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도 편집자가 필요해

꽤 오래 된 이슈인데, 김달 작가의 유어마나 인터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안 좋은 방향으로.

환관제조일기, 여자제갈량의 김달 작가, 유어마나

세간의 평은, 너무 막 지른 거 아니냐는 쪽. 데뷔 전 지명도를 끌어올렸던 루리웹을 두고  “남자 오타쿠”라며 디스한 부분이나, 출세작 “여자제갈량”에 애정이 없음을 대놓고 드러낸 부분이나.

특히 조리돌림된 부분이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가 중단된 것을 두고 “이 사람 또 뭐 딴짓 하다가 망해서 날라 버린 거 아니야” 싶었다던 부분이다. 왜 조리돌림을 당하지 싶었는데, 지인에게 물어보니 “불새”가 완결되지 못한 이유는 데즈카 오사무가 중간에 사망했었기 때문이란다. 위대한 만화가에 대한, 그리고 한 인간에 대한 비례(非禮)다. 설령 무지에서 비롯되었더라도 비난받지 않을 수 없는.

 

작가는 여자제갈량을 기약 없이 연재중단한 것은 물론 이 인터뷰에서 사실상 이어갈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는데… 팬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치를 떨 생각까진 없다. 일단 내 자신이 그닥 이 작가의 팬도 아니고, 작품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면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다만 이후의 평판 하락은 마땅히 감수해야겠지.

최근 웹툰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면서 시장은 ‘작가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는데, 작가들의 ‘내멋대로 정신’이 덕분에 더욱 일취월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근거 없는 혐의지만.

나도 레진코믹스에서 몇 편 유료결제를 한 적이 있는데 거의 패턴이 똑같았다. 처음엔 그럭저럭 흥미로운 설정에 첫 서너 편 정도를 결제해 보다가, 인물들의 행동이 계속 똑같은 양상으로 반복되고, 덕분에 극적인 긴장감은 점점 떨어지며, 내용 전개랄 것도 전혀 없어 “또 돈 버렸군” 하는 생각과 함께 그만둬 버리는.

이건 유료 웹툰만의 문제는 아니고, 웹툰계의 태백산맥 네이버 웹툰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인기 웹툰들은 이제 늘어질대로 늘어졌고, 때문에 의무감(?)에 클릭은 하는데 그냥 스크롤만 내릴 뿐 눈에 들어오는 특별한 내용 전개가 보이질 않는다.

만갤 공식 까임작(?) ‘신의 탑’ 같은 경우는 대표적이다. 작가가 자신이 잘하는 것을 내팽개치고 제일 잘 못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느낌도 든다. 세계관 설정이나 인간 관계 등은 흥미롭지만 여기에선 손 놓은 지 오래고, 일종의 ‘능력자 배틀’에 중점을 두고 그리는데 참신한 능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두뇌 싸움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액션씬은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여전히 생동감이 제로다…

 

물론 과거의 만화가 더 재미있었다거나 하는 향수병에 빠질 생각은 없다. 다만 요즘 웹툰에서 딱 하나 아쉬운 것이 바로 ‘편집자’의 부재다. 그냥 웹사이트에 웹툰 올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작가들의 스케쥴을 관리하고 작품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협의하는 작가의 조력자.

물론 작품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것이어야 하고, 편집자의 지나친 개입은 오히려 작품의 개성을 흐트러트리기도 한다. 하지만 ‘드래곤 볼’ 같은 전설적인 성공사례를 굳이 끌어오지 않더라도, 작품을 보고 좋은 점과 나쁜 점, 작가의 강점과 약점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누군가의 존재는 작가에게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그럼으로서 혼자 작품을 만들 때보다 더 풍성하게 세계관을 확장시킬 수 있고,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새로 떠올리거나 작품의 빈틈을 채우거나, 늘어지는 부분을 다시 다잡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작가들이 편집자의 존재 자체를 불편해하는데다가, 사람들도 “편집자 그거 작가한테 마감 맞추라고 압박이나 하고 무쓸모한 거 아니냐” 하는데다가, 현업에서도 점점 그 중요성을 경시하는 분위기라고 하니… 엉뚱한 방향으로 폭주하거나, 작가 스스로도 작품을 제어하지 못하고 한도끝도없이 늘어지며 핵노잼물이 되어가는 웹툰들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드는 생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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