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과 의학에 대한 문제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글은 Hwan 님의 <내가 생각하는 한의학의 문제점>에 트랙백으로 보내기 위해 쓰여졌습니다. 저 자신이 아직 학부생인 터라 함부로 이런 논의에 끼어들기가 조심스럽습니다만, 정작 이 논의에서 한의학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어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진짜 한의학자 분이 나서 고쳐 주시리라 믿습니다.
Hwan 님이나 많은 의사분들은 한의학이 치료 효과를 검증하지 못하는 이유는 검증하지 않아도 문제가 안 되기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얘기를 하시는데, 제가 보기에는 아닙니다. 한의학은 학문입니다. 연구의
대부분이 대학과 병원에서 이루어지지 로컬에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있긴 있습니다만, 특히 국내 한의학 로컬에선 나오는 논문치고 공부에 도움이 된 게 없었습니다……) 어떤 학문이나 마찬가지겠습니다만, 대학과 병원의 학자들은 ‘이게 장사에 도움이 되나 안되나’를
연구의 우선적인 이유로 설정하지 않습니다. 물론 영향을 아예 미치지 않는 건 아닐테지만요. 한의학자들은 한의학적 치료법 중 많은 것들이 효과가 있으리라 믿고 있으며, 그것을 검증해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별 효과가 없다는 부정적인 결과도 많이 나오지만요.
그런데 한의학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지 못하는 것은, 혹 검증을 한다 하더라도 이토록 더딘 것은 단순한 이유 때문입니다. 돈이 없다는 거죠. 대규모의 한의학 연구에 배정되는 예산조차도, 일반적인 의학 실험의 1/10, 1/20 규모의 실험조차
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논의 속에서 충분히 나온 바와 같이 의학의 대상은 복잡하기 이를데가 없는 ‘사람’이란 존재이기 때문에, 충분한 수의 실험군과 대조군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신뢰도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실험 규모가 저렇게까지 작으면 유의한 결과를 얻는 게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그 쥐꼬리만한 예산을 가지고서는 이중맹검실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니까요. 제가 한의학자가 아니라 모르겠습니다만, 한의학자들도 연구하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실 겁니다.
이 현실을 극복할 방법은 없습니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예산을 늘려가는 수밖에요. 돈이란 건 한정되어 있고, 특히 요즘처럼 ‘작은 정부’ ‘대학에도 시장주의를’ 따위가 시대의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에서는 한의학 연구에 많은 예산이 들어오리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사실 지금 한의학은 ‘건강 관리’, ‘생활습관성 질병 호전’ 정도의 의의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의학 연구는 조금 늦어도 큰 상관이 없지만, 의학 연구는 뒤처지면 국민의 건강권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지요. 아마 한의학 예산이 한의학을 검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늘지는 않을 거에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겠죠.

한의사의 이미지
나를 말려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상대에게 ‘그래, 네가 옳다’라고 굽히고 들어가는 사람은 없어요. ‘나만 죽을 줄 아냐’며 자폭을 기도하거나, 헐뜯기로 나서거나, 오히려 더욱 공고한 방어막 속에 꽁꽁 틀어박힐 뿐이죠. 의사협회의 기도대로 한의학이 고사한다면 의사들이 버는 돈은 쥐꼬리만큼 늘어날지만, 음지에서는 사이비가 더욱 횡행하고 말 겁니다. 썩어빠진 의사협회야 뭐 이쪽을 더 원하겠지만, 양심적인 의사분들이 그걸 원하는 건 아니리라 믿습니다.
10 개의 반응
댓글을 씁니다.
