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뮤직 상륙과 애플 온라인 스토어의 추억

애플 뮤직 상륙

8월 5일, 떡밥만 뿌리던 애플 뮤직이 한국에 상륙했다.

애플 뮤직

아쉬움이 많다. 로엔뮤직 등 대형 유통사 몇 곳과의 협상이 잘 안 된 탓으로, 아이유 등 많은 인기가수의 노래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익스플리시트 버전(청소년이 듣기에 부적절한 단어나 구절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담은 것)이 들어오지 않아 힙합 앨범같은 경우 앨범의 절반 이상이 비어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이미 보유하고 있던 음원들을 클라우드 보관함을 통해 어떤 기기로든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아이클라우드 음악 보관함’ 기능은 매력적이다. 해외 음원이나 비대중적인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애플뮤직의 강력한 추천 기능과 폭넓은 보유 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미완의 서비스. 미국에서도 좋은 평가만 받던 물건은 아니니만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대형 유통사와의 협상 문제야 그동안 구글 등 다른 외국계 회사도 쉽게 이뤄내지 못한 것이니만큼 그리 큰 기대는 않고 있지만, 익스플리시트 버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러모로 애플 뮤직의 매력이 반감될 듯.

 

애플 온라인 스토어의 추억

애플뮤직 상륙을 바라보며, 과거 애플 온라인 스토어가 상륙할 때를 상기한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닐 것 같다.

오프라인 스토어 말고, 온라인 스토어.

애플이 온라인 스토어를 처음으로 만든 것은 2003년의 일이다. 하지만 외국의 애플 온라인 스토어가 애플 사이트 안에(http://apple.com/국가/store) 존재했던 것과 달리 별도의 도메인을 부여받았고(http://www.applestore.co.kr), 전자결제, 맞춤형 주문 서비스(Build to Order, BTO), 아이팟 각인 서비스 등이 제공되지 않는 등 ‘반쪽’ 온라인 스토어에 불과했다.

사실 애플은 좋게 말하면 매니아들의 컴퓨터, 나쁘게 말하면 덕후들이나 뭔가 묘한 사람들(…)이 쓰는 컴퓨터 회사로 여겨졌다. 윈도도 안 돌아가지, 인터넷 뱅킹이나 쇼핑도 안 되지, 익스플로러도 없지, 오피스는 느려터졌지… 예쁘긴 한데 도대체 쓸모는 없고 비싸고, 왜 쓰는지 모를 컴퓨터.

한국에선 특히 그랬다. 지원은 개판이었고, 물론 지금도 개판이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개판이었고, 특히 윈도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윈도 독과점이 심했던 한국에선 쓸 수 있는 게 없었다.

그게 변한 게 2006년의 일이다. 파워PC라는 특이한 CPU를 쓰다가 인텔 CPU로 이주했다. 맥 위에서 윈도를 가상 머신으로 돌릴 수 있게 해 주는 ‘패럴렐스’ 등의 프로그램이 튀어나왔다. 맥 라이프가 갑자기 풍성해졌다. 그러다가, 아니 이놈의 애플이 미쳤나, 갑자기 부트 캠프란 걸 소리소문없이 내놓았다. 아예 윈도로 부팅할 수 있게 해 줬다. 아마 애플 팬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팬들에겐 놀라 까무라칠 소식이 들렸다. 같은 해 11월 7일, 애플이 정식으로, 진짜배기 온라인 스토어를 바로 이 한국에 개장한 것이다. 처음 소문이 들렸을 때만 해도 또 헛소문이겠거니 했는데, 떡 하니 진짜 열렸다. 전자결제가 됐다(!) 맞춤형 주문도 됐다(!) 아이팟 각인도 됐다(!!!).

애플 스토어 개장 축하

애플이 한국에 안녕을 말했을 때,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님아 관심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가 없을 정도지만, 그런 시절도 있었다. 심지어 공식 온라인 스토어도 열어놓지 않고 장사를 했던 시절이.

아이팟 나노부터 시작된 ‘애플 바람’이 한국에도 불기 시작했다. 윈도를 돌릴 수 있게 되면서 맥도 그렇게 괴짜들의 컴퓨터로만 여겨지진 않게 되었다. 흰둥이 맥북과 아이맥의 외관이 여심을 뒤흔들기도 했고. 이 바람은 2007년 애플이 바로 그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돌풍이 된다.

아이폰이 예전같지 않다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매력적인 제품을 만든다. 자꾸 답보만 반복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적어도 아직까지는.

사실 애플 팬들에게 필요한 건 관심인 걸지도 모르겠다. 애플이 한국 시장에 진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 애플이 한국에 온라인 스토어를 열고 ‘안녕’이라 물었을 때 감격했던 건, 괴로운 한국 애플 유저들도 드디어 제대로 된 애플 서비스를 쓸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했고.

지금도 상황이 비슷하다. 애플 지도, 애플 페이, 애플 뮤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곤 있는데 한국에선 쓸 수가 없다. 점점 ‘반쪽짜리’ 유저가 된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삼성이 밀크, 삼성 페이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내놓는 동안 애플은 점점 뒤쳐지고 있었다.

애플 뮤직은 아직 부족한 데가 많지만, ‘님아 관심좀’을 외치던 한국 유저들에겐 한 줄기 단비임에 분명하다. 적어도 애플이 한국 시장에 신경을 쓰고 있긴 하구나 하는 시그널. 우리 애플이 달라질 거라는 안도감을 주는 그런 시그널이다. 여기서 멈춘다면야 또다시 애플을 까야 마땅하겠지만, 적어도 오늘만은 애플 팬의 축일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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