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Rainbows
Radiohead
No Label
2. Bodysnatchers
3. Nude
4. Weird Fishes / Arpeggi
5. All I Need
6. Faust Arp
7. Reckoner
8. House of Cards
9. Jigsaw Falling Into Places
10. Videotape
위대한 음악가는 어떤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찬사를 받는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이름값’이라고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그 음악 속에 얼마나 많은 철학과 사상이 녹아들어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평자들이 부여하는 최소한의 예의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나는 슈퍼주니어가 부르는 “Don’t Don”이 더 말할 것도 없는 올해 최악의 팝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 그 노래를 만든 게 한대수씨라면 즉시 이 노래에 대한 재평가를 검토할 것이다. 뭐 그 정도. 라디오헤드(Radiohead) 또한 그러한 경지의 음악가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들의 신보를 평가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의미한 일일 것이다. 허니, 설령 이 글이 그들에 대한 맹목적인 찬사로 가득차게 되더라도 – 그 또한 ‘그러려니’ 할 일이다.
앨범을 다운로드받아 듣기 시작하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캐묻는 <15 Step>의 강박적인 리듬이 초반에서부터 강하게 치고 나온다. 라디오헤드만의 그 압도적인 리듬감은 여전히 대단하지만, 희한하다. 이게 의외로 큰 부담 없이 들려오는 까닭이다. 말하자면 <Ideoteque(Kid A)>나 <Sit Down, Stand Up(Hail to the thief)>가 가지고 있던 그 압박감, 청자를 압도하는 것 같은 그 무게가 <15 Step>에는 없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라디오헤드 특유의 ‘청자를 짓누르는 무게감’이 없다는 것은 사실 이 앨범 <In Rainbows>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Kid A> 이후 라디오헤드를 상징하는 하나의 키워드, 즉 ‘리듬’을 가장 멋지게 대변하는 <15 Step>에 대칭되는 위치에는 반대로 <OK Computer> 이후 라디오헤드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 즉 ‘기타 록’을 가장 멋지게 대변하는 <Jigsaw falling into place>가 있다. 굳이 일곱 개의 트랙을 넘어 바로 <Jigsaw falling into place>로 넘어가 얘기를 계속 하려는 것은, 이 노래 역시 정말 죽이는 기타 록이면서도 청자를 압도하는 그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곧 <Paranoid Android(OK Computer)> 같은 노래가 세 기타를 동시에 연주하며 청자를 ‘제압’하던 그 버릇이 <Jigsaw falling into place>에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과 보컬이 동시에 달려나가는 올해 최고의 기타 록이다. 인간 관계의 상실을 노래하는 이 노래는 그 강박적인 무게감이 사라진 대신 좀 더 고전적인 의미에서 절망과 슬픔을 형상화한다.
이 경향성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노래는 <Jigsaw falling into place>의 ‘전초전’ 격인 <House of Cards>나 그 후일담이자 앨범 전체를 닫는 <Videotape> 같은 곡이다. 이 노래는 전형적인 라디오헤드의 ‘우울’을 노래하지만, 역시나 희한하게도 부담은 없다. 다시 <Pryramid Song(Amnesiac)>이나 <Karma Police(OK Computer)>를 떠올렸다가, 다시 <House of Cards>나 <Videotape>을 떠올려 보라. 감정이 침잠되는 깊이가 서로 다르다. <Exit Music(OK Computer)>이나 <You and Whose Army(Amnesiac) 같은 노래가 가지고 있던 경향, 곧 그 우울을 청자에게 ‘주입’하려는 경향이 이 두 곡으로부터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청자는 이제 톰 요크의 압도적인 우울함에 함께 쓸려내려가는 당사자가 아니라, 톰 요크의 우울을 멀리서 지켜보는 제 3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 이 앨범은 라디오헤드의 후퇴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압도적인 힘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Amnesiac>과 <Hail to the thief>에서 라디오헤드가 그 특유의 힘을 ‘잃었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사람에게 아무래도 이 앨범이 긍정적으로 다가오기는 어렵다. 다만 이 앨범이 최근의 전작들에 비해 전반적인 집중도가 더 높다는, 하나의 앨범으로서 완결성이 더 높아졌다는 사실만은 인정할 것 같다. 그리고 설령 라디오헤드가 그들 특유의 ‘포스’를 잃었더라도 그들의 음악이 여전히 콜드플레이나 뮤즈 같은 ‘유사상품’에 비해 확연히 돋보이는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누가 아는가, 콜드플레이가 <Nude>와 <First Arp>를 들으며 그 엄청난 감수성에 우울해할런지, 뮤즈가 라디오헤드와 같은 씬에 들어갔다가는 2인자 이상이 될 수 없다며 한탄할는지. (물론 이건 순도 99%짜리 헛소리.) 그들의 전작, 특히 <Hail to the thief>에 비해 확연히 그 어깨에 힘이 빠지고 훨씬 편안하게 들리는 이 앨범은, 설령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해도 확실히 2007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가 될 것이다. <The Bends>의 감수성이, <OK Computer>의 완성도가, <Kid A>의 충격이 다시 돌아오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런 팬의 '장난'도 In Rainbows니까 어울린다. 피치포크에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출처를 모르겠다. 아시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길.
하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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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집 진짜 명반인데 그 진가를 모르는 사람이 많더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