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엉망인 KT의 아이폰 예판 시스템

아이폰 7 출시일에 발맞춰 개통까지 마무리한 기쁨을 담아, 끝까지 엉망인 KT의 아이폰 예판 프로세스를 점검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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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랑 인증샷

1. KT는 기존 고객들을 위한 혜택이라며 문자예약을 시행했다. 원하는 모델명을 문자로 보내면 바로 사전예약 등록을 해 주는 서비스. KT에 따르면 총 5만 대의 우선예약 물량 중 2만 대를 이쪽에 배정했는데… 사실 이쪽이 경쟁률이 훨씬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자예약이 수 초만에 끝난 것과 달리, 홈페이지 예약은 십수 분 이상 열려있었다.

2. 20일에 배송해 서울지역의 경우 20일 오후 받아볼 수 있다고 공지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배송된 물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기존에 공지한 배송일정대로 사실상 배송하지 못했는데, 사실 이건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3. 더 큰 문제는 상담원들이 아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물량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 배송일정이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다. 개통일정이 어떻게 되는지도 물론 몰랐다.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물량 준비했는데 우체국에서 안 와서 못 보냈다”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한다.

4. 이처럼 배송 일정이 미뤄지는 바람에 불타는 금요일 밤 10시까지 개통 업무를 진행한다는 반쯤 정신나간 개통 스케쥴을 잡았다. 별도 공지 없이 그때까지 개통하겠다는 문자가 고객들에게 발송되었다. 우선 직원들부터 야근에 고통받겠지만 일회적인 일이니 용납할 수 있을지도.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도 금요일 밤에 (이전에 사용하던 폰까지) 폰 두 개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다가, 개통되면 전화가 끊기고, 밖에서 유심을 갈아끼워야 할지도 모르는 난감한 상황.

5. KT는 뒤이어, 핸드폰이 도착하면 ARS 고객센터로 전화해 개통요청을 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별도의 개통요청이 없을 경우 수령 5일 이내로 개통된다는 안내와 함께. 앞선 공지와 내용이 상충하는 이런 별도의 공지가 또 나올 이유가 없었다. 고객센터로 전화해봤지만 전화가 폭주해 통화할 수 없다며 고객센터 측에서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사태가 반복되었다. 겨우 연결된 상담원은 금요일 밤 10시까지 개통된다는 기존의 공지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6. KT는, 그리고, 금요일 밤 10시까지 개통하는 데 실패했다. 적잖은 사람들이 하루종일 기다려도 개통되지 않아 먹통인 핸드폰을 보며 짜증을 삼켰다.

 

사실 아이폰 발매가 특수한 이벤트란 건 인정해야 한다. 아이폰이 나올 때 외에는 이 정도의 물량을 한꺼번에 처리할 일이 없다. 한국에서 아이폰의 판매량은 갤럭시 S 시리즈나 노트 시리즈(앞으로도 이 브랜드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에 비해 낮지만, 판매 초반, 특히 판매 첫 며칠 동안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벌써 몇 년째 이런 혼선을 일으키고 있는데, 시스템을 왜 정비하지 않았는지 의문스럽다. 배송일정이 다소 지연될 수 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시스템이 충분히 정비되었다면 부드럽게 넘어갈 부분들을, 억지로 사람을 갈아넣어 해결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예를 들어, KT는 무려 ‘아이폰 전용’ 상담센터를 구축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센터와 제대로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다. 흔한 얘기로 “KT 상담원은 아무것도 모른다”고들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문의전화는 폭주하고, 상담원들은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진행상황을 알 수 없는 고객들이 더 많은 문의전화를 걸면서 사실상 센터가 마비되었다.

밤 10시나 아침 7시에 개통 안내 문자를 보내는 것도 내부에서 일처리가 얼마나 다급하게, 그리고 꼬인 채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게다가 전날 밤 10시에 발송 지연 안내 문자를 보냈다가, 다음날 밤 10시에 전날 밤 문자는 오배송이었다며 정정 문자를 보내는 등 아마츄어적인 행보를 보여주었다. 개통 업무로 반쯤 마비상태일 고객센터에 굳이 전화해 개통을 요청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온 것도 실수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일처리였다.

사실 늦어진다 해도 하루 이틀인데 이조차 못 참는 건 애플 팬 답게 광적인 내 성격 때문이리라. 하지만 상담 센터에서 배송 진행 상황을 조금만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더라면, 배송 프로세스가 조금만 더 합리적으로 돌아갔더라면, 문자가 오발송되는 아마츄어적인 행보가 없었더라면 – 시스템이 조금만 더 정비되어 있었더라면 일은 훨씬 수월하게 처리되었을 것이다. 그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일이 꼬였고, 고객들은 불만에 가득찼으며, 이 불만을 컨트롤하기 위해 사람이 갈려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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