http://yeinz.net/blog/archives/343/trackback

사실 의학 연구에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긴 합니다. 특히 기초 분야의 연구는 그렇죠. 미국 같은 경우에서는 국가에서 엄청난 예산을 기초 분야에 투자하여 좋은 연구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기초 연구의 성과는 미미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의학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연구비를 지원해 줄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상 연구는 이야기가 다르죠. 약을 개발한 제약 회사가 그 약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제약 회사에서 돈을 투자하여 임상 실험을 합니다. 왜냐하면 제대로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으면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즉, 민간에서 돈을 투자하는 많은 이유가 당장 그런 실험을 하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실험이 없이는 판매를 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실험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한의대에 계신 교수님들이야 연구 열망이 있겠지만 예산이 없습니다. 왜 예산이 없을까요? 바로 그런 실험을 필요로 하는 민간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약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처방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그 안정성이나 효능에 대한 검증을 강제하는 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한의학의 한약 이외의 다른 치료도 마찬가지죠. 각종 규제 및 통제 장치(식약청의 허가와 같은)가 있는 의학에 비해서 한의학은 그런 장치들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치료나 한약을 생산 유통하고 처방하는 누구도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결국 돈이 없다는 것도 그런 돈을 투자해야 할 환경이 되지 않아서입니다. 만약 양약이 제대로 된 임상 실험 없이도 판매가 가능하다면 돈을 크게 들여서 대형의 임상 실험을 하려는 제약회사는 없을 겁니다. 한의학도 안정성 및 효능에 대한 검증을 학문적이거나 도덕적인 이유로 하려고 하지 말고, 강제적으로 해야만 하는 환경이 조성되야 연구의 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의학은 과학입니다. 내가 연구한 결과는 다른 사람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사람이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나 혼자의 경험만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내가 한 연구가 제대로 됐는지,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이런 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바로 학술지입니다. 내가 연구한 내용을 학술지에 논문으로 제출을 하면 그 분야의 최고의 권위자들이 그 내용을 검토하고 문제 없이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면 학술지에 실리기 됩니…
전 한의학을 굉장히 신뢰하는 사람이지만, 오늘 날의 한의학의 위기는 한의사 자신들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오늘 날의 한의학 하면 보신의 영역에 머무르게 된 까닭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 의협의 비방이 근거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오늘 날의 보건 수준이 거의 전적으로 서양의학의 힘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의대 교수형도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의학의 효능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오늘 날의 보건 향상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가?
한의학에 투자가 안되는 까닭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명백합니다. 투입대비 산출이 적기때문이죠. 그것은 왜 그럴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다릅니다. 한의사들 조차 서양의학의 효율성을 좇아 한의학을 서양의학화 한다는 생각은 안드시는지요? 한의학의 표준화 과학화도 필요합니다. 다만 이것에만 맹신할 때는 한의학이 가진 장점이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한의학이 살 길은 한의사들 스스로가 의원을 개업해서 보약이나 지어팔 생각을 하지말고, 그 장점을 어떻게 개발,발전 시킬까 하는 노력입니다. 유명하다는 한의원을 가봐도, 큰 비법이나 되는 듯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할 생각을 안합니다. 서양의학은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전세계 모든 의사들이 공유하려 노력하는데, 한의사들만 유독 이런 독점적인 소유욕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이런 폐쇄적인 분위기, 연구-개발에 미진한 한의사들… 이것이 한의학의 가장 큰 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전에 썼던 글 중 이런 글이 있습니다만….
http://yeinz.pe.kr/blog/226
자본주의 사회에서 믿고 기대야 할 건 개개인의 양심이 아닙니다. ‘마치 양심적인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유도할 만한 사회적 유인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결국 문제는 시스템이란 건데……
요게, 기형적인 시스템이 굴러간 지가 너무 오래 된 탓에 바꾸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단단해졌습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제약회사 주도로 임상실험이 이루어지고 신약이 개발되는데, 한의업계에는 그런 규모의 경제체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제약업체 – 의사같은 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시간상, 여건상 불가능할뿐더러, 제도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개개의 한의원에서 하는 조그마한 역학 실험 따위론 한의학의 신뢰도가 검증될 수 없구요. 계속 행해져온 한의학적 치료법에 이제와서 ‘과학적 검증을 하라’고 요구하기에는 여전히 돈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겠죠. 그런데 한의학 시장 규모는 터무니없이 작구요. 경제가 파탄날 겁니다. ㅎㅎㅎ
또 한의학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제 짧은 지식으로는, 요게 참 해결되지 않은 난젠데, 그동안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져온 실험 설계 방법이 한의학을 검증하는데는 상당히 구멍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최소한의 방법론도 정립되지 않았는데 민간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는 좀…..
사실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 요게 말하기는 무지하게 쉬운데, 그 진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건 불가능한 게 현 상황이라 생각함다. 시스템은 꼬일대로 꼬여있고, 돈은 없고, 시장은 작고, 소모되는 비용은 천문학적. 어떻게 그렇게 여차저차 해서 보중익기탕의 효능을 검증했다 쳐도, 제약업체와 마찬가지로 한의사들도 자선사업체는 아니고, 그러자면 연구에 들어간 비용을 몇 배 더 회수할 수 있어야 되는데, 시장 규모상 그것도 불가능하고요. 딜레마죠, 딜레마.
