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극성 지지자들이 문제라는 주장이 문제다

문재인 주의보?

국회에 ‘문재인 주의보’가 발령됐단다. 무슨 내용인가 하니, 문재인에 비판적인 의원들에게 항의 문자가 폭탄처럼 쏟아지고 욕설을 의미하는 18원 후원금이 쇄도한다는 것이다.

국회 ‘문재인 주의보’ 발령… 문재인 비판하면 문자폭탄, 1+17원 후원금, 중앙일보

문재인 본인도 같은 당 ‘동지’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자고 얘기했고, 인터넷만 봐도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눈살이 찌푸려지는 욕설 수준의 비난을 마구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목소리를 곧이 곧대로 듣기에도 찝찝한 데가 있다.

 

중앙일보 보도의 문제점

기사는 이렇게 쓰고 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발간한 ‘개헌보고서’를 비판했다가 항의문자 수천통을 받았다. 김 의원은 문 전 대표를 겨냥해 ”당의 공식기구인 민주연구원이 벌써 대선 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편향된 전략보고서를 작성했다“며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김부겸이 민주연구원 개헌 보고서를 비판한 후 거센 비난에 시달린 건 사실이지만, 중앙일보의 기사는 이에 이르게 된 맥락을 상당부분 송두리째 도려냈다.

그당시 동아일보는 이 보고서가 “친문 인사들에게만 친전 형태로 전달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였다. 그런데 이는 명백한 오보로, 실제 이 보고서는 지도부 및 주요 대선후보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그런데 동아일보의 기사가 나간 이후, 당 지도부 등이 동아일보의 오보에 강경한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김부겸은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보고서가 “몇몇 사람에게만 전달”된 것이 문제라거나 “특정 후보에 편향된 활동” 이라는 등의 표현을 썼고, 이것이 그가 마치 동아일보의 오보와 의견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또 기사는 비문 의원들이나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등이 문재인 지지자들의 항의 문자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쓸 뿐, 그들이 그와 같은 맹렬한 항의를 받게 된 맥락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최근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비박 신당에 대해서는 단 한 번의 비판 논평도 발표하지 않은 반면 민주당 및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10번에 걸쳐 비판적으로 논평하였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또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의 종범인 비박 신당에 대해서는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친문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입장을 내놓으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바 있다.

또 기사는 말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김광진 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정치후원금 18원을 보내는 것보다 보낸 후원금을 환불 요청하는 것이 해당 의원들을 괴롭힐 수 있다”며 “정치후원금 18원을 환불 요청하자”고도 제안했었다.

마치 김광진을 비롯한 친문 세력이 이런 항의문자 및 18원 후원금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 같은 뉘앙스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의 이 발언은 지난 12월 박근혜 탄핵소추안 처리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겨냥했던 것이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같은 필요없는 말까지 끼워넣은 것은 명백한 왜곡 보도다. 기사 전반적으로 구체적으로 거짓말을 한 부분은 없지만,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된 맥락을 들어내버리거나 시점을 교묘하게 왜곡함으로써 진실과 거리가 먼 결론에 이르게 하는, 전형적인 물타기성 왜곡 보도라 할 수 있다.

 

물론 극성 지지자는 문제죠, 하지만

물론 극성 지지자는 문제다. 단순 욕설에 가까운 항의를 쏟아내거나 18원 후원금을 단지 뜻이 다소 다르고 당내에서 비판을 했다는 정도의 이유로 퍼붓는 것을 결코 선진적인 문화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막으란 말인가? 국회의원에게 항의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다. 단지 ‘메시지가 너무 많다’는 이유만으로 문자 테러니 하며 해선 안 될 행동처럼 묘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 18원 후원금 같은 행동도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겠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활동을 벌이는 국회의원에게 ‘짜증 좀 나 보라’는 바로 그 이유로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이다.

지나친 항의 표시가 국회의원의 일상적인 민원 업무를 어렵게 할 정도로 과하면 문제긴 한데,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노사모라든가 하는 형태로 조직화된 활동이라면 차라리 지도부에서 자제를 요청할 수 있겠지만, 점조직같이 뿔뿔이 흩어진 지지자들의 개별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이 나서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지만 이미 직접적으로 본인이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한 상황. 지지자들을 겁박할 수도 없고 이 이상의 행동을 보이기도 어렵다.

 

정치 문화를 보여주는 방증

사실, 극성 지지자들의 지나친 언행은 문재인 지지자들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사실 모든 정치인들의 지지자들이 똑같이 보여주는 행태이기도 하다. 다만 비문(非文)에게는 당연히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항의가 쇄도하기 마련이고, 게다가 문재인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 보니 가장 눈에 띌 뿐이다. 아무래도 전자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한 젊은 세대가 많다 보니 이런 활동이 더 활발할 수도 있고. 당장 페이스북 댓글만 봐도 종북이네 빨갱이네 하는 색깔론부터 패권주의자들의 난동이네 문죄인이네 하는 같은 야당 계열 지지자들의 욕설까지 문재인을 향한 비난을 푸짐하게 종합선물세트로 만나볼 수 있다.

이는 한국 정치 문화가 그다지 성숙한 수준이 못된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마치 문재인 지지자들이 비단 극성맞으며, 문재인 또는 친문 진영이 이를 방조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 말자.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그래서 고상한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빨갱이니 뭐니 하며 긴 시간동안 민주진영 정치인들을 핍박해왔고, 또 그리 핏대를 세우며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겁박해왔던가. 안기부가 나서 조직폭력배를 동원하던 것이 또 어디 먼 나라 역사였던가.

물론, 그렇다. 미셸 오바마는 “그들이 낮은 길(저급한 길)을 갈 때, 우리는 높은 길(품격 있는 길)을 간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고 말했다. 그게 1위 후보의 미덕이며, 또한 그 지지자들도 배워야 하는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1위 후보라는 것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라는 뜻이고, 대통령이란 자리는 우리편만을 생각해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으며, 또한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미셸 오바마가 저 말을 하며 지지했던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이다(…) 결국 미국은 품격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늘 저급한 길만을 한결같이 고집했던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한국 정치 문화의 성숙함 같은 얘길 하기 전에, 세상에는 그냥 저급한 막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교훈을 얻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경선과 대선은 욕설로 상대를 화나게 한다고 해서 이기는 싸움이 아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경청하고 감싸안는 것이, 당장은 고구마처럼 답답할지 몰라도 결국 외연을 넓히는 길이다. 문재인 본인이 그랬잖나, 본인은 사이다보다 고구마라고.

그리고 전에 쓴 글에서 얘기했듯이, 나는 사이다보다 고구마를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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