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북 12.0 사용기

갤럭시 북 12를 쓰기 시작한지 한 달 정도가 되었으니 짧은 후기.

개요

갤럭시 북은 삼성의 컨버터블 컴퓨터입니다. 10.6 모델과 12.0 모델이 있으며, 두 모델은 디스플레이 크기 뿐 아니라 사양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CPU가 10.6은 m3, 12.0은 i5가 들어가고, 램 크기도 4GB와 8GB로 많이 다르죠. SSD도 128GB와 256GB로 배 차이가 나고, 10.6은 팬리스이지만 12.0은 팬도 들어갑니다. 저는 12.0을 구입.

본체 컴퓨터는 태블릿 형태로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키보드 커버에 연결하면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S펜까지 지원하니, 웬만한 일은 이 한 대로 다 할 수 있습니다.

 

본체 사양

본체는 인텔 7세대 코어 i5-7200U 프로세서를 장착했으며, HD 그래픽스 620 GPU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8GB의 램 메모리와 256GB의 SSD 저장공간을 탑재했죠. 프로급 그래픽 작업을 원하지 않는다면, 주력 노트북으로도 충분히 제 값을 하는 사양입니다. 오피스 작업은 매우 가볍게 해 내며, 신작 게임은 무리겠지만, 스카이림 등 구작 게임은 꽤 무난하게 돌립니다.

저는 게임패드까지 연결해 스카이림 머신으로 사용을…

디스플레이는 12인치, 해상도는 2160 X 1440의 고해상도입니다. 인치당 픽셀 수를 계산해보면 216ppi에 달하므로, 거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무게겠죠. 태블릿 본체의 무게는 754g으로서 꽤 무거운 편입니다. 하지만 용납 불가한 수준은 아닙니다. iOS를 탑재하여 경량화를 추구한 아이패드 프로(12.9)도 723g이니까요. 아이패드 프로 쪽이 화면이 1인치 더 크긴 하지만, 갤럭시 북 쪽은 팬까지 내장된 고성능 윈도우 태블릿이고요. 또 1세대 아이패드의 무게가 730g이었음을 생각해보자면, 이 정도 무게는 태블릿 무게의 ‘마지노선’으로서 아슬아슬하게 합격점을 받을 만 하다 하겠습니다.

 

키보드 커버와 노트북 모드

키보드를 연결하면 훌륭한 노트북이 됩니다. 갤럭시 북은 키보드 커버를 기본 제공하는데, 아이패드 프로의 스마트 키보드와 거의 유사한 물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휴대시에는 갤럭시 북 본체를 앞뒤로 보호하는 커버로 쓰다가, 뒷면 커버를 적절히 접어 본체를 지탱하는 스탠드 겸 키보드로 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본체와 직접 연결하므로 별도의 전원 연결이나 충전이 필요 없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갤럭시 북 키보드 커버의 키감은 나쁘지 않은 편으로, 특히 같은 종류의 키보드 커버 중에서는 꽤 뛰어난 편이라고 합니다. 다만 그래도 커버형 키보드는 어쩔 수 없는지 키감이 쫄깃하지만은 않고, 터치패드가 작아서 조작이 조금 불편합니다. … 하지만 터치패드 문제는 맥북을 데려다놓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일지도.

10.6인치 모델은 키보드 커버를 따로 팔지만 12.0 모델은 이 키보드 커버를 기본 제공하는데, 이게 큰 강점 중에 하납니다. 이게 별매로 구입하면 10만 원은 줘야 하는 물건이거든요. 아이패드 프로 스마트 키보드는 아예 20만 원이고, 갤럭시 북과 가장 유사한 제품인 서피스 프로의 시그너쳐 타입 커버도 22만 원.

 

S펜

갤럭시 북 12는 뿐만 아니라 s펜도 기본 제공하는데, 애플 펜슬이나 서피스 펜이 역시 따로 구입하려면 12만 원 정도 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갤럭시 북은 기본적으로 30만 원 정도 이득을 보는 셈이죠.

이게 말놀음만은 아닌 게, 갤럭시 북 같은 윈도 태블릿 겸 컨버터블 컴퓨터는 아이패드가 아니거든요. 컨텐츠 소비용 태블릿으로만 쓸 거라면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낫습니다. 이런 윈도우 태블릿은 컨텐츠 소비 뿐 아니라 생산에도 쓰려고 사는 거고, 그렇다면 키보드 커버와 펜은 필수품… 까진 아니어도 웬만하면 함께 사야 하는 컴패니언이죠.

하지만 갤럭시 북의 S펜은 사용성이 아쉬운 게… S펜 자체야 충전도 필요없고 성능도 뛰어나지만, 와콤의 Feel IT 드라이버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덕분에 S펜을 지원하지 않는 소프트웨어에서 정교한 그림 작업 등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이는 삼성이 아니라 윈도우 쪽의 문제인 듯 합니다. 최근 윈도우 업데이트를 통해 Feel IT 드라이버 수준은 아니지만 필압 지원 등 상당 수준의 기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네요.

