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실적 감소, 애플은 추락하고 있는가

최악의 성적표

애플의 실적은 경이로웠다. 13년 간의 단 한 번도 전년 대비 매출이 떨어진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이 기록적인 성장이 언제 끝날지 궁금해했다. 이제 모두가 답을 알게 되었다. 2016년 4월 27일, 애플은 처음으로 전년 대비 매출, 순이익, 아이폰 판매량 등 중요 수치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그냥 마이너스도 아니다. 매출은 13%, 순이익은 22% 감소했다. 애플의 가장 중요한 사업인 아이폰 판매량은 16%가 줄어들었다. 아이패드는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고, 꽤나 공고한 성장세를 지속했던 맥도 12% 덜 팔렸다. 그야말로 최악의 분기를 기록했다.

Apple Q2 2016 Results, Macstories

애플의 실망스러운 성적표는 이미 예견된 것이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애플의 제품군이 이런 성적표를 받아 마땅할 정도로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CEO 팀 쿡은 “어려운 거시 경제 환경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으나, 사람들은 이 평가에 그리 공감하지 않는다.

 

2015의 실패: 애플 워치

애플 워치는 쓰면 쓸수록 활용폭이 좁아진다. 알림을 확인하는 것 이외의 거의 모든 작업이 느리고 버벅거리며 불편하다. 피트니스 기능은 심심하면 오작동하고 신뢰도도 낮으며, 진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의지할 만한 게 못 된다. 피트니스 전용 밴드를 사는 게 낫다.

어떤 사람들은 더 오래 가는 배터리와 얇은 디자인을 말하지만, 애플 워치에 시급한 과제는 따로 있다. 이 정도면 쓸만하다 할 수준의 퍼포먼스다. 처음부터 형편없는 퍼포먼스를 자랑했고, 한 차례의 메이저 업데이트 이후, 여전히 형편없는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메시지 하나 띄우는데 5초씩 걸리는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작동하는 이 물건은 애플 마크만 없었어도 2015년 최악의 가젯으로 손꼽혔을 것이다.

애플은 이 제품을 발표하며 동료에게 초밥을 먹으러 가자는 뜻에서 생선을 그려 보낸다든가(…) 내 심장 박동을 상대에게 전송한다든가(…) 하는 쓸모도 없고 별 재미도 없는 기능들을 신이 나서 자랑했다. 애플은 어쩌면 라이프스타일이 그렇게 변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던 것 같지만, 역시나 미래의 인간들은 그렇게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모든 웨어러블이 그렇듯 작은 화면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러면서 웨어러블 중 압도적으로 가장 비싸다. 이게 애플 워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애플 워치가 주는 기능상의 효용을 생각해보면 이 물건은 20만원 대를 넘어가선 안 된다. 물론, 지금의 버벅대고 정신 못 차리는 퍼포먼스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의 얘기다. 지금은 가치를 매기자니 돈에게 미안하다.

 

아이패드는 미래의 컴퓨터가 될 수 있을까

애플은 아이패드를 미래의 컴퓨터, 컴퓨터 이상의 컴퓨터로 정립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아이패드 비지니스는 서서히, 그러나 뚜렷하게 침몰하고 있으며, 구원투수로 나선 아이패드 프로는 세이브는 커녕 승리를 날려먹게 생겼다.

UI의 애플이라는 상찬이 무색하게, 아이패드의 UI는 발전이 없다. 한때는 큰 화면을 활용해 전혀 다른 효용을 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오히려 폰 크기가 커지면서 아이패드만의 매력을 잠식해가고 있다. 애플은 그림, 문서 작성 등을 아이패드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문서 작성은 여전히 불편하다. 애플은 오피스 기능에선 늘 마이크로소프트에 압도적으로 뒤지는 패자 자리에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12.9인치의 광활한 화면을 활용할 멀티태스킹 기능은 여전히 빈약할 뿐 아니라, 스마트 키보드는 혹평 일색이다. 뛰어난 성능을 갖고도 UI의 한계 때문에 여전히 PC의 역할을 거의 대체하지 못한다. PC는 창과 창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복사 – 붙여넣기 같은 기본 기능에서 버그가 생기는 일이 없다. 자유롭고 신뢰도 높은 PC 대신 아이패드에서 작업을 할 이유가 없다. 어떤 작가가 그랬듯이, 작업 환경을 불편하게 함으로써 간명하고 함축적인 표현을 구상하려는 경우라면 또 모르겠다.

