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한 최광희 평론가의 비판을 비판함

봉준호의 황금종려상에 국뽕이 좀 차올라서 고갤 들면 뭐 어때서 그러시는지…

1.

봉준호 감독의 칸 수상에 대한 최광희 평론가의 평가가 타임라인에 여러 차례 공유되고 있더군요. 사실 놀랐습니다. 이분이 아직도 평론가 노릇을 하며 활동하고 계시다는 게(…)

그분의 평가란 대강 이렇습니다. 작년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아느냐. 모르지 않느냐. 칸의 권위란 딱 그 정도일 뿐이다. 한국에서 받아야 권위가 생기는 상이다. 이번 심사위원대상에 최초로 흑인 여성 감독이 수상했는데 국내 그 어떤 언론에서도 소식을 찾아볼 수 없다.

2.

칸은 권위있는 상이죠. 여기 권위가 없다 하면 세상에 권위있는 상이란 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그 수상작을 우리가 잘 모르는 이유는 우리가 영화계 관계자가 아니기 때문이고요. 2016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 500m 여자 부문 우승자를 우리가 모른다고 해서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의 권위가 낮아지나요?

사실 ‘작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아느냐’는 질문도 굉장히 야비한 것이죠. 심지어 오스카도 그렇게 갑자기 물어보면 대답할 사람 거의 없을 겁니다. 이건 상의 권위와 상관없이,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게 한계가 있으니까.

반면 ‘어느 가족’이란 영화를 아느냐고 물으면 (적어도 문화 / 언론 종사자들 사이에서라면) 정답률이 훨씬 올라갈텐데, 그러면 평론가가 잡으려고 했던 야마가 망가지겠죠.

물론 영화는 훨씬 많은 사람이 향유하는 문화지만, 예술적 완성도에 촛점을 맞춘 영화는 원래 향유 인구가 그리 많지 않고요… 같은 상을 탄 영화인데도 국내 영화라고 주목을 한 몸에 받고 관객수도 뻥튀기되는 세태가 보기 껄끄러우셨을 수도 있지만, 문화란 원래 그런 것이죠. 범적인(Global) 것이면서도 동시에 국소적인(Local) 것.

흥미롭게도 최광희 평론가의 비평 속에서도 이런 문화의 속성을 엿볼 수 있거든요. 왜 최초로 흑인 여성 감독이 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는 데 주목해야 할까요? 흑인에 여성이라는 속성이 그만큼 특별한 것이고, 그 소수성이 또한 그 영화를 특별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는 우리 모두의 쾌거이기도 하지만, 특히 흑인, 여성의 쾌거이기도 해요. (그리고 어떤 언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주장과 달리, 사실 그의 수상 소식은 조선 등 복수의 언론이 따로 꼭지를 뽑아 전하기도 했어요.)

한국이라는 지역적 속성도 마찬가지죠. 인종이나 젠더 같은 이슈는 요새 한창 뜨는 힙한 주제고, 지역이란 속성은 올드하고 재미없는 주제인가요? 하지만 지역 또한 삶의 양태를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죠. 국가 단위가 되면, 특히 동아시아 변두리라면 국적 그 자체가 인종이란 요소를 품고 있기도 하고.

3.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무조건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최광희 평론가의 경우에는 사실 안티가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일전 ‘설국열차’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관념적 진보의 똥폼’이라 규정한 적이 있거든요. 또다른 글에선 메시지가 너무 명징해서 애매하다 해 놓고서는 신자유주의라니, 신자유주의라니! 적어도 이 영화에서 신자유주의가 ‘명징하게’ 들어있지는 않다고요.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와 봉준호의 ‘설국열차’를 묶어 이 영화들이 남한 사회의 구체적 맥락에 대해 어떤 통찰을 주느냐고 묻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자신이 통찰력이 없는거냐, 영화가 쓰레기인거냐 묻기도 했죠. (갑자기 웬 영화에 사회적 통찰 타령을…) ‘옥자’를 보고는 600억짜리 동화 또는 해프닝이며, 신화적 구성에서 한치의 오차 없이 설계된 ‘있어 보이는 이미지’라 혹평했죠.

말씀드렸다시피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없고, 사실 저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신자유주의가 끼어들고 남한 사회의 구체적 맥락과 통찰력이 끼어들고, 이거야말로 적당히 있어 보이는 말을 맥락 없이 채집해 늘어놓은 것 뿐이지 않나요. 전형적인 ‘꿘’ 식, 그것도 지극히 게으르고 얄팍한 – 겉껍데기만 핥는 수준의 사회의식이라니.

4.

뭐 기생충 열풍에 제동을 걸어 주는 목소리도 필요한 건 사실이죠. CJ가 이 기회를 틈타(…) 기생충에 미친듯이 상영관을 몰아주는 세태가 보기 좋은 건 아니에요. 심지어 한경은 기생충의 성공 뒤에 이미경 부회장이 있었다는 씨비어천가도 쓰고… CJ의 문화 독과점 문제에 대한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고도 온당하지만…

그 근거가 이렇게 빈약하고, 그 주장에 이렇게 선민의식마저 노골적으로 엿보이는데도, 그냥 ‘다른 목소리’라는 것만으로 포장되어서는 좀 곤란하지 않나 싶어요. 저 주장이 솔직히 ‘주류의 목소리와 다르다’는 것 말고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기생충’의 수상에 기뻐하는 만큼 ‘어느 가족’도 보고 감동을 받으라고요? 아니면 ‘어느 가족’을 외면했던 만큼 ‘기생충’도 보지 말고 외면하라고요?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평론인지 모르겠단 말이죠. 그냥 많은 평론가들이, 특히 최광희 평론가가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그분 – 아마 한국 최고의 네임드 평론가일 바로 그분 – 도 그러하듯이, 그냥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 그 영화가 왜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자신의 능력을 좀 써 주시면 안 될까요. … 그 능력, 영화평론가로서의 능력에 의심이, 이젠 좀 많이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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