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한국당이라는 정치혐오

0.

한겨레에 이런 칼럼이 실렸습니다.

[세상 읽기] 더불어한국당이 적폐다, 권김현영

좋은 글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거대양당의 기득권을 비판할 수는 있죠. 더불어한국당이란 레토릭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칼럼은 너무 성긴 글이에요. 오히려 더불어한국당이란 레토릭을 통해 정치혐오만 일으킬 뿐이라고 생각해요.

의회라는 건 참 어떻게 해도 신뢰를 받기 어려운 집단입니다. 구조상 말꼬리 잡고 싸우라고 만든 곳이거든요. 여기에선 ‘정의’가 실현되지 않습니다. 총론에서라면 몰라도 각론으로 들어갈수록 정의란 명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결국 서로의 정의가 어느 정도 자리를 물리고 양보해야만 합의가 이뤄질 수 있죠. 말하자면, 여기에는 사이다가 없습니다.

1.

칼럼의 제목을 봤을 때, 전 당연히 이 칼럼이 선거구제 개편안 문제를 다루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민주당이 선거구제 개편에 미온적인 건 사실이죠. 사실 왜 그리 어깃장을 놓는지 저도 잘 이해가 안 가고요… 표의 비례성 측면에서 지금의 선거제도는 개편을 피할 수 없다고 봐요. 민주당도 지금 당장보다는 좀 더 멀리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기성 의원들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하고.

그리고 예산안 처리 때마다 나오는 쪽지 예산 얘기, 지역구 챙기기 이런 것도 얘기할 만 하죠. 이것도 사실 선거구제 개편과 연결해 얘기하기 좋은 소재고요. 소위 ‘지식인’들이 아무리 까봤자 국민들은 내 지역구에 하나라도 더 챙겨오는 정치인을 지지할 수밖에 없거든요. 서울 밖으로 나갈수록, 실제로 지역구에 사업 하나 더 따오는 게 삶의 질을 상당히 향상시키기도 하죠. 다만 이게 정도 이상이 되니 문제인 것이고, 이런 현상을 막을 순 없다 쳐도, 소선거구 지역구 위주의 선거제도가 이런 현상을 더 강화하는 데 일익을 하고요.

2.

그런데 거기에서 그쳤으면 좋았을 걸, 칼럼이 좀 무리수를 둡니다.

개헌은 어차피 안 되는 카드였죠. 이건 여당이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절대 아니거든요. 정부안이 구체적으로 나오기까지 했지만 야당이 다같이 반대했고요. 야당도 논의를 한다고는 했지만, 정부구조를 내각제로 바꾸네 하는 얘기는 엄청 나왔지만, 정작 기본권 등 만만찮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대체 어느 정도나 논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스럽죠.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성평등만 얘기해도 기함하는데, 자유한국당의 협조 없이 개헌은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불가능하고.

개헌 얘기는 하다보면 진짜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이 정도에서 접고…

3.

사립유치원 3법 불발 얘기도 나오는데, 이게 ‘더불어한국당’ 때문인가요? 이 법의 이명이 ‘박용진 3법’이고, 박용진이 민주당 국회의원인걸요. 홍영표 원대대표는 최근 자유한국당이 끝내 합의하지 않으면 법을 더 강화해서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죠. 물론 더 강하게 여론을 주도하고, 더 강하게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길 바랄 수도 있지만, 사실 민주당의 직무유기를 탓할 상황까진 아니라고 생각해요.

혹, 아예 밀어붙였어야 했다고 말할지도 몰라요. 이토록 ‘정의로운’ 법률을 왜 자유한국당과 합의하느라 지체하냐고 말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말이죠, 아마 똑같은 얘기를 자유한국당 지지자들도 할 거예요. 테러방지법이나 노동법 개악 등을 두고 이토록 ‘정의로운’ 법률을 왜 민주당과 합의하느라 지체하냐고 말했겠죠. 정치하는 엄마들 같은 곳에선 직권상정까지 요구했어요. 그 마음은 물론 십분 이해하지만, 국회법상 직권상정은 천재지변이나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하는 상황에만 가능해요. 자유한국당이 그랬듯 국회법을 생까고 직권상정을 했어야 할까요?

4.

