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변호사: 동성애자 인권 운동의 전략 문제

퀴어 퍼레이드의 노출 / 선정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 진보는 이 논란을 ‘무지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홍준표와 자유당이 ‘동성애 반대’란 프레임을 짜고 “동성애에 찬성하는 것이냐”며 문재인과 민주당을 공격했을 때, 인권단체는 홍준표가 아니라 문재인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이게 그릇된 일은 아니다. 퀴어 퍼레이드에 유독 노출, 선정성 논란을 갖다 붙이는 것은 잘못되었다. 문재인이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말한 것도 잘못이다.

그런데… 이렇게 “너희들은 빻았다”고 주장함으로써 얻은 게 뭘까. 퀴어 퍼레이드에서 계속 둔부 등을 노출하고, 성기를 형상화한 쿠키를 팔 수 있는 권리? 문재인도 빻은 한남이라 깔 수 있는 지적인 우월감? 그 투쟁을 통해 정말 중한 걸 얻어냈는가 말이다.

노출 / 선정성 논란이 극우 개신교계에서 의도적으로 부풀리는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성공적이었고, 동성애자의 권리 자체에는 꽤 우호적인 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반면 인권 운동측은 ‘벗는 게 뭐 나쁜가’ ‘성기를 형상화한 게 뭐 나쁜가’ 등의, 온당하지만 공감을 얻긴 힘든 주장을 계속 펼쳐나갔고.

가까운 훗날, 인권조례나 차별금지법, 동성혼 금지 등을 두고 전선이 형성된다면 민주당은 어떻게든 끌어들여야 하는 우군이다. 민주당을 못 끌어들이면 10대 90의 압도적인 패배다. 그런데 대선이란 어마어마한 대회전에서, 심지어 자유당이 대놓고 게이 개새끼들아 하는 와중에 민주당을 찔렀단 말이다. 넌 우리편이어야지! 하면서 말이지.

여기 잘잘못을 가리는 게 무슨 의민가 싶다. ‘요즘 서구에선 그런 건 논란도 아니고, 똑똑한 우리가 가르쳐줄테니 빻은 너는 배우세요’ 하는 진보지의 그 수많은 글들. 그건 우리편끼리 우리편 잘났다 하고 어르고 달래는 글이다. 온당한 말이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글들이다.

내가 정말 관심을 갖고 또 이야기하고 싶은 건, 우리가 정말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어떤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금, 보수 개신교계는 강력하게 결속되었고, 자유당과 바른정당, 심지어 국민의당에까지 정치적 압력을 넣고 있다. 그리고 그 결실을 얻고 있기까지 하다. 그동안 우리는 가장 강력하고 유력한 우군에게 칼을 꽂으며 그들의 빻음을 질타하고 있었고.

동성애자 인권 운동 진영의 투쟁은 옳다. 진정성을 갖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가치를 지켜나가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가치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전략도 엄연히 필요하다. 전략적으로 싸운다는 건 가치를 지킨다는 것과 배치되는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퀴어 퍼레이드의 자유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고, 문재인과 민주당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메시지를 어떻게 세련되게, 더 많은 ‘중립지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으며 할 것인지도 중요한 것이다.

“악마의 변호사: 동성애자 인권 운동의 전략 문제”에 대한 3개의 댓글

  1. 개인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진보 쪽에서 성기 모양 과자가 뭐가 ㄴ쁘냐는 둥 그런 식으로 반박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긴 하거든요. 성소수자 인권 단체들은 자기 주장을 하되, 좀 더 전략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글쓴이가 말하는 ‘빻았다’라는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조금 더 알기 쉽게 쓰시면 좋겠습니다.

  2. 당신의 말씀은 일리가 있어요. 전략이 필요하죠.

    그런데요,
    당신의 사회적인 위치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절박한 당사자들과 당신의 차이를요.
    (물론 너무 익숙해서 체감하기 어려울지도 몰라요.)

    바둑을 실제로 두는 사람과,
    일반 관중들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현장에 있는 생산직과,
    본사에 있는 행정직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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