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까면 마녀사냥이라고?

조선일보가 감염병의 권위자인 김우주 교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재유행이 “명백한 정부 책임”이라는 기사를 냈다. 근데… 이게 도대체 뭔 소린가 싶다.

김우주 교수가 감염병 전문가라고 해서 그가 하는 말이 다 옳을 수는 없다. ‘감염병 관리’의 차원에선 물론 그의 권위를 존중해야 마땅하겠지만, 그 차원을 벗어난 부분에서는 일개 필부도 감염병 권위자의 주장에 마땅히 반박할 수 있다.

1.

김우주 교수는 정부의 교회 소모임 금지 해제와 스포츠 관중 입장 제한 허용, 외식 쿠폰 등이 정부의 실책이라고 말한다.

나 또한 이 의견에 큰 맥락에서 동의한다. 감염자 수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긴 했지만 수도권 위주로 불안불안한 상황이었고, 막아뒀던 빗장을 풀 타이밍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포츠 관중 입장의 경우 고작 1/10 규모로만 제한을 풀었을 뿐이고, 그나마 응원은 금지시켰으며, 좌석을 밀집시켜 배치한 롯데 프론트의 경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게 그렇게까지 잘못된 시그널을 주었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방역만 생각하면’, 당연히 최대한 락다운에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방역만 보면 최강인 뉴질랜드 같은 데 보면 그냥 확진자 한자릿수 나오면 그 지역 죄다 락다운해 버린다. 근데 이게 정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니잖나.

게다가 코로나19의 고통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담되는 게 아니다. 자영업 계속 보릿고개 건너는 중이지만, 개중에서도 노래방, PC방, 헬스장 등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질수록 특히 고통받는 데가 따로 있다. 휴가철 국내여행이 꽤 성행했음에도, 여행업은 여전히 한계에 다다랐다고 하고.

그 사람들은 죽든 말든 그냥 방역만 하면 장땡 이런거 아니잖나. 누누히 말하지만 이건 ‘경제와 방역’ 사이의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다. 방역이 망해도 죽는 사람이 나오지만, 경제가 망해도 죽는 사람이 나온단 말이다.

2.

김우주 교수는 또 방역에 구멍이 날 때마다 정부가 특정 집단을 마녀사냥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신천지가 그랬고 이태원 성소수자 클럽이 그랬다는 것이다.

이건 진짜 김우주 교수가 대충 보고 아무말이나 하는 느낌인데…

신천지야 그랬다고 볼 수도 있다. 신천지의 방역 비협조에 정부가 상당히 날카롭게 대응한 건 사실이니까. 근데 신천지가 정말 감염 확산에 책임이 없는 집단인가? 사이비 종교 특유의 비밀스런 포교 전략과 집단주의가 실제로 감염 확산의 위험요소이지 않았나.

방역은 일종의 준 전쟁이다. 신천지가 아무리 사이비종교라고 해도, 살살 달래 우리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정석인 건 맞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이비종교의 비상식적 행태를 비판하는 게 마녀사냥이라고? 이건 좀 너무 나갔다. 방역 전쟁에서는 ‘전략적’으로 사이비종교마저 포용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지만, 사이비종교의 행태를 비판하는 게 ‘마녀사냥’이고 ‘혐오’고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3.

신천지는 그나마 양반이지. 이태원 성소수자 클럽을 정부가 마녀사냥했다고? 이건 진짜 그냥 아무말대잔치잖음.

마녀사냥을 한 건 언론이었지. 국민일보는 거의 이단심판관 노릇을 하려 들었고, 바로 그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신문이 굳이 쓸데없이 발원지가 ‘게이클럽’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오히려 정부는 당시 언론이 주도한 낙인찍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이 검사를 기피할 것을 우려하여, 검사의 익명성을 최대한 확보하려 노력했다.

대외적으로도 클럽발 감염 사태가 성 정체성과는 무관한 문제임을 강조했으며, 실무적으로도 역학조사 없이도 당시 이태원 주위에 있었다고 진술만 하면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울시는 그 후 한동안 누구든지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고.

아니, 마녀사냥을 한 게 누군데 갑자기 정부가 마녀사냥 한 걸로 상황이 바뀌어 있지? 이딴 식으로 책임회피질을 하니까 언론더러 정치질 좀 하지 말라고 까이는 거 아닌가.

4.

그리고 전광훈이 무슨 마녀사냥이냐?

대놓고 방역 쌩까고, 보건소 검사 가짜라고 음모론 퍼트리고, 확진되고 나서는 입원하기 싫다고 징징대고, 심지어 병원에서 도망가고, 보건소 방역 인력들 폭행하고, 너도 코로나 걸리라며 침뱉고.

허구헌날 “정부의 방역 실패” “마녀사냥” “혐오” 만 읊는 앵무새들이 이들 음모론자들을 오히려 키웠다는 생각은 안 드나?

“문재인이가 방역 실패를 덮으려고 괜한 사람들한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어쩌고~” 이딴 소리가 발전하고 발전해서 결국 전광훈 같은 음모론까지 가는 거다. “문재인이가 방역 실패를 덮으려고 확진자 조작하고 교회한테 책임 뒤집어씌우고~ 그러니까 보건소에 협조하지 말자!” 이딴 식으로 논리가 흐른단 말이다.

마녀사냥, 혐오 운운도 적당히 하자. 잘못한 건 까이는 게 당연하다.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는 거의 방역망에 테러를 저지르는 중이고. 특정 집단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는 걸 죄다 마녀사냥이고 혐오라 부르면 뭘 어쩌자는 건가. 그냥 공론장 마비시키고 이것도 혐오 저것도 혐오 그냥 죄다 혐오로 퉁치자는 거지.

그럼에도, ‘전략적으로’ 그 광신도들도 품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있다. 정말 그 광신도들이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정부에 협조할지, 나는 통 모르겠다만. 박근혜를 석방시켜줘도 문재인 정부 하는 꼴에는 협조 안하겠다고 여전히 탈주하고 침뱉고 시위할 것 같은데?

5.

한편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은 ‘김광일의 입’을 통해, 전광훈 목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걸 두고 “국가가 종교 행사를 제한하는 일은 매우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일”이라며, “자유민주주의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그것은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라고 주장한다.

한편 김광일 논설위원은 같은 기사에서, 코로나 재확산의 책임은 누가 뭐래도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며 교회 소모임 금지를 일찍 해제한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

할려면 하나만 하자. “국가가 종교 행사를 제한하는 일은 매우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일”이라면 당연히 “교회 소모임 금지” 또한 매우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일이어야 한다. 전광훈 실드 치고 싶을 때는 “국가는 교회 모임을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하고, 정부 욕하고 싶을 때는 “국가가 교회 모임을 금지했어야지!” 라고 하면 이건 무슨 골룸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건가.

이런 식이니까 언론의 비판이 하등 쓸모가 없다는 거다. 심지어 글 하나에서도 두 가지 상충되는 주장을 동시에 하는데 이딴 비판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당연히 생까야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