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 이제 제다이를 끝낼 때다

제목은 훼이크고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Star Wars: The Last Jedi)가 엄청난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튼토마토에서 관객 호평 비율은 50%대까지 떨어졌고, 국내에서도 ‘슈퍼맨 대 배트맨’ 같은 망작과 비견하는 목소리가 드높은데요.

사실 이건 이 영화가 ‘스타워즈’ 팬덤이 기대하던 거의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배신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이 영화의 첫 예고편에서 이렇게 말했죠. “이제 제다이를 끝낼 때다(It’s time for the Jedi to end).” 네, 그 말대로 말이죠.

한편 저는 페이스북에서 이 영화를 이렇게 평했었습니다.

고전 스페이스 오페라의 놀랍고도 장엄한 변주. 덕후들의 설정 놀음을 넘어, 스타워즈가 비로소 들려준 포스의 메시지.

이것이야말로, 새 스타워즈 세대의 ‘제국의 역습’이라 할 만하다.

평론가들의 호평은 그렇다치고, 관객들의 혹평 세례를 보면 안 될 것 같기도… 어쨌든.

구세대의 제다이

게임, 소설 등을 통해 작가들이 살을 붙인 제다이 설정까진 일단 무시합시다. 사실 구 영화판의 제다이 설정들은 좀… 구렸습니다. 특히 프리퀄 시리즈로 가면서 심해졌죠.

스타워즈 세계관의 가장 근본이며, 제다이가 구도하는 바이기도 한 ‘포스’ 말이죠. 보통 사람을 조종하거나 돌을 들어올리는 데 쓰이지만 사실 이건 그보다 훨씬 거대한 그 무엇인가입니다. 우주의 의지라고도 말할 수 있겠고, 그냥 우주가 흘러가는 방향, 섭리, 어떤 기 같은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고.

그런데 정작 이를 추구하는 제다이들은 뭔가 좀 이상합니다.

제다이는 이제 고작 열 살짜리 꼬맹이인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너무 나이가 많다’며 가르칠 수 없다 내칩니다. 그 얘기인즉 그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을 거둬다 키운다는 건데, 실제 설정상으로도 4-8세 정도에 입문한다죠.

그러고 나서 수련을 하는데 제때 스승으로부터 지명받지 못하면 영영 제다이 기사가 될 기회를 박탈당하고, 제다이 사회 내의 이런저런 생업에 종사하게 됩니다. 그 제때라는 게 설정상 13세. 한편 제다이의 제자, 소위 ‘파다완’이 된 이들은 곧바로 지휘관으로서의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하는데요.

이건 뭔 선(禪)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에 서구 중세식 계급사회, 봉건제도가 짬뽕된 괴팍한 사회제도입니까. 어릴때 일찌감치 계급이 결정되고, 어릴때가 아니면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도 없으며, 재능에 따라 각자의 본분을 윗선에서 지정해주는… 이거 그냥 꼰대쉬키들이잖아.

이거야 영화상에서 직접적으로 묘사된 적은 없는, 말 그대로 설정상 내용이라고 쳐도 말이죠. 출가하는 순간 결혼은 물론 하나뿐인 어머니와의 연도 끊기는 걸 보면 속세와 절연하는 불가의 삶에 가까워 보이는데, 정작 요다를 비롯한 제다이 최고위층들을 보면 대놓고 카운슬을 만들어놓고 정치에 관여하고 의원을 체포하고 다닌단 말입니다(…) 이게 뭐야 도대체.

거기에 포스는 유전이라도 되는 건지 결국 킹왕짱 쎈 아나킨 아들 루크가 또 킹왕짱 쎄고. 프리퀄 시리즈에선 아예 몸 속에 미디클로리언이란 미생물이 있어서 이게 포스와 소통하는 거고, 이 수치가 높으면 재능이 있는 것(…)이라는 설정까지 붙었죠. 왕후장상 영유종호 암만 열심히 해 봐야 부모 잘만난 루크 못조차가.. ㅋㅋ

 

40년 후의 이야기

사실 그럴 수밖에 없긴 합니다. 스타워즈는 1970년대 영화니까요. 그때는 그게 쿨했던 거죠. 오오 신비로운 동양의 정신과 서양 중세식 기사, 그리고 종자! 간지쩌는 광선검!

그런데 이제 40년이 지났습니다. 제다이 설정은 파면 팔수록 구려요. 우주의 섭리인 포스의 구도자란 놈들이 완전 엘리트주의 꼰대 쫌생이에 왕후장상에는 씨가 따로 있다 믿는 재능충들이란 말입니다. 어린애들만 골라 데려오고 부모도 못 만나게 하고, 심지어 열 살 먹은 애도 나이 많다고 빠꾸놓는 게 딱 보면 딱 아닙니까, 사이비종교.

사실, 제다이 마스터가 정말 ‘구도자’ 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번 영화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오리엔탈리즘이 범벅이 된 선문답만이 있을 뿐이었죠. 제다이 마스터가 정신을 차리니 이제야 우주도 정신을 차린 것인지, ‘라스트 제다이’는 진짜 영웅이란 어떤 존재이며 신화란 어떻게 쓰여지는 것인지를 처음으로 제대로 보여줍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가 팬덤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해도, 그건 이 이야기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는 40년 전의 영웅을 기다렸고, 이 이야기는 바로 지금의 영웅을 그리고 있을 뿐이죠.

포스가 우주의 섭리라면, 그리고 제다이가 그 섭리를 좇는 이들이라면, 그래요, 위대한 제다이 마스터,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지금은 제다이를 끝내야 할 때”입니다. “스타워즈를 끝내야 할 때”인 것처럼 말입니다. 과거의 신화가 아닌, 새로운 시대의 신화, 2017년의 스타워즈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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