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일색의 광역단체장 후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광역단체장 후보 ‘전원 남성’의 현실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후보가 전원 남성인 것을 두고 ‘남성중심 보수 정당’ 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물론 우리는 성평등을 추구해야 하고, 대표자의 성비도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세상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일부러 여성을 위한 우대조치를 시행하기도 하고요.

정치도 마찬가지죠. 유력 남성 정치인에 비해 유력 여성 정치인의 수가 매우 부족한 현상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건 말이 안 되죠. 사실 한국 정치의 ‘대표성 문제’는 성별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성별로는 남성, 연령대로는 장년층, 직업적으로도 법조인이나 언론인 등에 치우쳐 있고,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등은 아예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보기 힘들죠. 정치의 문호는 더 낮아져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당연한 당위인데…

 

지방선거의 특수성  – 총선과는 다르다, 총선과는

지방선거는 어디까지나 지역 일꾼을 뽑는 자리입니다. 특히 지자체장 급 되면 지역 일을 그만큼 오래 해왔고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야 하는데다, 말 그대로 그 지역을 오롯이 ‘혼자’ 대표하는 사람이기도 해요. 지역구 의원과는 의미가 많이 다르죠. 예를 들면, ‘노동 연구를 많이 해 온 전문 연구자’는 국회의원으로는 아주 잘 어울리지만, 지자체장으로서는 그리 어울리지 않죠. 이게 실제 지자체장급 여성 지역 정치인을 수 년만에 만들어낸다는 게 더욱 힘든 이유일 겁니다. 여성 인권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직역 전문가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찾아볼 수 있지만, 그 직역 전문가가 갑자기 지역 일꾼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총선은 차라리 직역이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성격의 의원들을 일부러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구성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지자체장은 이런 특성 때문에 그게 쉽지 않다는 거죠. 게다가 비 서울 지역, 특히 읍면 지역 등에서 여성 지자체장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면 아무래도 무리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저 지방은 정치의식이 후진적이니 계몽을 하자”는 것도 지방선거의 의의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단 말입니다. 결국 유능한 여성 정치인은 거의 중앙 무대로 올라와 공중전을 하게 되고, 지방의 풀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겠죠. 그럴 수밖에 없는 여건이니까.

사실 그러다보면 기껏해야 ‘여성 광역단체장’이 나올 도시라곤 서울, 세종 정도밖에 안 남죠. 다양한 구성원이 용광로처럼 모인 곳, 그만큼 지역민으로서의 의식은 오히려 얕은 곳. 경기 인천 지역도 가능성은 있지만, 이쪽도 도심 지역과 교외 지역의 민심 차이를 생각하면 조금 어려워 보이고요. 그런 측면에서, 여성 지자체장이 왜 없냔 얘기가 너무 ‘서울스러운’ 담론이란 생각도 들어요. 서울이라도 여성 후보가 나와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차라리 더 현실적이고, 설득력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되면 다음 서울시장 선거는 박영선 대 나경원이 되는 게 합당하단 답이 나오는데…

결국, 왜 광역단체장 후보에 남성밖에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민주당의 인권의식이 후진적이어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럴 수밖에 없는 여건이 풀뿌리부터 굳건히 자리잡고 있으니까. 지방선거는 중앙에서 다양성과 정치적 지형을 계산해 후보들을 배치하는 게 아니라, 지방민들의 ‘민심’을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선거니까요. 현실 뿐 아니라 당위에 있어서도.

 

진짜 중요한 잣대

그렇다고 ‘현실이 그러니까’라며 손을 놓고 있어야 할까요? 그건 당연히 아니죠.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잣대는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의 지역 일꾼이 지자체장급 체급으로 크기 위해서는 2-30년은 족히 쏟아부어야 하죠. 2-30년까진 아니더라도, 10년 이상을 두고 고민할 대형 프로젝트인 셈이고, 따라서 사실 광역단체장이 아니라 기초의원 쪽 공천 비율이 진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기초의원부터 여성 인재, 여성 지역 일꾼을 키워나가야 하는 거죠. 여기에 또 한 가지, 여성 시도의원이 얼마나 많이 재선까지 도전하고 있는지, 개중 기초단체장이나 광역의원까지 진출하는 비율은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 즉 여성 지역 일꾼을 만든다는 게 허울 뿐인 숫자에 그치지 않고, 정말 그들을 위한 사다리와 문호를 만들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거죠.

더불어 한 가지 더 생각해보자면, 투명한 상향식 ‘경선’과, 다양한 약자, 소수자들의 정치 진출 사이의 불협화음. 민심을 온전히 반영하면, 이미 명망을 쌓은 기득권 후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여성, 청년 정치인들의 문호가 막히죠. 이건 분명히 다음 총선에서도 문제를 일으킬텐데… 단순히 가산점을 더 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기에는, 서울 및 수도권과 그 외 지방 사이의 간극이 또 너무 크죠. 어려운  문제가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누가 쉽게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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