 

2 in 1의 휴대성

태블릿은 미묘한 물건입니다. 가볍고 간편한 스마트폰과 생산성 높은 노트북 사이에서 갈피를 잃었죠. 대화면으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쓸모가 없는 건 아닌데, 그 쓸모 있는 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노트북과 태블릿을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갤럭시 북이 뛰어난 이유죠.

저는 원래 맥북 프로와 아이패드 프로를 썼습니다만, 둘 다 ‘프로’란 이름을 붙이기엔 뭔가 어중간한 물건들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휴대성이었죠. 둘 다 노트북과 태블릿으로서는 가벼운 편입니다만, 두 개를 같이 가지고 다니려면 부피도 문제고 무게도 2kg에 육박하거든요. 결국 어느 하나만을 가지고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태블릿이 어울리는 순간에 노트북을 써야 하고, 노트북이 어울리는 순간에 태블릿을 써야 하는 순간이 오죠.

갤럭시 북은 그 절반 수준의 무게로 노트북과 태블릿의 역할을 동시에 해 냅니다. 아이패드 프로보다 무겁지만, 휴대성에 있어서는 오히려 뒤떨어진다고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생산성을 요구하는 작업을 한다면, 최소한 워드 작성 같은 것만이라도 말이죠, 오히려 더 나을수도요.

갤럭시 북의 또 한 가지 뛰어난 점은 충전 단자가 USB Type-C라는 점입니다. 전용 포트와 전용 어댑터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폰용 충전기가 있는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으며, 충전기를 별도로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용 보조배터리를 이용해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충전속도는 대단히 느립니다만, 안 되는 것보단 어쨌든 낫습니다.) 본체만 들고 다니면 된다는 건, 휴대성을 한층 끌어올리는 장점입니다.

 

윈도우

갤럭시 북의 장점은 운영체제가 윈도우라는 겁니다. 평소에 사용하던 앱들을 그대로 돌릴 수 있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부터 스팀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단점 또한 운영체제가 윈도우라는 겁니다. 윈도우의 태블릿용 UI는 한숨이 나오는 수준이라, 설정에서 따로 바꿔주지 않으면 가상 키보드가 자동으로 호출되지도 않으며, 그 가상 키보드가 입력창을 가려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컴퓨터용으로 설계된 기성 앱은 태블릿으로 쓰기엔 버튼 등 UI 요소들의 크기가 작으며, 그렇다고 태블릿 전용 앱은 만듦새가 영…

물론 진입장벽이 그리 높은 건 아닙니다. 어쨌든 윈도우는 모두에게 가장 익숙한 컴퓨터 운영체제이니까요. 하지만 아이패드처럼 ‘미려하게’ 사용하는 건 어렵습니다. 태블릿에 최적화된 UI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아이패드에 비하면 배터리 수명도 비교적 짧은 편이죠. 다행히 충전이 간편해서 배터리 수명이 그리 거슬리지는 않습니다만.

 

합리적인 가격의 윈도우 태블릿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윈도우 태블릿의 가장 큰 강점은 운영체제가 윈도우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도 운영체제가 윈도우라는 것이죠. 저는 아이패드 프로의 ‘어중간함’을 결국 버티지 못하고 윈도우 태블릿으로 이주했습니다만, 결국 이건 개개인의 판단에 맡길 몫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표적인 경쟁사(?) 제품인 서피스 프로와 비교해보죠. 서피스 프로와 비교해 갤럭시 북이 특히 뒤떨어지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킥스탠드’의 부재죠. 서피스 프로는 본체 자체에 여러 단계로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는 킥스탠드가 내장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갤럭시 북은 키보드 커버를 연결해야 하며, 그러다보니 무릎 등 울퉁불퉁한 곳에 올려놓고 노트북으로 쓰기엔 불안정한 것이 단점입니다. 크진 않지만 은근히 신경쓰이는 부분이죠.

갤럭시 북의 비교우위는 가격에 있습니다. 동성능의 서피스 프로가 본체만 (인터넷 최저가 기준) 150만원 대, 키보드, 펜을 포함해 구입할 경우 180만원대 이상인 것과 달리 갤럭시 북은 이를 모두 포함한 패키지가 130만원 대입니다. 50만원 가량 저렴하죠.

게다가 갤럭시 북은 LTE 지원 모델도 있습니다. 서피스 프로는 아직 LTE 지원 모델이 출시되지 않았죠. LTE 지원 모델은 와이파이 전용 모델에 비해 인터넷 최저가 기준 5만원 가량 비싸지만, 그 정도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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