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블로그의 운영자가 한 해의 음악 감상을 결산하면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뭘까요? 아마 웹진에 범람하는, ‘평론가적’인 리스트를 또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합니다. 사실 그런 리스트야 마음만 먹으면 검색 한 번으로 찾아낼 수 있는데, 일개 블로거가 웹진의 평론가들이 만든 리스트를 넘어서는 리스트를 만들기는 어렵죠. 독자로서는 똑같은 리스트를 두 번 세 번씩 반복해서 보는 게 꽤나 스트레스일 테구요. 그러나 사실 한국의 음악적 저변이 넓지 않고, 웹진에서 골라낸 앨범들을 빼고 생각하면 통 쓸만한 앨범이 남질 않는 터라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기가 쉽지 않은데요.
올해 음악 감상을 결산하다보니 그런 점에서 좀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취향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음악적 색깔이 퇴색한 것인지, 희한하게 ‘평단이 사랑하는 음악가’들을 리스트에 넣을 수가 없더라구요. 뭐랄까, 기술적으로는 쌔끈하게 잘 빠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심장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그냥 겉도는 느낌의 앨범들이 참 많았어요. 몽구스나 바셀린이야 원래 제 취향이 아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상찬에 상찬을 아끼지 않는 허클베리 핀의 신보마저도 제게는 명백한 퇴보로 느껴지더군요. 아니, 이 쌔끈한 앨범이 뭐가 어때서 – 냐고 물어보신다면, 저는 “소박함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어요.
또 한 가지. 요즘 평가가 좋은 국내 음반들을 듣다 보면, 노래에서 ‘훅’이 사라졌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멜로디는 물론 사운드, 심지어 가사에 있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아요. 물론 인디의 좋은 뮤지션들은 아주 심오한 언어로 가사를 쓰고, 그래서 듣고 듣고 또 듣고 곱씹으면 그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죠. 그런 것도 좋긴 하지만, 듣자 마자 ‘꽂히는’ 느낌도 있어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윤동주가 자신의 시에서 ‘꿈은 무너졌다’고 선언했던 순간 마음에 가득 밀려드는 황량함처럼, 청자를 한순간 압도하는 그런 힘이 잘 느껴지질 않아요. 어렵게 쓰여진 쉬운 시야말로 진짜, 라는 출처 불명의 격언이 있죠. 우리의 인디 음악가들은 과연 그 격언을 지키고 있는 걸까요?
2007년의 음악 결산은 특별히 4개의 포스팅으로 나누어 올라갑니다. 올해 최고의 앨범들을 선별한 ‘올해의 앨범’, 최고의 노래들을 선별한 ‘올해의 노래’ 이외에도, 훌륭했지만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았거나 살짝 부족했던 앨범과 노래들을 선별한 ‘이 노래/앨범 한 번 들어보세요’도 올라갈 예정이에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선별된 앨범과 노래들이니만큼, 기존 웹진의 리스트와 많이 겹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블로거들이라면 ‘개성’이 담긴 리스트를 한 번 만들어들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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