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현지화 전략 문제: Shortcut이 ‘단축어’라니

iOS 12의 신기능 중 가장 주목받는 건… 역시 ‘숏컷’ 앱입니다. 사실 iOS 12의 기능은 아니고 별개의 앱을 다운받아야 하지만, iOS 12가 하도 별볼일 없는 업데이트다보니…

좋은 앱입니다. 복잡한 연속 작업을 미리 등록해두면 터치 한 번에 실행할 수 있죠. 맥의 오토메이터와 비슷한 기능인데, 사실 꽤 고급 유저를 위한 기능이죠. 요즘 애플이 열심히 미는 “It just works”에 썩 어울리지는 않는.

사실 이 앱 소개를 하려는 건 아니고… 이 앱이 애플의 한국 현지화 전략이 얼마나 개판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서 이야길 꺼내 봤습니다. 아니, 전략이 개판이란 말은 어폐가 있군요. 전략이란 게 없으니까.

이 앱은 한국 앱스토어에는 “단축어”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어요. … 이거 단축어랑은 아무 상관 없는 앱인데?

물론 애플이 Shortcut이란 단어를 단축어란 뜻으로 쓰는 경우가 있긴 해요. 아이폰 키보드 설정에 들어가 보면, 예를 들어 “ㅈㄱㄴ”라고만 타이핑해도 “제목이 곧 내용”으로 자동 입력되는 기능이 있죠. 이것도 애플은 Shortcuts 이라고 부르거든요… 여기서 아마 뭐가 꼬였나 싶긴 한데, 문제는 애플이 정작 이건 ‘단축어’가 아니라 ‘텍스트 대치’라고 번역해놨네요. 뭐 하자는 거야?

오역, 있을 수 있죠. 근데 앱 이름부터 오역해놓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차라리 ‘지름길’로 직역을 하든지, 그냥 아예 번역을 하지 말든지.

어쨌든 짜증을 억누르고 앱에 들어가 봅시다. 몇 가지 ‘단축어'(젠장, 앱 안에서도 이 미친 오역이 계속 나오네요) 기능을 추천하네요. 집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주는 기능이 있네요. 이게 뭔 쓸모가 있는지는 일단 차치하고…

‘단축어’를 등록하려니, 가장 먼저 집 주소를 입력하래요. (구글은 이 정도는 알아서 해 주던데.) 도로명을 입력하라길래 입력했더니 완료됐대요. 실제로 써 보려고 하니, 안 된대요. 시도/군구, 주, 도로 주소를 명시하래요. … 아니, 그런 건 물어보지도 않았잖아. 그리고, 뭐라고? 주?

‘주’는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주소 체계에요. 미국에는 있죠. 이건 현지화를 ‘아예’ 안 한 거예요.

다시 짜증을 억누르고 주소를 설정하러 들어가봤더니, 주소를 ‘주소 1, 주소 2, 시도/군구, 도, 우편번호, 국가’ 순으로 나누어 입력하게 되어 있어요. 우편번호는 알아서 외워서 써야 하고요. 해외직구 하다 보면 자주 보던 모습이죠? 미국식 주소 입력 체계죠. 심지어 예시도 쿠퍼티노로 돼 있네요. 팀쿡 너는 한국 사람 집이 쿠퍼티노에 있겠니 상식적으로….

그나마 하라는 대로 해봤자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아요. 도보 10분 거리에서 작동시켰는데 2시간 56분 내로 집에 도착한다고 메시지를 보내려 하네요. 하기야 전문가 입회 하에 영구폐쇄된 이후의 동창리 발사대만도 쓸모가 없는 애플 지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작동도 쓰레기처럼 할 수밖에…

이건 문제가 심각해요. 아이폰 X같은 기믹덩어리 사치품이 백만 대 팔릴 정도로 한국 시장이 성장했음에도 애플의 현지화 전략이 여전히 구제불능임을 보여주거든요. 나머지는 뭐 좀 나은가요? 전혀요.

애플 지도는 청와대를 중식집으로 표시하고 청와대 위치에 청화대를 갖다 놓을 정도로 개막장이었죠. 개선을 하고 있다곤 하는데 여전히 터무니없이 불편하고 제대로 찾는 것도 없어서, (아이콘이 비슷하게 생겨서) 구글 지도 열려다가 실수로 터치하는 경우 외에는 열 일이 없어요. 그런데 이딴 지도 서비스가 기본 지도로 설정돼있고 바꿀 수도 없어서, 지도 기능이 연동된 그 모든 편의 기능을 사실상 봉인해야 해요.

애플 뮤직? 처음 들어올 때는 드디어 한국에 신경을 쓰나 싶었죠. 하지만 중국의 돈과 와패니즘 말곤 신경도 안 쓰는 더러운 백인우월주의자 기업이 그럴리가 있나요. 18금 음원은 여전히 보이지도 않고, 미국 서비스보다도 한국 음악이 없어요. 한국 음악은 둘째치고 18금 음원이 전부 막혀있는 건 음원 서비스에 대해 애플 자체에 의지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죠.

애플 페이… 두 말하면 뭐하나요. 통일과 애플 페이 중 뭐가 더 빠를까 하는 자조적인 농담이 돌았는데, 이젠 진짜 통일이 더 빠르게 생겼네요. 살인적인 수리비용 부담을 덜어줄 애플케어 플러스는 애플스토어가 만들어지고 나서도 여전히 깜깜 무소식이네요. 이쯤 되면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수준이죠.

이딴 식으로 할 거면 미국보다 싸게 팔기라도 하든지. 이번엔 XS 맥스란 물건을 만들면서 폰 하나에 200만 원이라는 미친 가격을 뚫었어요. 역대 가장 신기능도 매력도 없고 경쟁사 대비 경쟁력도 없는 물건을 내놓으면서 가격만 터무니없이 올리고 있죠. 이게 소위 ‘명품’ 브랜드의 C레벨 간부들을 끌어들여 얻은 결론이라면, 나는 ‘명품’들과 마찬가지로 애플을 안 쓸 수밖에 없어요. 노트북과 냉장고를 사고도 바이킹스워프 갈 돈이 남네요. 그럼 당연히 갤럭시 S10을 사는 게 정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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