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왜구와 검은머리 외국인은 혐오표현일까요

1.

그렇겠죠, 아마. 특정 성향을 지닌 사람, 또는 인구집단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표현이니까요.

그런데, 혐오표현의 정의가 사실 그렇게 똑부러지지 않긴 하지만… 혐오표현에서의 ‘혐오’란 사전적인 ‘혐오’의 뜻과는 달라요. 단순히 누군가를 싫어하는 감정, 편견과 고정관념만으로는 ‘혐오’라 할 수 없고… 거기에 ‘차별’이 내재되어 있어야만 비로소 ‘혐오’가 된다고 하죠.

따라서 ‘혐오표현’이 성립하려면, 단순히 혐오나 편견이 담겨있는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그것이 표현 자체로서 차별적인 결과를 초래해야 하죠. 그중에서도 특히 직접적인 폭력을 조장하는 경우, 차별을 선동하는 경우 등은 특히 심각한 경우로서 제한되어야 한다고 하고요.

2.

일단 전신 박정희와 대지모신 육영수의 혈통, 적폐의 여신 박근혜를 모시는 신성종교제단 자유한국당의 대 원내대표이신 나경원 센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합시다. 어쩐지 신성모독같지만 사실 신성모독은 혐오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며 종교적 신념에 의해서는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되지만, 이것이 곧 종교 자체에 대한 비난을 금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어떤 간악한 무리가 한강다리 폭파와 국민방위군, 보도연맹과 양민 학살, 4.3사건과 서북청년회, 광주대단지와 김대중 납치, 인혁당과 하나회, 쿠데타와 5.18 당시 학살 범죄, 그리고 국정 농단 사태에 이르는 킹갓대한민국의 대통을 이어받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대표 역할을 하시는 대 원내대표 나경원 님을 향하여 감히 토착왜구라고 망령되이 지껄여댔습니다. 대한민국의 적통 나경원 원내대표를 토착왜구라 망령되이 지껄여댄 죄는 나중에 묻기로 하고…

뻘소리는 이쯤 하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여기에서, 토착왜구가 일본인을 혐오하고 편견,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라는 이유로 ‘혐오표현’이라는 주장이 있는데요.

사실 외국인은 그 어떤 나라에서나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이 있죠. 아무리 구라파의 백인들이라 해도 한국에서는 외국인으로서 차별을 당할 수 있습니다. 역사감정이 좋지 않으니만큼 일본인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요… 마는,

또 이런 점도 있습니다. ‘토착왜구’라는 말은 실제 일본인을 공격하는 말이 아닙니다. 고래로부터 ‘진왜’를 진짜 왜구, ‘토왜’를 자생적인 친일부역자로 칭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는데… 말하자면 일본 식민지배 시대에 통용되던, 하층민들의 저항적인 용어가 시대를 넘어 다시 튀어나온 셈인데… 나경원을 ‘토착왜구’라 칭하는 것도 그 비판의 적절성을 떠나, 그가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 주장하는 등 부적절한 견해를 여러차례 내보였기 때문에 나온 비판일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에 직접적으로 식민지배를 당한 아픈 과거를 갖고 있고, 그 이후로도 그 청산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과거는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고들 합니다만, 그렇다고 그 과거가 사라지는 것 또한 아닙니다. 오늘날 위안부 합의 문제에서 볼 수 있듯, 이건 국내 정치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일본 당국과의 외교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친일 청산 문제가 얼마나 중차대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서로 다르겠습니다만, 보통 자유한국당은 친일 청산에 가장 반대하는, 기득권자들의 집단이란 인식이 강합니다. ‘토착왜구’는 말하자면 그 ‘강자들’의 정체성에 대한 공격의 의미가 짙고요.

이런 역사적, 사회적인 맥락을 따질 때, ‘토착왜구’란 표현이 용납 불가한 혐오표현일까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 보게 되는 겁니다. 물론 ‘왜구’란 말 자체가 부적절한 것도 사실이고, 사회적으로 일본인에 대한 편견이 없다 할 수는 도저히 없겠지만, 일본인이 한국에서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인종차별의 피해를 겪는가 하면 그것도 어딘가 애매한 부분인지라. 나경원을 ‘토착왜구’라 부르는 것이 실제 일본인들을 ‘왜구’로 얕잡아보고 차별하게끔 만드는가 하면 그것 또한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이고요.

물론 일본인이 듣기엔, 직접적인 차별이 초래되지 않더라도 불편한 표현일 겁니다. 다만 이런 이유로 이것이 혐오표현이고 이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면, 편견과 고정관념을 일으키는 일체의 표현을 다 금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약자’ ‘소수자’ 집단이 ‘강자’ ‘기득권자’ 집단에게 쓰는 혐오의 표현들도 마찬가지로요. 전 사실 이쪽을 더 선호하긴 합니다만… 솔직히 같은 맥락에서 금지할 수 없다 뿐이지 그런게 공론장에 대체 무슨 효용이 있겠어요.

3.

‘검은머리 외국인’ 같은 경우에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애당초 ‘검은머리 외국인’이란 표현이 나온 이유는 외신에 대한 무분별한 맹종이 이유였죠. 외신이란 이유만으로 엄청 신뢰할만한 레퍼런스 취급을 받고, 그게 사실 한국인이 쓴 거였다는 이유로 ‘검은머리 외국인’이란 공격을 받고… 그래서 전 이 사건에서 먼저 봐야 할 건 ‘검은머리 외국인’이 혐오표현이냐 하는 문제보다 여전히 물 건너온 얘기라면 믿고 보는 풍조라고 생각했는데요.

어쨌든, 이 경우에도 뭔가 애매한 게… ‘검은머리 외국인’들이 지금 여기에서 차별의 대상이냐 하면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가 않아서요. 오히려 특권층,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이미지면 몰라도… 물론 이 또한 일면일 뿐이고, 인종차별과 민족주의 사이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지만, 해당 사례처럼 외국계 기업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 사람들을 두고 비하하고 차별한다니 아무래도 요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것 같아서 말이죠.

이게 ‘검은머리 외국인’이 좋은 표현이라는 건 절대 아니고, 광의의 ‘혐오표현’에 충분히 들어가겠죠. 하지만 그 ‘검은머리 외국인’이란 표현이 담고 있는 비판의식보다, ‘혐오표현’이라는 그 자체가 더 중할 정도인지는… 아무래도 좀 애매해요. 잘 모르겠어요.

이건 나경원의 ‘토착왜구’도 비슷한데, 광의의 ‘혐오표현’이기는 한데 이게 맥락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내재하고 있는지, 차별을 조장하는지는 좀 애매하다는 생각. 그리고 그게 담고 있는 비판의식보다 혐오표현이라는 그 자체가 더 중한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 뭐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표현은 차별을 직접적으로 조장하는지 강자 집단에 대한 공격인지 등을 따지는 걸 떠나서 그냥 안 썼으면 좋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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