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개연성 논란에 반박한다

사실 스타워즈 급의 느슨한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따지는 게 좀 당황스럽긴 합니다. 애당초 근간 설정이 포스인데다 레이저는 뿅뿅거리고 우주에서 폭탄이 밑으로 떨어지는데다 데스스타는 모든 불합리가 결합된 희대의 괴작인 뭐 그런 작품인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몇 가지 장면에서 개연성을 까는 얘기가 너무 많아서, 그 얘기를 역으로 까고 싶어졌습니다. 당연히 이하는 스포일러 덩어리이므로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돌아가주세요. 영화 안 보실 거면 뭐 상관없습니다만.

 

스포일러일까?

스포일러입니다

스포닝풀은 스타워즈가 아니고 스타크래프트에 나와요

 

1. 우주전에서의 마지막 공격에 대해

하이퍼스페이스 공간 도약은 충돌 위험이 있다는 게 원래 설정입니다. 그리고 그 공격이 거대한 적함을 파괴하며 퍼스트 오더에 큰 물적 피해를 일으키긴 했지만, 저항군은 마지막 순양함을 잃었죠. 퍼스트 오더 측은 그 이후에도 함선 내에서 백병전을 벌이고 탈출할 정도로 피해가 절대적이지 않았고, 아무 일 없었던 듯 계속 저항군을 압박하죠. 별로 필살기도 아니고, 인적, 물적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저항군이 택할 전략도 아닌 셈이고.

이런 필살기가 개연성을 파괴한다고 깔려면 적어도 닥터 후의 재생성 빔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닙니까.

 

2. 핀의 마지막 공격을 로즈가 막은 데 대해

지휘관 포 다메론이 늦었다고 후퇴를 지시한 상황이었으니, 정말 그냥 늦은 상황 아니었나 싶고요. 핀의 마지막 공격이 성공할 가능성은 실제론 겁내 낮은 거 아니었겠습니까. 성공하더라도 제국군은 즉시 새 대포를 투입할 수 있으므로,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안 그래도 부족한 저항군의 자원을 꼴아박는 격이 될 수도 있고. (영화 첫 시퀀스가 이런 내용이었죠. 말하자면 이 마지막 시퀀스는 첫 시퀀스의 안티테제인 셈.) 물론 그 99.999999%의 불가능을 뚫고 로그 원 작전이 성공하는 게 이 영화 세계관이라곤 해도.

이런 게 개연성을 파괴한다고 깔려면 허구헌날 우주 멸망시킨다는 데브로스나 마스터한테 나랑 같이 가자고 손 내미는 닥터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닙니까.

 

3. 레아 장군의 포스 발현에 대해

아니 뭐 스타워즈 에피소드 4의 데스스타 전투 때 루크는 수련을 받은 상황이었던가요. 게다가 우리는 레아 공주가 장군이 되기까지의 몇십 년을 못 봤다고요. 그리고 레아가 지구 위를 날아다닌 것도 아니고, 무중력 공간에서 아주 약한 추진력을 얻었을 뿐인데, 왜 이럴거면 포스로 날아다니면 되지 같은 얘기가 나오는지. 우주에서, 거의 의식을 잃어야 마땅한 상황에서 갑자기 포스가 발현되는 게 좀 생뚱맞아 보일 수는 있어도 그 힘 자체는 매우 약한 수준이었다고요.

이런 게 개연성을 파괴한다고 깔려면 타임로드의 과학력이 신체재생성에 시간조작까지 하는 주제에 겁내 하등한 의료기술도 못 따라가면서 편의에 따라 들쭉날쭉하는 닥터 후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닙니까.

 

4. 루크의 마지막 싸움에 대해

무슨 본인도 아니고 환영 하나 보내고 힘 빠져 죽냐는 얘기가 많은데, ‘포스’를 감지할 수 있는 강력한 유저인 카일로 렌이 환영임을 감지할 수 없었던 것, 기존의 강력한 포스 유저들도 이처럼 완벽한 아바타르를 우주 정 반대편에 보낸 경우가 없었단 점 등을 고려해보면 세계관 내에서 이게 엄청난 일임을 짐작함은 어렵지 않죠. 그리고 전작을 모두 통틀어봐도 ‘포스의 영’이 된다는 것은 가장 위대한 제다이만이 해낼 수 있는 가장 영광된 일이고. 실제로 그는 우주 전역에 위대한 영웅으로 기록되었고요.

이런 게 개연성을 파괴한다고 깔려면 타디스가 우월하다고 말은 하는데 뭐가 우월한지는 전혀 모르겠고, 남들은 손목시계로도 시공간여행을 자유롭게 하는데 맨날 이상한데 갇혀서 뛰어댕기는 닥터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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