다만 약침이라든가, 넥시아라든가 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함에 있어서는 한의학도 충분한 수준의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고 해도, 최소한 부작용이 있는가 하는 문제는 알아봐야겠죠. 그런 부분조차 부족한 건 확실히 문제긴 합니다…… 요런 부분에서는 확실히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봄다.
예인님 말씀대로 한의학에서 검증하는 방법론의 구멍이 많다는 것은 의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전문의 자격을 따기 위해 논문을 써 봤지만, 의학계에서 나오는 논문의 연구 방법들은 자연 과학 분야에서는 논문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기 힘들 정도로 엉성합니다. 하지만 인체를 가지고 실험을 할 수 없고 실제 환자를 진료하면서 동시에 얻어지는 데이터를 가지고 연구를 해야 한다는 제한점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최대한 그러한 제한 안에서 과학적 이론 등의 검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오직 치료와 진단 등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보건 의료 분야의 연구 방법들이 많이 개발되었습니다. 이 중 가장 신뢰할만하다고 보는 연구 방법이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죠. 이 것은 그 원리나 기전 보다는 어떤 치료나 진단 방법 등의 효과(자주 쓰는 영어를 쓰자면 effect of intervention이겠죠…)를 검증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임상 의학이라는 측면에서 한의학의 치료 검증에도 충분히 쓰일 수 있습니다. 또한 적절하게 연구만 되어 결과가 도출된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의사들도 동조할 수 밖에 없을 결과가 되겠죠.
물론 문제는 이러한 방법이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들이 까다롭기 때문에 연구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하고, 한의학계에는 이런 경험이 적다는 것과 결국 다시 나오지만 돈과 시간의 문제가 걸리게 되네요.
즉, 하고자 한다면 방법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를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투입/산출 비율이 절대 맞지 않습니다. 과연 경제적인 이유로 검증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에 검증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인체를 대상으로 치료를 하는 임상 의학의 분야에서 정당화 될 수 있을까요? 현대 의학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판단과 검증으로 잘못된 치료의 오류를 인정하고 계속 수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 가능하긴 하지만… 판단은 예인님과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맡기겠습니다.
P.S. 근거중심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제 글을 트랙백으로 남겼습니다.
뜻하지 않게 많은 분들이 방문하여 글을 남기셔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가능하면 제 블로그에 의견을 남긴 분들에게 일일히 답변을 달아 드리고 싶었으나 저녁에 들어와 보니 엄청난 양일 뿐더러 내용도 제가 의도하지 않은 쪽으로 이미 흘러가 버리더군요. 역시 다음 1면의 위력이 큰가 봅니다. 거기에다 제 의도와는 다르게 다음에 올라온 제목이 ‘따지면 한의학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올라온 것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 같더군요.(여담이지만, 포탈이 언론사 뉴스의…
사실 앞서 밝힌 바처럼 저는 이제 막 본과 4학년 들어가는, 학부도 졸업 못한 햇병아립니다. 본격적인 얘기가 나오면 토론을 이어갈 능력이 없는데…… ^^;;
한의학 연구 논문들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이건 ‘방법론의 구멍이 많다’는 수준이 아닙니다. 나름대로 과학적 역학적 방법을 도입했다는 논문들은 그 정도가 더 심합니다. 저는 과학을 현대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로 생각하는데, 이 생각을 전제로 깔고 볼 때 의학이 자연과학에 비해 정밀하지 못한 수준이라면, 한의학은 아예 “정밀하다는 게 뭐야?”라고 묻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한의학을 폐기하자고 하면 이건 뭐 말할 필요도 없이 대단히 거대한 격랑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바, 차선책은 말씀하신 바와 같이 한의학을 근거중심의학으로 포섭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뻔한 핑계가 되겠지만, 변증 같은 한의학의 특이한 방법론 때문에 기존의 근거중심의학에 한의학을 끼워맞추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연구자 분들은 돌파구를 찾고 계시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겠어요. 심지어 ‘RCT를 적용하자’는 것조차 한의학에서는 아직 어려운 게, 침술 치료를 예로 들자면, 플라시보 아큐펑쳐 설계가 상당히 어렵다고 하거든요. 플라시보 아큐펑쳐가 없으면 제일 기본적인 세 팔 실험조차 설계할 수가 없는데, 이게 플라시보 아큐펑쳔지, 그냥 아큐펑쳔지조차 헷갈리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실험 설계가 나오긴 힘들겠죠.
