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생활 개선을 위해, 임대사업은 대기업화되어야 합니다

1.

는 훼이크고… 저렇게 단언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분명 생각해 볼 만한 문제지 싶어서.

 

1인 가구의 주거 환경은 매우 나쁘고, 쉽게 개선될 것 같지도 않다. 원인은 역시 1인 가구 중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원룸형 주거환경. 특히 서울은 근 십수년 새 원룸 구조도 비좁아지고 있는데… 실제 원룸형 오피스텔 면적은 10년 전만 해도 전용 33㎡가 대세였는데, 이게 줄고 줄어 최근엔 17㎡를 찍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작은 면적으로 최대한 많은 방을 뽑아내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겠지.

물론 작은 면적만이 문제는 아니다. 원룸 임대인들의 횡포도 꽤나 큰 문젯거리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여성 / 소수자 주거 환경에 대한 기획 보도를 하고 있는데, 최근 이런 ‘집주인’의 횡포를 지적하는 기사를 냈다. 예를 들어, 다음 세입자를 구해야 한단 이유로 멀쩡히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집주인이나 부동산이 멋대로 들어오거나,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경우.

이 기사에서, 일본에서 집을 구해본 경험이 있는 J 씨는 이렇게 말한다. “다음 세입자는 어디까지나 집주인 혹은 부동산이 관리할 사항”이며, “무조건 전 임대인이 나가고 청소 작업 후, 공실 상태에서 다음 임대인이 방을 둘러보고 계약할 수 있게끔 되어있다”는 것이다.

 

2.

이게 맞는 방향이긴 한데…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크다. 우선, 집주인이라고는 해도 실제론 사업 규모가 영세한 경우가 많다는 게 첫째. 원룸형 오피스텔 같은 경우 집 하나하나마다 집주인이 다른 경우가 많고, 원룸 건물도 보통 2-4층 정도의 소규모에 대출을 끼고 짓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영세한 규모에서 방이 예상 밖의 사태로 장기간 공실로 남는 건 임대인에게 재산상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리나 리모델링, 세입자를 위한 기타 편의시설을 요구한다는 건 언감생심일 테고.

그리고 두번째는 높은 보증금. 꼭 전세가 아니더라도, 월세의 경우에도 보증금이 꽤 높은 편이고, 이 때문에 공실을 오래 놀릴 수가 없다. 다음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아 이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진 것도 이런 이유. 수천만 원의 여윳돈을 ‘불의의 사태’에 대비해 늘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니.

물론 그러니까 이렇게 그냥 두자는 얘긴 아니다. 임대 관행을 개선하는 데 캠페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거다. 일본의 경우 임대 사업이 굉장히 대규모로 이뤄지는데, 다이토켄타쿠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다이토켄타쿠는 주택 건설부터 임대인과의 리스계약, 임차인 유치, 주택 유지보수 및 재개발 등을 전반적으로 관장한다.  임대 주택 수가 8~90만 호에 달하는 등 규모가 그야말로 넘사벽.

일본에도 주택 임대차시의 여러 관행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레이킹과 시키킹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천 만원 이상의 금액을 보증금으로 맡겨두진 않지만, “집을 빌려주어 고맙다”는 뜻의 사례금(레이킹)과, 집을 임차하고 있는 동안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보수하기 위해 미리 맡겨두는 보증금(시키킹)을 관례적으로 계약시 내야 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임대사업이 ‘대기업화’ 되어가면서 이런 관례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

 

3.

집주인은 집이 공실이 되거나, 어떤 이유로 파손되거나 하면 큰 손해를 입는다. 손해의 액수도 액수지만, 문제는 ‘예상하지 않았던’ 손실이 발생한다는 거다.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이 문제는 커진다. 만일 집 하나를 임대주는 집주인이라면, 그 집에 문제가 생길 경우 수입이 갑자기 0, 심지어 마이너스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물론, 공실이나 하자로 인한 손해는 임대사업의 규모가 커진다고 해도 여전히 발생한다. 하지만 이 경우엔 이 손해를 ‘예상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매월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공실이나 하자가 발생하며,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충당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사업에서 굉장히 큰 것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사업은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임차인 입장에서도, 서비스의 품질이 일정 수준을 담보한다는 큰 메리트가 있다. 원룸 건물 한 채를 갖고 있는 건물주 임예인과, 원룸 건물 천 채를 관리하는 여리고주택을 비교해보자.

임차인은 임예인이 건물을 얼마나 개떡같지 지었을지, 임예인의 인성이 얼마나 개차반일지 미리 알 수가 없다. 일단 들어와 살아보는 수밖에. 임예인이란 브랜드엔 아무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임예인이 이 건물에서 집주인으로서 온갖 진상짓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예인을 ‘알지도 못한다’. 임차인들만 시베리아 사발면 하다가 똥 씹은 표정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여리고주택은 다르다. 건물 천 채를 관리해야 하는 여리고주택은 평판을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리고주택을 ‘알고 있다’. 어딘가에 여리고주택이 지은 집이 나팔 좀 불었더니 무너졌더더라 하는 소식이 들리면 여리고주택이 관리하는 천 채 전체의 평판이 추락한다.

당연히 여리고주택은 모든 주택의 질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임차인들은 여리고주택이란 이름만 보고서도 이 집은 어느 수준은 하겠구나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여리고주택은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시키려 여러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축적되는 노하우와 경쟁력 같은 건 두 번 말하면 입만 아플 얘기고.

 

4.

아파트를 살 때 입지만큼이나 브랜드도 중요하게 생각하듯이, 임대주택, 특히 1인용 임대주택도 그렇게 변해가야 비로소 주거환경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이런 ‘대기업화’를 사람들이 꼭 환영하는 건 아니란 건데…

사실 이런 경우가 꼭 임대사업에만 통용되는 게 아니다. 많은 분야에서 영세사업과 대형 기업이 처한 현실이기도. 영세사업은 품질이 균일하지 않고, 갑작스런 리스크에 잘 대응하지 못하며, 소비자 입장에서 신뢰하기 어렵다. 대형 기업은 정 반대다. 많은 서비스가 ‘대기업화’ 될수록 소비자에게는 훨씬 나은 편리를 제공한다.

‘대기업’이란 이름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은 서비스가 이처럼 ‘기업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대기업화’란 건 법적으로 정의된 ‘대기업’, 삼성이나 현대나 LG 같은 회사가 모든 걸 다 움켜쥐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전국적 지명도를 얻을 정도의 규모를 갖고, 기업다운 조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개인화, 지역화, 협동조합이나 로컬 경제니 마을 공동체니 하는 것들을 중시하는 최근의 흐름 또한 마뜩찮다. 나는 오히려 한국 사회에 진짜 필요한 것은 ‘기업화’, 즉 90-00년대에 중시하던 ‘선진화’가 아닐까 싶다. 시장에 전근대적인 관행이 여전히 팽배한지라, 다시 로컬로, 다시 마을로 돌아가자는 구호는 수십 년은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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