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약인 협회의 정계 진출이 반갑지 않습니다

국회의원 후보로 다양한 직역단체 출신이 들어서는 건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의약인들의 단체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김순례 대한약사회 여약사회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명단에, 김숙희 서울특별시 의사회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의약인 출신 국회의원이 배출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의약인들은 의료 복지의 최첨단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선봉장들이며 위대한 사회인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의사들을 탐욕덩어리로 묘사하며 환자의 권리를 위해 의사의 이익을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건 사실 포퓰리즘에 가깝다. 그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의료 정책을 편다는 건 실현 불가능할 뿐더러, 합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그리고 의료 정책은 단언컨데 가장 중요한 복지 정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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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간호협회, 약사회 등 의약인의 대표단체 출신이 정계에 진출하는 것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들 협회는 어떤 정치적 성향이나 추구하는 정책이 있어 모인 것이 아니다. 의료인이 되면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단체다. 별도의 절차 없이 그냥 자동으로 가입된다.

그런데 이들 단체는 서로 이권이 첨예하게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는 다양한 사안에서 일촉즉발의 갈등 상태에 있으며, 의사협회 주류 의견은 한의사 및 한의대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료계와 약사 사회 간의 갈등은 의사 파업, 한의대생 전원 유급 등과 같은 초유의 사태를 불러오기도 했다.

이를 방증하는 것이 김숙희 서울특별시 의사회 회장이다. 그가 더민주 비례대표 후보로 낙점되었다는 소식에 의사협회가 환영의 성명을 낸 반면,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간호협회, 약사회 등 다른 의약인협회는 (평소답지 않게 단합된 모습으로) 즉각 반대 성명을 냈다.

단순히 직역간 갈등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자리에서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김숙희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반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이 의료민영화에 호의적이고, 리베이트 쌍벌제가 의사에게 가혹하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등 직능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한,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이나 정신과 궤를 달리하는 부적절한 인물이다”.

리베이트 쌍벌제, 아청법 위반 의료인에 대한 가혹한 처벌(10년간 면허정지) 등이 그간의 관행을 살펴볼 때 다소 불합리한 구석이 있을 수는 있으나, 이는 사실 거스를 수 없는 마땅한 흐름이기도 하다. 리베이트를 준 제약회사만 처벌받고 이를 받은 의사나 약사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멀쩡히 진료를 보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용납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는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의료계에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의약인 단체의 주장이 모두 그릇된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낮은 의료수가 문제나 심평원 문제 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하지만 첨예한 직역 갈등 속에서 이들 단체들은 지나치게 날이 섰다. 협상 과정에서 혹여 직역에 해가 되는 조항이 들어갔다가는 매국노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이들은 직역의 이익에 과잉 충성한다.

서울시 의사회 회장, 여약사회 회장 등 의약인 단체의 임원들이 국회에 발을 들이는 것이 걱정스러운 까닭이다. 개별 의약인들도 결코 직역의 이해에서 자유롭지 않겠지만, 이들은 특히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들 단체의 이익단체로서의 성격이 극도로 짙어진 현실 속에, 이들이 과연 의약인을 대표해서 국회에서 대화하고, 또 타협하는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조율하는 대신 오직 협회의 목소리를 국회에 밀어넣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300명밖에 되지 않는 국회 의석 수가 너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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