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032007
변희재는 지치지도 않고 “포털이 위험하다, 포털을 제어하라”고 사람들을 선동한다. 포털이 임의로 기사 제목을 수정하고 그 정치적 성향에 따라 멋대로 기사를 배치하여 사실상 ‘또다른 언론’으로 행세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변희재의 이런 선동에 미동조차 하지 않는데, 그 이유인즉 간단하다. 이미 언론이란 작자들이 기사 하나 가지고 얼마나 장난질을 심하게 쳐 왔는지 알고 있기 때문. 포털이 정치적으로 불공정하다는 폭로는 변희재가 혼자 잘나서 해낸 천기누설 따위가 아니다. 사람들이 침묵하는 건 포털이 암만 심하게 장난을 쳐 봐야 기존 언론만 하겠느냐, 하는 마음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이번 삼성 비자금 사건은 그런 언론의 속성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삼성의 고위직 출신이 삼성의 비자금에 대해 폭로했고, 100%는 아니지만 의심을 확신으로 굳게 만드는 근거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있다. 비자금을 받은 쪽도 의원에서 관료까지 장난이 아니다. 그야말로 빅뉴스인 셈. 그런데 희한하게도 세상이 조용하다. 특히 동아일보나 중앙일보, 문화일보는 이번 사건을 아예 보도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 것 같다. 대강 지면을 훑어봐서는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짐작조차 하기 쉽지 않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출마하면 이명박과 이회창 둘 다 떨어진다는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주장 뿐이다. 그들은 소리친다. “아니 젠장, 이 썩어빠진 좌빨정권으로부터 정권을 빼앗아오지 못하면 어떡하라고!”
모든 폭로가 거짓이며, 삼성에 아무 죄도 없더라도 좋다. (물론 이럴 가능성이 무지하게 낮긴 하다. 삼성의 비자금은 2002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인해 과거에도 몇 차례 그 꼬리가 잡힌 적이 있다. 언론과 검찰이 그 몸통을 끌어내지 ‘않아서’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모든 폭로가 진실이며, 이건희가 구속 수사되더라도 좋다. 그때 가서 법원이 또 무슨 경제 발전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집행유예로 그를 속죄하더라도 괜찮다. 최소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닫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사람들로 하여금 이 사건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나. 이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삼성의 비자금 사건이 이명박 후보의 금산분리 폐지 공약과 왜 맞물려 돌아가는지 따위를 알리지는 못할지언정 말이다.
이처럼 언론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신 나서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다. 한 예로 마린블루스는 이번 사건에 대해 꽤 괜찮은 풍자 만화를 만들었는데, 정치색이 탈색된 마린블루스에서 이런 만화를 만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너무나 반갑다. 그리고 이런 사건에 대해 끝없이 이 사건을 보도하여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해온 한겨레신문이나 시사IN 같은 소수 언론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역시 삼성의 광고가 없어지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광고로 지면을 신나게 채우던 어쩔 수 없는 언론이다. 삼성의 ‘돈’에 의해 사실상 지배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감수하고 사건의 보도에 나선 그들의 양심이 반갑다. 정치적 지향이 나와 다를지라도, 그래도 한겨레는 좋은 신문이구나 하고 감탄케 한다.
인터넷, 네티즌, 블로거 – 이 칭호는 그들을 언론보다 우월한 존재로 만들어주지 못한다. 그 볼 것 없는 감투에 스스로 자존하여 엉뚱한 마녀 사냥에 나서던 것이 또한 네티즌이고 블로거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기존 언론이 갖지 못한 새로운 힘이 있다. 그것은 다양성이다. 이 사회가 설령 매스미디어가 불러일으킨 광기의 쓰나미에 휩쓸릴지라도, 그래서 대부분의 네티즌들과 블로거들이 그 쓰나미에 휩쓸려 함께 거짓 선동을 시작할지라도, 바름(正)을 추구하는 소수가 남아 끝까지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 것이다. 황우석 사태 때 그러했듯이 말이다. 치명적인 역병이 돌더라도, 인간의 유전자는 너무나 다양하여 소수만은 그 역병에 걸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선거법이 그 입을 틀어막더라도, 매스미디어의 말만 듣고 그 말만 믿도록 법이 강제하더라도 상관없다. 그 악법이 감히 이 도도한 물결마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능력 있는 진정한 네트워크의 시민들에게 간절히 바란다. 이제 비로소 모든 여건이 갖추어졌다. 시간이 되었다, 삼성을 비판하자.
제목을 보고 그냥 삼성까인줄 알고
호기심반 비아냥반으로 읽기 시작하고 동의하고 갑니다.
동감 버튼이 없는게 아쉽군요.
맞습니다!!!
도대체 이런 언론을 믿고,
왜 블로거들은 닥치고 있으라는 건지…
허이구-_-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입니다. 좋은 마린블루스 만화도 잘 보았습니다.
좋은글 읽고 갑니다 ~ ^^
대선때문에…..
선거법은 우리들보고… 입닥치라고 이야기하고,
이번 삼성사태?로 언론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입닥치고 있으니….
잘 돌아갑니다. 나라꼴…
그나마 어제 “mbc 뉴스후”에서 한방 날려주네요. ㅡㅡ;;
정말로 조용하네요 세상이 ㅎㅎ
소크라테스가 울고가겠네. 그냥 아마존가서 법도 없고 정부도 없는데서 살렴.
응. 과연 삼성의 위법 행위는 아마존에서나 용납받을 만한 짓이지.
동감하는 글 입니다.
답답한 세상인것 같네요 제 구실도 못하는 언론을 보자면 답답
맨날 낚시성 기사만 써대고
[새사연 이슈해설] 삼성 비자금, 경제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또 넘어갈 것인가? 2007-11-05 지난 10월 31일자 모 경제신문의 사설은 참으로 용감(!)하다. 전직 고위임원의 자수로 삼성 왕국의 검은 ..
평소에도 잘 보고 있는데 이번 포스팅은 더 반갑네요.
흥미진진(?)하게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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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비자금 의혹으로 사회가 들끓고 있습니다.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예상한 대로, 언론은 삼성의 비자금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떡검 명단”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