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는 기자윤리를 위반했는가

1.

JTBC는 기자윤리를 위반했는가?

이건 어제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가장 핫했던 주제 중 하나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정유라의 체포 과정을 보도한 JTBC 취재진이 정유라를 현지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것이 사건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기자의 원칙을 깬 것이라는 주장이 불거진 것이다.

그 도화선이 된 것이 미디어오늘의 이 글이다.

경찰에 정유라를 신고한 JTBC 기자, 어떻게 볼 것인가, 미디어오늘

글은 “시민으로서 신고하기로 했다면 보도를 포기해야 했”으며, “보도하기로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관찰자로 남았어야 했다”고 말한다. 이 글에 대해선 적어도 호의적인 반응만 있지는 않았다.

 

2.

미디어오늘의 글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사건을 취재하던 JTBC 취재진이 정유라를 현지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방송인 겸 작가 유시민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한다. “보도윤리 위반 아닙니까?”

“취재 중에 신고를 했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 “기자는 관찰자에 그쳐야 한다”는 보도윤리를 위반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너무 우악스럽게 적용하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 저 보도윤리는 정언명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JTBC는 정말 이 원칙을 위배했는가, 그렇다면 왜 위배했는가 등을 착실히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 본다.

가장 먼저 나와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기자는 왜 관찰자에 그쳐야 하는가?

 

 

3.

만일 기자가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일이 잦아질 경우, 단순한 개입에 그치지 않고 사건을 만들고 연출하여 이를 보도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유라를 신고한 것 자체가 사건을 만들고 연출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디어오늘의 글은 야생의 생태계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가지를 쳐낸다거나, 새의 다리를 본드로 붙인다거나, 불쌍하다는 이유로 사슴을 구해준다거나 해선 안 되지 않느냐고 묻지만, 사실 이것은 기자가 아니라 어떤 직업인이든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보도윤리나 관찰자 – 개입자의 딜레마 같은 얘길 꺼내기도 전에 일단 그냥 생태계 파괴니까.

사실 정 반대로, 기자고 뭐고 국정농단 사태의 주요 연루자로서 정유라를 신고하는 것이야말로 당장의 공익에 부합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이 정유라를 신고하지 말아야 했다면, 이를 통해 추구할 수 있는 또다른 공익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그 공익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것이다.

  • 기자가 관찰자에 그침으로써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정확히 보도할 수 있음

매우 중요한 부분이긴 한데, 정유라를 신고한다 해서 사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가? 만일 기자가 자신이 정유라를 신고했음을 밝히지 않고 정의의 턱시도 가면이 나타나 장미를 던져 정유라를 잡았다고 보도했다면 모르겠지만. 일손이 부족한 재난지역에 간 기자가 구호에 참여한 뒤 구호가 잘 이루어졌다고만 보도하면 사실이 왜곡된 것이겠지만, 일손이 부족해 기자도 함께 구호활동에 참여해야 했다고 보도한다면, 이 경우 사실은 왜곡된 것일까?

  • (같은 맥락에서) 기자가 편견을 갖지 않을 수 있음

사실 이 또한 중요한 부분인데, 정유라를 신고한다고 해서 없던 편견이 생길 상황인지도 애매하고(…), 정치적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에 기자의 사건에 대한 개입이 꼭 편견을 강화한다 볼 수 있을지도 애매하다. 편견에서 벗어난다며 기계적으로 보도하는 것이(옴니아가 좋다는 삼성의 견해와 아이폰이 좋다는 애플의 견해를 동등하게 인용 보도한다거나) 반드시 중립적일 수 있는가, 같은 이슈와도 맞닿은 면이 있고.

자연히 ‘곤조 저널리즘’이 생각나는 대목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위대한 슬로우뉴스의 창업자 민노씨의 글을 소개하고 싶다. (결코 슬로우뉴스에 요즘 기여하는 바가 없어 민망해서 위대하다고 쓴 게 아니다.)

또 떠오르는 건 이것이다.

  • 민감한 정치적, 사회적 사건에 연루된 취재원을 보호함

민감한 정치적, 사회적 사건의 경우, 예를 들어 독재 타도 운동이나 민주화 운동, 노조 운동, 내부고발 등에 관련된 인사의 경우 취재원을 신고하지 않고 보호하는 것이 곧 사회의 공익에 이바지할 수 있다. 물론 꼭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찾아온 사람을 신고해버리는 건 직업윤리 위반이기도 할 테고, 언론으로서도 향후의 취재를 위해 지양해야 할 일일 터이고. 하지만 정유라는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정유라가 JTBC의 취재원으로서 인터뷰를 승낙했는데 JTBC가 신고를 해버린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4.

중요한 건 “기자는 관찰자에 그쳐야 한다”는 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그렇게 해서 어떤 가치를 지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취재원을 지켜야 한다” 같은 가치들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지킴으로써, 나아가 어떻게 공공의 선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자는 관찰자에 그쳐야 한다”는 문제의식 근간에서는 “그로써 어떤 가치를 지킬 것인가” 하는 질문이 계속 던져지고 있어야 한다. 그 가치란 기자 뿐 아니라 누구나 추구하고 또한 공감할 그런 가치여야 하리라. 그렇다면 이 사안에서도 우리는 물어야 한다. JTBC는 정유라를 신고함으로써, 어떤 가치를 지키고 어떤 가치를 훼손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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