳇바퀴지만, 어쨌든 매출이 올라온 그 타이밍엔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굴려야 적자를 메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다보니 잠깐 쳇바퀴가 멈춘다고 해서 갑자기 “새 쳇바퀴를 마련해볼까” 하는 생각이, 웬만해선 들질 않는다. 게다가 새 쳇바퀴를 마련한다 해서 그게 지금보다 나은 결과를 낼 거라고도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만일 새 쳇바퀴가 지금 쳇바퀴보다 못하다면,… 최악이다. 예전 쳇바퀴를 다시 가져온다 한들 매출이 예전처럼 회복되기까진 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여기는 프로젝트를 몇 개씩 돌리며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라, 하나의 전문(?) 분야에 천착하며 기존 고객들에게 안정적이고도 보수적인 효용을 제공해야 하는 소규모 수공업인 것이다.

3.

골목식당을 보면, 망해가는 식당에서 무기력하게 상품 개발도 않고 똑같이 하던 일만 계속하면서 무기력에 젖어가는 사장들을 많이 보게 된다.

많은 시청자들은 그들을 힐난하지만, 나는 사실 이해가 간다.

그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렇게 무기력하진 않았을 거다. 어쩌면 언제부턴가 이유없는 매출 감소에 시달렸을테고, 그 매출 감소가 일반적인 사이클보다 더 길게 이어지면서 사람이 이상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람이 이상해지고 나면 정말, 내 가게에 애정이 사라진다. 아니, 자기 자신에게 애정이 사라진다. 매출은 안 나오는데 그래도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자기 자신이 혐오스러워진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 본다? 말했다시피 그 새로운 시도가 매출을 다시 올려줄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데다가, 실패하면 그때야말로 진짜 파멸이다.

또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이라 해도, 그게 실제로 자리잡히기까지는 몇 달의 시간이 더 걸린다. 안 그래도 매출 감소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람이 이상해진 상탠데, 새로운 시도의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길면 몇 달 이상의 시간을 참고 버틴다는 건… 사실 사람의 인내심의 한계상,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사람이 점점 그냥 무기력에 젖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나 홀로 매출을 견인해야 하다 보니 빠지게 되는, 말하자면 ‘고독의 함정’이다. 객관적으로 내 상황을 돌아볼 수도 없고, 미래의 전망을 객관적으로, 확신을 갖고 바라볼 수도 없다. 어떻게 상황이 잠깐이라도 호전되면, 당장 저 쳇바퀴를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 … 그렇게 다들 망가져간다.

이번 교회발 감염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절망속에 망가뜨릴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주저리 주저리 해 보았다. 광신도들에게 정말 말하고 싶다. 너희들이 이 많은 사람들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너희들의 혐오와 증오가 이웃들을 이렇게 파멸시키고 있다고 말이다.

사족.

물론 골목식당에는 그냥 순수빌런(…)도 많이 출연하지만, 그런 ‘지속되는 실패에 무젖어 무기력해진’ 사람들에게는 백종원의 등장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뭐 백종원이 만능이고 무조건 옳고 그런건 아니지만, 적어도 사짜는 아닌 진짜 컨설턴트자늠. 내 지금 위치와 미래의 전망에 대해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 주는. 게다가 방송이 어느 정도 초반 흥행몰이까지 보장해주고. 자영업자들에게 절실한 게 저런 찐 컨설턴트니까. (사짜야 넘쳐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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