선거법 개정 문제도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야 3당도, 정개특위 선에서도 윤곽조차 잡혀있지 않은 선거구제 개편을 대체 어떻게 예산안과 연계하려 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예산안이 임예인네 집 가계부도 아니고, 사실 (늘 그랬듯) 법률상 정한 기한을 못 지키더라도 한도 끝도 없이 미뤘다간 정말 사전적인 의미의 헬게이트를 여는 것인데… 이게 정말 예산안을 볼모로 잡을 만한 의제인가 하면,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 상황에선 뭔가 각이 안 나온단 말이죠.

5.

웹하드카르텔, 심각한 문제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고, 사전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하고,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와 처벌 역시 아동 청소년 음란물에 준하여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그러나 ‘카르텔’이란 말은 조금 의아한 데가 있어요. 그는 합법과 불법 사업을 넘나들며 이를 이용해 교묘하게 여러 불법적 행위를 저질렀죠. 그 죄질도 매우 나빠요. 그런데, 이게 ‘카르텔’ 인지는 모르겠어요. 심지어 합법적인 사업에 관여했던 시민단체까지 묶어 “위디스크와 관계가 있었으니 죄다 카르텔”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하고 있어요.

칼럼은 이런 ‘카르텔’론에 힘을 싣는 듯 해요. “수사기관과 정치권의 공모마저 드러나고 있는 판”이라며, “거대 양당의 국회의원 누구도 적극적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하죠. 그런데 정말 그랬나요? 수사 당국이나 유력 법조인과의 유착관계 얘기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에서는 당장 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웹하드카르텔 방지 5법’을 발의했다는 사실을 쉽게 찾을 수 있는걸요.

언론도 문제인 게, 위디스크의 사업모델은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고 있고, 불법도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해요. 단순히 저작권을 위반한 사례도 있고,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제작된 음란물을 국내에서 불법적으로 유통하는 경우도 있고(국내에선 음란물은 무조건 불법이니까요), 가장 악질적인 경우로 불법촬영물을 유통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그 모든 걸 한번에 퉁쳐버려요. ‘카르텔’ 론은 그런 엄밀하지 못한 정의에 뿌리를 두고 있기도 하죠. 범죄에 면죄부를 주자는 말이 아니에요. 죄질을 엄밀하고 명확히 따져야만, 그 죄를 어떻게 처벌하고 또한 어떻게 단속/방지할 것인지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선정적으로 분노만 쏟아질 뿐 결국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이런 걸 너무 자주 봤잖아요.

6.

비판해야 할 바에 집중하지 않고, 광역기로 크레모아를 쏘는 이런 칼럼을 전 참 나쁜 칼럼이라고 생각해요.

‘기득권들의 카르텔’, ‘대기업부터 살리고 기득권부터 챙기는’, ‘대기업 중심, 다수당 독식 중심의 1987년 체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굳어진 신자유주의 체제’… 사실 하나마나한 얘기들이고, 전혀 엄밀하지 않은 얘기들이죠. 여기에서 비판하는 ‘신자유주의 체제’란 무엇인가요? 웹하드 카르텔이 신자유주의인가요? 소선거구제가 신자유주의인가요?

칼럼은 디테일을 얘기하면서도 디테일을 너무 대충 퉁쳐버려요. 책임을 명확히 따져야 해요. 어느 당의 책임인지, 그리고 그 당에서도 특히 어떤 의원이 개혁을 방해하고 있고, 또 어떤 의원이 거기에 편승하고 있는지. 어떤 의원이 개혁을 주도하고 있고, 어떤 의원이 맞서 싸우고 있는지, 그런 디테일이 있어야 해요.

더불어한국당 같은 레토릭은 참 선정적이죠. 사실 어떤 문제엔 적절한 비판일 때도 있어요. 예를 들자면 쪽지 예산 같은 걸 비판할 때 말이죠. 하지만 또 어떤 문제에 함부로 갖다대면 다분히 정치혐오로 빠지기 쉬워요. 진보언론이 종종 빠지는 함정이죠. 그 극도로 낭만적인 정치혐오란. 사실 ‘신자유주의’ 운운하는 칼럼은 대체로 거르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전 대체 신자유주의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특히 이런 칼럼이 말하는 신자유주의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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