아, 그리고 본문에서 ‘돈이 없어서 연구를 못하겠어염’ 하는 얘길 했던 건 어디까지나 ‘사정을 봐 달라’는 얘기였지, ‘그러니까 연구 안 할래’ 하는 결론은 아니었어요. 요즘 간손상이니 신장손상이니 중금속이니 농약이니 중국산 한약재니 하는 문제로 한의학이 자주 까이는데,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그런 논의를 이끌어갈 수 없을까 하는 거죠. 중금속이나 농약 문제는 한의사가 아니라 정부가 한약재 관리 감독을 엄격하게 해야 할 문제고…… 간손상이니 신장손상 같은 문제가 그렇게 시급하다면 조금씩이라도 연구를 해서 어떤 한약을 썼을 때 그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빨리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지금 시스템 하에서는 한의사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는 거였죠. (- 사실 요 내용은 사실 Hwan 님의 글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데, 요즘 블로그계의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보고 생각해 본 것입니다. 뉴하트의 ‘한약 내팽개치기’를 비롯해서요.)
의협이 자꾸 이런 문제로 비방전을 벌이면 한의협이 ‘아 씨 이러다 죽겠네, 빨리 연구를 해야지’하는 바람직한 결론을 얻게 되리라고 보시나요? 저는 한의학이 점점 더 비방이니, 신비의 치료법이니 하는 사이비스런 부분으로 숨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돼요. 저는 사실 의사가 한의사를 흡수하는 방향이더라도 상관없으니 차라리 의료일원화가 되는 게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_-a 이런 문제 제기가 더 좋은 연구로의 시발점이 되어 한의학에 난무하는 비방 문화, 기괴한 치료법들이 타파되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참 쉽지 않네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예전의 의약분업으로 의사들이 폐업/파업에 돌입했을 때 한가지 놀랐던 것은 이해 관계가 전혀 다른 대형병원/중소병원, 개원의/봉직의, 대학교수, 전공의까지 모두 한꺼번에 동참했다는 것인데 사실은 어느 정도 동상이몽이었죠. 즉, 개원의에게는 무엇보다 수가 현실화가 절실했고, 젊은 봉직의나 전공의, 의대생에게는 임의 조제와 같은 절반의 의약 분업이 되지 않을까가 더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죠. 수가가 어느 정도 조절이 되자 개업의들의 동원력은 확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단체 유급을 불사하자던 의대생들도 유급 시한을 앞 두고 수업에 복귀하게 되었던 전례가 있습니다.
한의학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한약재의 안정성을 위해 한약재 관리에 나서고자 한다 해도, 한약재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개원가에서는 분명히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뭔가 까다롭게 구는 면이 보일 겁니다. 검증도 마찬가지죠. 한의학계에서 증거 중심의 검증이 일어나서 증거가 확보된 치료, 검증되지 않은 치료로 나뉘게 된다면 그간 이른바 비방 같은 것으로 수익을 올리던 개원가에서는 반발이 있을 겁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의료계에 몸 담고 있으면서 느끼는 것은 다른 사회 분야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사회인 만큼 그 구성원들의 이익이 충돌할 때는 원칙보다는 그 이익을 앞세우려고 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죠. 특히 내부적으로 그런 충돌이 해결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추진이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그런 충돌이 조금이라도 내비쳐지면 바로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되니 그 정당성조차 손상을 입는 경우도 있게 되고요.
결국,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런 이익에서 거리가 먼 순수하고 중립적인 계층이 목소리를 계속 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본4 밖에 안 되어 토론의 능력이 없다고 하셨지만, 예인님 같은 학생이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는 가장 옳은 목소리를 낼 위치에 계신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도 예인 님의 글과 댓글들을 읽으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
http://kidsb.net/cgi-bin/Boardlist?Article=anonymous&Num=98766
이거 어케 생각하심? 나는 저 글의 마지막 말이 매우 인상깊은데요.
어떤 의도에서 묻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워 함부로 대답하기가 조심스럽군요. 일단 저 글은 행간을 읽어 보건데 정말 한의사 좀 까보자 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목적이 없는 글 같은데,
맥락은 다소 달라지겠지만 저도 비슷한 소리를 몇 번 한 적이 있습니다. 정보는 공개되어야 하며, 기존에 구축한 수많은 왕국들 중 ‘종교성’을 띤 왕국들은 무너져야 합니다. 오링테스트가 좋다니까 거기로 우르르, 다이어트 약에 에페드린 이빠이 넣으면 좋다니까 뭐 제대로 공부도 안 해 보고 거기로 우르르, 이런 것들은 없어져야 합니다. 학회가 활성화되어야 하며 학문적 비판이 지금보다 수백 배 늘어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