 

아이폰은 왜 나아가질 않나

아이폰은 여전히 최고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 하나지만, 여러 측면에서 이해할 수 없는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가장 심각한 건 카메라다. 5 이후 거의 발전하지 않았다. 심지어 5s에 비해 더 못하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비전문가의 눈으로도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현존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 최악이다. 광량이 적은 환경, 특히 어두운 실내에서나 밤중에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끔찍한 결과물을 사진이랍시고 내놓는다.

배터리는 여전히 최악이다. 일체형 디자인을 채택하고서도 경쟁 스마트폰보다 배터리 수명이 뒤진다. 이런 건 기본기다. 굳이 어떤 혁신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남들 하는 만큼만 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소프트웨어 버그는 손을 놓은 것 같다. 복사 – 붙여넣기는 한심할 정도로 제대로 작동하질 않는다. 차라리 iOS 3를 다시 내놓는 게 낫겠다. 업데이트 버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데 아직도 고쳐지질 않는다. 대단히 복잡한 기능상의 버그라든가, 체감하기 힘든 수준의 사소한 버그라든가 하는 것도 아니다. 예전엔 잘 돌아가던 것이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엉망이 된다.

 

세계 시장에 신경이나 쓰고 있나

가장 최악의 문제는, 북미와 중국 등 일부 큰 시장을 제외하면 애플의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최악이다. 아이튠즈 스토어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애플 스토어도 없고, 사후 서비스 수준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보는 것처럼 괴멸 상태다. 문제만 생기면 진단 센터로 보내 진단을 해야 한다는데 그 진단 센터가 대체 어디 있는건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사실 그런 거 없을지도 모른다.

시리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식당은 아예 못 찾는다고 봐도 된다. 뉴스, 스포츠 등을 개인 맞춤형으로 알아서 보여준다는데 한국에선 당연히 그런 기능 없다. 프로액티브 기능은 존재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알람 맞추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이 멍청이를 비서로 두고 있는 내가 불쌍할 지경이다.

애플 페이 같은 신기능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한때 모 금융사와 협상 단계를 거쳤다고 알려졌지만, 애플의 무리한 수수료 요구로 파기되었다고 한다. 사실 한두번 있는 일이 아니다. 막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늘 같은 일이 반복되면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정말 협상 의지가 있는가? 협상 테이블에서 자사의 요구를 굽히거나 타협하는 일이 가능하긴 한 건가?

결국 한국 사람 입장에선, 대체 iOS 7과 8, 9가 뭐가 다르다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점점 느려진다는 것 정도다. 아, 버그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도 추가.

 

혁신은 필요없다, 기본만 했으면 좋겠다

신이 나서 디스를 했지만, 난 여전히 애플 제품을 즐겨 쓰는 애플 사용자다. 애플 제품이라고 늘 완벽했던 것도 아니고, 사용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구석도 많았으며, 특히 한국에서 애플을 쓰는 건 괴로운 일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만큼 애플 제품이 매력 없게 느껴지진 않았다. 혁신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새로운 제품이 우릴 놀래켜주리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냥 최소한 기본은 했으면 좋겠다. 내가 무슨 미래학자인 것도 아니고, 위에서 말한 내용들은 애플 엔지니어들이 모를 리가 없는,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들이다.

전에도 얘기했었지만, 애플 유저로서 애플에 가지는 진짜 불만은 그들이 더이상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단 점이 아니다. 심지어 쿨하지 않다는 점도 아니다. 그냥 경쟁자들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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